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이는 저와 99% 싱크로율이 일치하는 캐릭터예요. 저 진짜 말괄량이였거든요. 고등학생 때는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빵 터졌어요.” 씩씩하게 스태프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한지현의 첫인상이 크림빵을 입안 가득 베어 물고 얼굴의 온 근육을 쓰며 웃음 짓던 드라마 〈치얼업〉 속 도해이의 모습과 포개어진다. 촬영 내내 연신 명랑한 하이 톤 목소리로 ‘재미있다’고 외치는 그녀는 마음이 활짝 열린 사람 같다.
“언젠가 저를 보여줄 시간이 올 거라는 믿음을 가지려 했어요. 연기가 저한테 주는 ‘해방감’이라는 감정은 무척 특별해요. 평생 제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놓이는 순간이 재미있고, 제가 알지 못했던 감정을 풀어낼 때 자유로움을 느껴요. 울분을 토하고, 화를 내고, 진지한 대화와 설렘을 느끼는 모든 순간들요.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결국에는 연기를 하는 게 제 내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화제작 〈펜트하우스〉 속 주석경은 졸업할 때쯤, 1백 번째 오디션을 보았을 때 얻게 된 결과이다. 말하자면 한지현은 부단히 발길질을 하지만, 태연히 웃는 발레리나 같은 타입이랄까. 〈펜트하우스〉를 시청한 성악과 학생들이 호흡, 발음, 동작을 가장 실제에 가깝게 연기한 배우로 꼽은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요즘은 하반기 공개될 웨이브의 새 시리즈 〈룩앳미〉의 강력계 형사 이민형 역을 준비하며 부지런히 몸을 쓰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입시생, 취준생 이후 처음으로 전문 직업인 역할을 맡는 도전을 했기에 머리가 지끈할 정도로 수사 용어를 외우고, 팔과 다리에 멍이 들 정도로 몸을 쓰고 있지만 액션 배우들의 ‘밥 아저씨’ 같은 유연한 몸짓이 경이롭고 재미있다고 말한다.
곧고 맑은 모습 이면을 이루는 토대는 무엇일까? 그 기저에는 일렁이는 호기심이 엿보인다. 쉬는 날엔 우주와 심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 놓인 감정이 궁금해 전쟁 영화를 즐겨 본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으면, 어차피 나는 우주의 먼지보다 못한 존재인데 이렇게 힘들어하고 울어봤자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하려 해요. 우주에서 보면 나는 사소한 존재이고, 고민해봤자 달라질 게 없을 텐데 하면서요.” 우주에 위안받는 스물일곱 살은 자신을 좀먹는 일에 도통 관심이 없다. “37살이 되어도, 17살의, 27살의 저처럼 세상을 사랑하는 눈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점은 절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세상을 사랑해야, 나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그 화살이 언젠가 나를 향해 돌아올 거라 생각해요. 무모하고, 멍청해 보인다고 해도 그렇게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그러니까 한지현의 구심점은, 사랑이고 사랑은 외부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명백하다. 무모하리만치 충만하게.
에디터/ 안서경 헤어/ 차세인(제니하우스) 메이크업/ 이인하(제니하우스) 스타일리스트/ 김지원 세트 스타일리스트/ 이예슬 어시스턴트/ 허지수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사진/ 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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