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자들은 왜 화내는 걸까’로 데뷔해 불과 2년 만에 영화 ‘괴물들’과 ‘레슬러’에서 의미 있는 조연을 따낸 뒤 2019년에는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비중이 큰 감초 연기를 맡았다. 이어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는 여자 2번을 따냈고, SBS ‘녹두꽃’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넷플릭스 ‘스위트홈’으로 스펙트럼을 넓힌 뒤 ‘악마판사’에서는 ‘윤주현’ 역으로 주연 반열에 올랐고, 지난해 KBS2 ‘달리와 감자탕’에서는 ‘김달리’ 역으로 타이틀롤까지 따냈다. 그리고 올해엔 넷플릭스 ‘셀러브리티’로 원톱 주인공까지 맡았다. 단역에서 원톱주인공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8년이다.
배우 박규영의 성장세는 배우를 꿈꾸는 누군가에겐 매우 부러울 만한 대목이다. 17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베이비형 외모를 가진 박규영은 누구나 좋아할 매력을 가졌다. 배우로서도 강점이다. 메이크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과 악을 오고 가기 쉬우며, 때론 카리스마도 갖는다. 귀엽거나 청순한 것과 같은 여성적인 매력도 있으며, 섹시한 포인트도 다분히 갖고 있다.
그 장점이 넷플릭스 ‘셀러브리티’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박규영은 ‘아리’를 통해 처음에는 순수한 직장인에서 점차 셀럽이 된 뒤 흑화하고, 후반부에는 깊게 썩은 부조리를 다 폭로하는 강력한 뚝심마저 그려낸다. 청순함과 섹시함, 아울러 강인함까지 표현한다. 쉽지 않은 미션이었을 텐데도, 상당히 자연스럽게 연기했고 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봤던 시청자들은 박규영으로 인해 ‘셀러브리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그런 가운데 박규영이 지난 4일 한류타임스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직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한 박규영은 “보기에 화려하지 않아도 없으면 허전한 들꽃처럼, 편안하고 은은하면서도 좋은 에너지를 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류타임스는 ‘셀러브리티’에서 3단계 흑화 과정을 하는 등 많은 것을 배웠다는 박규영의 진심을 펼쳐본다.
시리즈 본 소감은?
감독님께서도 부담이 많이 되고 많이 떨렸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부담이 많았고 긴장됐는데 좋은 피드백이 많아서 기분이 좋고 후련해요.
이 작품 어떻게 제안받았고 뭐가 가장 좋았었는지.
저에게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어요. SNS가 저희한테는 밀접하잖아요. SNS를 명확히 설명할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태도를 통해 이야기를 만든 점이 흥미로웠어요. 감독님도 존경하는 분이었고요.
김철규 감독 어떤 작품이 좋았는지?
‘시카고 타자기’요.
‘셀러브리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느낌이 새로울 것 같다.
정말 좋죠. 이 작품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서 스태프들의 노고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보상을 받는 게 있지 않나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넷플릭스를 키면 제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와 있어요. 부모님이 넷플릭스 홈화면을 켜놓고 계세요. 하하.
패션이 정말 화려하다. 직장인에서 셀럽이 된 후, 그리고 폭로하는 지점 모두 의상이 다르다.
아리는 큰 맥락으로 3단계 변화가 있어요. 1차적으로 비주얼 적으로 조금 더 시각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스타일링 전담팀이 좋은 옷을 어울리게 잘 주셨죠. 헤어와 메이크업도 조금씩 변화가 있었어요. 컬의 차이도 있고요. 직장인 시절에는 제 옷을 입기도 했어요.
초반부부터 라이브 방송 장면이 꽤 많이 나온다. 리액션 없이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는 생소하기도 하고 어려웠을 것 같다.
그런 연기는 난생처음 해보긴 해요. 이야기와 함께 동시에 진행되는 부분이잖아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세계에 관해 설명하고 폭로하는 부분이잖아요. 사실상 레퍼런스는 없었어요. 여러 과정을 거친 아리에 대한 마음으로만 연기했어요.
연기하면서는 어땠을까.
재밌었어요. 헤어메이크업이나 스타일링이 일상에서는 하기 힘든 것도 있었고, 몇 분짜리 독백연기를 해야 했어요. 거의 다 외워서 했어요. 대사가 많았는데도요. 감독님께서 사법고시 봐도 되겠다면서 칭찬해주셨어요.
어차피 끊어서 가는 거 아닌가?
그래도 다 외워서 했어요. 프롬프트도 고려했는데, 그냥 제가 다 외웠어요. 믿어주세요. 이 장면이 어디에 붙는지 알고 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프롬프트를 보면서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셀럽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상 연예인의 이야기와도 맞물린다. 작품 하면서 유명세라는 키워드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도 유명해지는 게 도움이 되는 직업이죠. 극 중에서도 유명해지고 싶어서 많이 노력해요. 유명해진다는 것을 극에서 표현할 때 과연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동의가 될까 싶었어요. 저 역시 유명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셀럽이나 연기자나 명확한 명과 암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유명해지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고 유명해지는 게 안 좋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아리의 태도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의 몫으론 남겨두고 싶어요.
아리는 도데체 어떤 인물로 접근했나. 일반적이면서도 어딘가 강인함이 있고 정의감도 있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아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의와 솔직히었어요. 이 두 가지는 잃지 않으려고 했어요.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도 잘못된 걸 잡고 싶어서잖아요. 이 세계를 폭로하는 것도 있고요. 그런 맥락은 가지고 같던 것 같아요.
극 중에서 ‘셀럽’이 되는 치트키가 있다고 말한다. 배우로서 치트키가 있다면?
치트키라고 할 만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내가 이 이야기 안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를 위주로 생각해요. 다른 부수적인 건 굳이 생각을 많이 안 해요. 이번 ‘셀러브리티’에서도 아리만 생각했어요. 비주얼부터 모든 감정까지요. 그 외 박규영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 많이 안 했어요.
‘셀러브리티’는 넓게 보면 ‘타인의 시선’에 대한 태도를 말하는 것 같다. 박규영은 타인의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하다.
연기자로서 최대한 적당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좋은 반응은 대체로 수용하고 안 좋은 반응 중에선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최대한 수용해요. 그런데 제가 수용할 수 없는 비판이나 비난은 그냥 넘겨요.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타인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구나를 인지했을 땐 언제인가? 배우로서 숙명같은 걸 느낀 순간이 있다면?
엄청 관심을 받는 것에 크게 부담되지는 않아요. 연기하는 순간 스태프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 것 정도인데, 충분히 감당할만 한 것 같아요.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배우 같다. 원톱 주인공에 이어 ‘오징어게임2’까지 캐스팅 되면서 글로벌 팬들도 겨냥할 수 있게 됐다.
저는 바깥에서 저를 잘 볼 줄 몰라요. 수치적인 척도도 불분명하고요. 촬영하면서 성장해나가는 것 정도만 인지하고 있어요. 작품에 임하는 태도나 책임감이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요.
정서적으로 성장했다고 했는데, ‘셀러브리티’로 성장한 점이 있다면?
제게 도전이긴 했어요. 제가 정말 많이 나오거든요. 분량 자체가 도전에 가까웠어요. 비교적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고 생각하는데, 무사히 끝냈고 성취감도 있어요. 자신감도 얻었고요. 아울러서 많은 배우들에게 배운 점도 많아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오징어게임2’ 캐스팅에 대한 속마음을 말한다면?
사실 제가 많은 걸 말할 수 없어요. 정식적인 과정에 참여해서 캐스팅됐어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저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정도예요. 깊은 양해 부탁드려요.
주위 반응도 컸을 것 같다.
기사가 많이 나니까 부모님이 좋아해주세요. 이제 ‘오징어 게임’ 나가면 자유로움이 박탈될 것 같아 걱정이긴 해요.
어떤 배우로 방향성을 잡았는지 궁금하다.
제가 그렇게 튀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딱 보기에 화려하지 않아도 없으면 허전한 들꽃처럼 편안하고 은은하게 좋은 에너지를 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넷플릭스
함상범 기자 kc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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