[마이더스] 주주 환원과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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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주주 환원과 애플

연합뉴스 2023-07-29 10:3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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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스토어 애플스토어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애플스토어 '애플 강남'에서 미디어 프리뷰 행사가 열리고 있다. 2023.3.29 nowwego@yna.co.kr

수익성이 높은 기업을 잘 찾아내는 능력은 주식 투자에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돈을 잘 버는 기업의 주가가 결과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수익성은 좋은 투자의 대상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일 따름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주주들에게 잘 배분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마련돼 있어야 궁극적으로 좋은 투자 대상의 자격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업의 잉여자금을 즉각적으로 주주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곳에 경제적 자원을 배분하면서 주주들과 원활히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늘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굳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소위 주주 환원에 경제적 자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재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파이를 키우는 것이 궁극적으로 주주 가치 극대화에 부합한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한 번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주주 환원에 소홀하다고 비판받지 않는다. 기업의 여유자금을 활용해 좋은 투자를 해옴으로써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높여 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배당을 좀 줄여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주주 환원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다. 상장사로서 주주를 배려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삼성전자야말로 재투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효율적으로 증식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이다.

최근 10년 삼성전자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평균 16.9%에 달했다.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경제 상황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부를 증식시켜 왔다고 볼 수 있다. ROE가 높은 기업은 배당을 통해 경제적 자원을 사외로 유출하는 것보다 자본을 재투자해 이익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먼 미래에 높아질 기업 가치'보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을 선호할 수도 있겠지만 2020년처럼 특별배당을 실시해 삼성전자 당기순이익의 77%를 배당에 쓰는 행동은 과했다. 반도체 산업이 주기적인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반대로 업황이 정점을 지나 성장성에 한계가 있는 기업들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부를 직접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합당한 자원배분 전략이다. 통신이나 유틸리티처럼 안정적인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성장에 한계가 있는 산업에 속한 종목들이 배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주주 가치 제고와 함께 배당을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축소함으로써 자본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애플의 시가총액이 사상 최초로 3조 달러라는 고원에 올라섰다. 스마트폰 세계의 절대 강자 '아이폰'이 애플의 주가 상승세를 설명하는 절반의 요인이라면, 나머지 절반의 힘은 극단적인 '주주 친화 정책'에서 나왔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이후 지속해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애플의 자기자본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애플의 자기자본은 2017 회계연도 말 1천340억 달러를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22년 말에는 506억 달러로 감소했다.

통상 자기자본의 감소는 적자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적자는 자기자본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초우량 기업 애플이 적자를 봤을 리는 만무하다. 우량 기업은 돈을 잘 벌고, 번 돈의 일정 부분을 사내에 유보하면서 자기자본이 꾸준히 늘어나지만, 이런 상식이 애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애플의 자기자본이 감소한 이유는 벌어들인 당기순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썼기 때문이다. 잉여자본을 회사에 축적하지 않고 주주들에게 돌려준 것이다.

애플은 자기자본이 정점을 찍은 2017년 말 이후 3천666억 달러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는데, 같은 기간 자사주 매입(3천860억 달러)과 현금 배당(712억 달러)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준 금액은 4천572억 달러에 달했다. 벌어들인 금액보다 더 큰 규모의 돈을 주주 환원에 쓴 것이다. 최근 5년 동안 벌어들인 이익뿐만 아니라 과거에 유보해놓은 이익까지 더해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스마트폰 산업은 포화에 이르렀고, 애플이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는 삼성전자처럼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아이폰의 경우 제조는 팍스콘 등 외주 업체에 맡기고, 애플은 아이디어와 기획을 통해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참여할 따름이다.

모든 기업이 애플처럼 행동할 수는 없고 순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주주 환원에 쓰는 것은 주주자본주의 과잉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한국과 같은 주주자본주의 결핍의 시장에서는 합리적 자원배분, 또는 주주 환원의 중요성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있기는 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sigo1@naver.com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영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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