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균형 잡힌 예산을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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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균형 잡힌 예산을 위한 노력

연합뉴스 2023-07-29 10: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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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至難)하고 알아주는 이도 없지만

국회 예결위 국회 예결위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정부의 예산과 기금 심사 등을 담당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전체회의 모습. 2023.7.6 xyz@yna.co.kr

국가 부채를 줄이고 균형 잡힌 예산을 이루는 것만큼 지난(至難)하며 알아주는 이 없는 정치 과제도 없을 것이다. 지출을 삭감하는 작업은 도처에서 반대에 부딪힌다.

◇ 예산 감축과 세금 인상

복지 예산을 축소하면 여론이 들끓고, 국방이나 건설 부문 예산을 줄이면 관련 업계가 불만이다. 국방 예산 삭감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의 방어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며, 투자 예산을 줄이면 경제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산 감축 말고 다른 가능성은 세금 인상인데, 이 또한 환영을 받지 못하는 동시에 위험 요소가 내포돼 있다. 예를 들어 소득세를 올리면 납세자들이 뒤통수를 맞은 격일 것이고,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들이 괴로울 것이며,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모든 정부가 자신들의 지지층에 유리하도록, 즉 야당 지지 세력에게 불리한 예산 삭감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의 취지에 맞지 않는 시민단체 지원금의 삭감을 둘러싼 논쟁은 전형적인 사례로서, 예산 축소 의지가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속 좁은 보복 행위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사고에서 나온 반응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시민단체들(전임 대통령 시절의 국가지원금 기준)은 투명한 회계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며, 시민단체들에 대한 지원금의 경우 상당 부분은 실제로 부적절하게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전체 예산을 놓고 볼 때 그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해도 현재 대두된 시민단체들에 대한 국가 지원 논의를 계기로 더욱 투명한 규칙을 정하기 위한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 부문에서도 비효율적인 보조금을 지출한 사례들이 존재하는데, 신재생 에너지 분야 보조금이 그에 해당한다. 물론 지금 한국이 처해 있는 것과 같이 매우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보조금을 대량 삭감을 시작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 늘어난 나랏빚과 인구 감소

지난 20년 동안 한국에서는 쉽게 느껴지는 간단한 방법이 존재했다. 나랏빚을 계속 늘린 것이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고통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지출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그 해법을 계속해서 미래로 차일피일 미룬 것이다. 이는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제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방법인데, 대통령 단임제에서 한 임기가 끝나면 다른 대통령이 통치하는 미래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더는 통하지 않게 된 이유가, 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있어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것과 같은 형국이기 때문이다.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드는데 고령화로 인해 노인들은 계속 늘어나다 보니 사회 복지 체제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들고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가 진 빚까지 갚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무료급식 기다리는 어르신들 무료급식 기다리는 어르신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고령화 시대에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가 진 빚까지 갚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서울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을 기다리고 있다. 2023.5.8 pdj6635@yna.co.kr

◇ 비정치적인 정책의 역설

이러한 배경에서 균형 잡힌 예산을 둘러싼 정치적 논의는 반드시 필요한데, 그것이 정치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그 스타일로 인해 반정치적이라는 평가를 자주 받는데, 이는 정치 경험이 없고 기존의 정당 체제에 기반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는 부정적으로 평가되는데, 예를 들면 외교 분야에서 부적절한 언사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채무 감축이나 지출 축소 문제에서는 이전의 정치권 출신 지도자들과 달리 새로운 시도를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작업은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지난한 과제다. 지출을 줄이는 데 창의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정치적인 동기 부여가 특별히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지루한 일이라고 해서 옳지 않은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해당 정책은 시급하고 필수적이며, 처음에는 요란한 홍보와 많은 예산을 들여 시작하지만 그 끝에는 아무 성과 없이 끝나는 많은 새로운 정치적 이벤트들과 비교도 되지 않게 중요한 작업이다.

그 작업을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매우 중요하다. 유권자들을 짧은 시간에 설득할 수는 없으며, 지출 축소와 채무 감축의 필요성에 관한 보다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이러한 전개 과정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계층이 있는데, 바로 청소년들이다.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야말로 앞으로 직업을 가지게 되면 인상된 복지 비용과 채무 상환의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될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했던 인플레이션이 지난 2년 동안 실제로 생기면서 전 세계에서 고통을 유발하고 있는 동시에 소득세 인상과 함께 고용은 점점 더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높은 채무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관해 더욱 상세하게 설명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그러한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대신 정치적으로 훨씬 더 손쉬운 방법인 새로운 부채를 발생시키면서 모호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러한 의미에서 역설적으로 비정치적인 정책이 더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물론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지난 15년 동안 지속된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부채 상환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이 존재해 왔다. 빚은 계속 증가했지만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초부터 금리가 다시 인상되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새로운 채무, 즉 새로운 국가 지출로 인해 경제 효과의 순기능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이는 마치 마약 중독 현상과 같아서 국가지원금의 액수가 처음에는 작지만 효과는 큰데, 시간이 지나면서 동일한 효과를 기대한다면 지원금의 액수가 점점 늘어나야만 하며, 결국 그 금액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된다.

이러한 위험 사례는 예를 들어 한국 에너지 부문의 그림자 예산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국가지원금으로 낮은 에너지 가격을 유지했지만 결국에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독일 경제 독일 경제

7월 19일 독일 뒤스부르크 항구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터미널에 주차돼있다. AFP_연합뉴스 (Photo by Ina FASSBENDER)

◇ 부채와 정치의 분리

독일도 매우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70년대부터 당시 서독은 경제 위기를 국가 및 복지 예산의 지출을 늘려서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소비 진작을 위해 국가 예산의 지출을 늘리자 채무가 증가했으며, 지출 효과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1982년 헬무트 콜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 채무를 억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지금의 한국과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신임 재무장관이었던 게르하르트 슈톨텐베르크는 전임자들과는 달리 경제 전문가가 아닌 역사학자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슈톨텐베르크 장관은 2차 대전 종전 이후 서독의 재건을 가능하게 했던 '사회적 시장 경제'를 도입했던 위대한 시절을 직접 경험했다. 당시에는 '사회적'이란 단어가 들어갔지만 채무가 발생하지도 않았고 과도한 복지 예산을 지출하지도 않았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된 후 불과 10년이 경과한 시점이 되자 이미 막대한 금액의 국가 예산 집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막대한 복지 예산 지출로 인한 적자를 2000년 이후의 광범위한 개혁과 연간 1천억 유로에 육박하는 예상치 못했던 유럽의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UMTS 허가권 경매 이익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 것이 가능했다. 2009년에는 부채 제동(制動)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는 부채 발생을 경기(景氣) 주기와 연동시키고, 원칙 없는 부채 발생을 금지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정치에는 늘 돌발 변수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2007년에 찾아온 금융 위기와 최근에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부채 제동 제도를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부채를 정치와 분리시키는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방식은 한국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두 개의 정당이 대립하고 있는 체제에서 양 정당이 개헌을 통해 그러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상황은 국가 채무를 억제하는 것이 실생활에서 지난하지만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투쟁과 같은 현실이다. 그것은 다음 세대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베른하르트 젤리거

독일킬대학교 경제학 박사 | 1998~200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학대학원 전임강사 | 2004~2006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 현재 독일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독일 비텐·헤르덱케대학교 객원교수

옮긴이: 김영수(독일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사무국장)

베른하르트 젤리거 독일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베른하르트 젤리거 독일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독일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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