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납치극을 벌인 이른바 '강남 납치 살해 사건'의 주범 이경우가 북파공작원 출신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북한으로 비밀리에 파견되는 특수임무를 받고 군에서 훈련받은 경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된 이경우. 사진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 이하 뉴스1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승정)는 강도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경우(35) 등 7명에 대한 2차 공판을 24일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의 사무실, 주거지 등을 오가며 동선을 파악, 범행을 도운 혐의(강도 예비)로 기소된 공동 피고인 이 모(23)씨가 증인으로 등장했다. 이 씨는 범행에 앞서 피해자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았다가 범행 직전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이 씨에게 범행 동기를 물었고, 이 씨는 "(주범) 황대한이 '코인(가상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 있다', '그 사람 코인을 뺏을 거다. 너는 운전만 해주면 된다'고 말해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답했다.
북한으로 비밀리에 파견되는 특수임무를 받고 군에서 훈련받는 북파공작원.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에 검찰은 "이경우가 북파공작원 출신이라는 건 아느냐"며 "이경우가 훈련도 받았다면 직접 하거나 넷이 같이 하면 됐는데, 왜 직접 하지 않았는지 아느냐"고 질문했다.
군에서 특수 훈련을 받은 이경우가 직접 납치·살해에 나서지 않고 공동 주범인 황대한과 연지호에게 범행을 맡긴 이유를 아는지 묻는 말이었다.
북한공작원 출신으로 알려진 이경우
이 씨는 "북파공작원이었다는 것은 예전에 들었다"고 말했으나, 이경우가 범행을 주도해 계획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 씨는 "피해자를 미행하려고 집 앞에서 대기하다가 황대한에게 '이제 집에 가도 되냐'고 물으면, 황대한이 '이경우에게 물어보겠다'고 했었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피해자를 납치해 코인을 빼앗으려고 한 것일 뿐, 살해 모의를 한 적은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범행 공모 통화 녹음파일에는 피해자를 암매장할 것을 미리 계획하는 듯한 내용의 대화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지난 3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왼쪽부터) 이경우·황대한·연지호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등 3명은 지난 3월 29일 오후 11시 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직접 유기·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이 범행은 코인 투자를 두고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이 계획한 청부 살인으로 잠정 결론 났다.
경찰은 투자에 실패해 손해를 본 한 부부(유상원·황은희)가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경우가 이 부부를 끌어들인 거로 보고 있다. 살인 교사 착수금 7000만 원을 받은 이경우는 범행 후 피해자의 코인을 갈취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경우가 범행 도구를 준비, 납치는 황대한과 연지호가 실행했다. 이 둘은 범행 당일 피해자를 감시하다 납치해 차에 태우고 휴대전화를 뺏은 다음 마취제를 주사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쓰인 약물을 제공한 건 이경우의 배우자 허 모씨로, 자신이 일한 성형외과에서 약물을 훔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씨는 강도방조,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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