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 조모(33)씨가 구속됐다. 조씨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들어 또래살인 정유정, 부산 돌려차기남,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이기영 등 사이코패스 성향의 범죄가 잇따르면서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소준섭 영장전담 판사는 23일 오후 살인 혐의를 받는 조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7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다른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상자 3명 중 1명은 현재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국적인 조씨는 과거 폭행 등 범죄 전력이 3회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 소년부로 송치된 수사경력자료는 1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선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 전문가, 묻지마 살인 '조씨', 사이코패스 의심.. 경찰도 진단 테스트 중
범행 당시 조씨는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마약 검사도 실시했는데 간이시약 검사 결과로는 음성 판정이 나왔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또,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조씨의 범죄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을 지낸 권일용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는 23일 연합뉴스에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 중에서도 '시기' 유형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는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범인의 동기와 감정은 질투, 시기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의 것을 파괴하고자 하는 시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도 "반사회적 동기에 기인해서 본인의 폭력적 성향을 발현하는 사이코패스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또래살인' 정유정, 부산 돌려차기남 등 사이코패스 범죄 급증
문제는 최근들어 사이코패스 성향의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또래인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이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고, '부산 돌려차기남'도 연쇄살인마 강호순과 비슷한 수준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였다.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기영, '계곡살인' 이은해도 모두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조씨의 범죄 이력을 봤을 때 충분히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는 데도 관계 당국에서 충분히 관리·감독 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사이코패스 등 재범의 우려가 높은 중범죄자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수정 교수는 24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이 사람이 이제 앞으로 또 출소를 할 건데 그럼 그 이후에 발생할 장래의 위험은 도대체 어떻게 할 거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논의된 바가 있다"며, "치료 목적의 보호수용. 중간 처우 형태의 야간에 어떤 외출제한을 하고, 그러면 주거지제한이 되니까 이 사람에 대한 생활관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제도를 토론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입법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불안해 하면서 일상생활에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신다면 그러면 국민의 공감대가 있다는 이야기니까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주는 파장이 큰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제도화 움직임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2일 사건 현장을 찾아 애도를 표하고, 사이코패스 관리 감독 방안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3시께 신림역 인근 사고 현장을 찾은 한 장관은 범행 동선을 따라 살펴본 뒤 "사이코패스 등에 대한 관리 감독 방안을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 피해자 유가족 "사형 선고해달라".. 사형제 논의 본격화 될까?
한편,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가해자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는 청원을 올려 향후 사형제도 존폐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22세 피해자의 사촌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모씨는 지난 23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엄정한 처벌로 사회 경각심을 일깨워 달라며 읍소했다.
김씨는 "(피해자인) 동생은 심폐소생술(CPR)조차 받지 못하고 만 22살의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됐다"면서 "제 사촌동생이 하늘에서라도 억울하지 않게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해당 청원글을 올리게 된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는 사건 당일 신림동에 원룸을 구하기 위해 홀로 부동산을 방문했다가 다른 부동산에 전화하려고 나오던 중 가해자와 마주쳐 변을 당했다.
김씨는 "피의자는 남들도 불행하기를 바라 살인을 저질렀다며 반성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유족들은 갱생을 가장한 피의자가 반성하지도 않는 반성문을 쓰며 감형을 받고 또 사회에 나올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미 다수 범죄 전력이 있는 33살 피의자에게 교화되고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기회를 또 주지 않도록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고인은 불행한 일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악마 같은 피의자는 이런 착하고 불쌍한 제 동생을 처음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무참히 죽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한낱 흘러가는 단순 '묻지마 사건'으로 묻히지 않도록, 가장 엄중한 벌인 '사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다시는 저런 악마가 사회에 나오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고 거듭 호소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김영삼 정부 임기 말에 23명의 사형수에 대한 사형 집행을 한 것을 끝으로 지난 26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에 따르면 현재까지 144개국이 사형제를 폐지했고, 명목상 사형제를 유지만 하는 국가는 56곳이다. 실제 집행 국가는 27곳에 불과하다.
■ 국민 70.2% "사형집행 필요".. 국회•헌재는 사형 폐지에 무게
국민 여론은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021년 '사형 집행 필요성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0.2%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회와 법조계에서는 '사형 폐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6년과 2010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를 따졌다. 결과는 모두 합헌 결정이었다. 사형은 범죄 발생을 예방하고, 극악한 범죄를 대상으로 한 정당한 응보를 통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봤다. 또 다수의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범죄 등에 한정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과도한 형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합헌과 위헌 의견은 1996년 7 대 2에서 2010년 5 대 4로 위헌 의견이 늘어났다. 헌재는 현재 세 번째로 사형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데 이번에는 사형제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10월 발의한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계류중이다. 형법 등 법률에서 규정한 사형을 삭제하는 대신,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이다. 즉, 특정 요건을 갖추면 20년이 지난 후에 가석방이 될 수 있는 현행 무기징역과 달리 사망할 때까지 무조건 교정시설에서 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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