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류빈 기자] 그간 중국 시장 의존도가 컸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엔데믹 이후에도 중국 현지 사업 회복이 어려워지면서 2분기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대신 실적 개선을 위한 발판으로 일본·북미·동남아 등 비중국 신시장 판로 개척에 주력하고 있어, 이러한 공략의 성과가 하반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사옥. (사진=각사)
아모레-LG생건, 2분기 실적 부진 전망…"중국 시장 부진·면세 매출 더뎌"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중국 소매 경기와 국내 면세 시장 부진 등으로 올해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매 경기가 시장 기대보다 부진해 중국 소비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했다”며 “2분기 면세 매출은 37% 감소해 애초 예상치보다 크게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하반기 이후 국내 면세 시장 규모에 대한 기대치도 낮출 필요가 있다”며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 입증과 면세 매출이 회복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중국의 더딘 경기 회복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쌓였던 화장품 재고 소진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법인과 설화수 매출 회복이 더딘 점은 아쉽지만 미국 등 비중국의 매출 증가와 중국 내 중저가 브랜드의 양호한 성과는 긍정적이며, 하반기에는 비중국과 글로벌에서 중저가 브랜드의 양호한 성과가 부각되며 주가가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생활건강의 2분기 전망에 대해서도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매출이 15%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면세 부진과 중국 실적 성장 부재 때문"이라며 "이 회사는 중국 사업 고전 속에 북미 등 해외 자회사들의 재무 건전성 확보, '후' 브랜드 변화 등을 준비 중이어서 장기 관점에서 관심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김명주 연구원은 "중국 화장품 시장의 더딘 회복으로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부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본다"며 "2분기 화장품 사업부 영업이익은 768억원으로 17.7% 감소한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중국 시장 회복이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엔데믹 이후 중국인들의 화장품 소비가 크게 늘지 않고, 한·중 갈등으로 반감이 커지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점도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또한 현지 중저가 브랜드의 강세도 K뷰티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다는 분위기다.
일본과 미국 시장 공략으로 해외 시장 다각화…"중국 시장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도
각사는 하반기 들어 비중국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중국에 치우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일본 고객 대상의 대형 프로모션 행사인 ‘아모파시페스’를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11일까지 2주간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위치한 ‘앳코스메 도쿄’에서 진행했다. 약 10만 개에 이르는 고객 체험 샘플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몰렸다는 후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에뛰드, 라네즈, 에스쁘아 등을 일본 현지에서 선보이고 있다. 아직 일본에 진출하지 않은 에스트라, 헤라, 프리메라, 비레디, 롱테이크 등의 브랜드는 아모파시페스에서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에스트라를 일본에 공식 진출시키고 ‘더마 뷰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은 2018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 중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긴 대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면서, 새로운 라인인 ‘로얄 레지나’를 출시해 용기에 한자 로고를 대신 영문 로고만 넣었다. 또 궁중 디자인을 지웠다. 이는 북미 등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LG생활건강은 북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지난 2019년 8월 인수한 '더 에이본 컴퍼니'를 북미 사업의 거점으로 삼아, 올해 빌리프와 더페이스샵 등을 통해 미국 화장품 시장과 소비자 등 현지 특성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며 채널 확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1월 스타벅스·아마존 출신의 문혜영 부사장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북미 시장 비중은 각각 8.9%, 4.9%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중국 인구수로 봤을 때도 비중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중국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업체들이 북미, 일본 등 해외 시장 다각화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며 “국가 간의 갈등으로 인한 시장 침체는 단기적인 상황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미래를 내다봤을 때 중국에서의 사업이 회복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중국 현지 법인을 철수한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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