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지원 국가예방접종사업서 입찰 담합
직접 들러리 섭외…백신총판이 낙찰예정자
낙찰받은 80%…낙찰률 100% 이상 ‘이례적’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국내 백신 관련 사업자들이 조달청이 발주한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섭외한 후 투찰할 가격을 공유하는 등 입찰담합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1개 백신제조사(글락소스미스클라인), 6개 백신총판 (광동제약,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에스케이디스커버리, 유한양행, 한국백신판매), 25개 의약품도매상 등 총 32개 백신 관련 사업자들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입찰 담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409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이 담합한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국가 예방 접종사업(NIP) 대상 백신으로 인플루엔자(독감), 간염, 결핵, 파상풍, 자궁경부암(서바릭스, 가다실), 폐렴구균 등의 백신으로 총 24개 품목이다.
또 백신입찰 시장에서 장기간에 걸쳐 고착화된 들러리 관행과 만연화된 담합 행태로 인해 입찰담합에 필요한 들러리 섭외나 투찰 가격 공유가 용이했다.
낙찰예정자는 전화 한 통으로도 쉽게 들러리를 섭외할 수 있었다.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에 따른 학습효과로 각자의 역할이 정해지면 굳이 투찰가격을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투찰함으로써 이들이 의도한 입찰담합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정부 조달방식 변화에 따라 담합참여자들도 변화됐다.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가 생산하는 백신(자궁경부암, 폐렴구균 등)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제3자단가계약방식’(정부가 전체 백신 물량의 5~10% 정도였던 보건소 물량만 구매)에서 ‘정부총량구매방식’(정부가 연간 백신 전체 물량을 전부 구매)으로 2016년(일부 백신은 2019년)부터 조달방식을 변경했다.
제3자단가계약방식·정부총량구매방식 ⓒ공정거래위원회
입찰담합 가담 업체(32개) 현황 ⓒ공정거래위원회
이에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총판은 입찰담합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제약사가 직접 들러리를 섭외하고 백신총판이 낙찰예정자로 등장했다.
백신조달에 있어 기존 제3자단가계약방식에서는 의약품도매상끼리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바꿔가면서 담합해 왔으나, 정부총량구매방식에서는 낙찰예정자가 의약품도매상이 아니라 백신총판이 된 것이다.
다만, 의약품도매상은 구매방식 변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러리 역할을 수행했고, 백신총판은 들러리 역할은 하지 않았다.
특히,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에스케이디스커버리(구 에스케이케미칼) 등 3개사의 경우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으로 2011년 6월 제재를 받았음에도 다시 한번 이 사건 입찰담합에 참여함으로써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됐다.
업체별 과징금은 에이치원메디가 115억52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백신판매(71억9500만원),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40억6500만원), 정동코퍼레이션(43억400만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사건 담합으로 낙찰받은 147건 중 약 80%(177건)에서 낙찰률이 10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상적인 최저가 입찰에서 100% 미만으로 낙찰받는 것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국내 백신 시장에서 사업자들이 대부분 가담하고 장기간에 걸친 입찰담합 실태를 확인해 시장에서 부당한 공동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백신 등 의약품 관련 입찰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업체별 과징금액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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