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이 비추는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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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이 비추는 거울

엘르 2023-07-12 12:00:00 신고




어둑한 조명이 피부를 은은하게 감싸는 가운데 실험 도구를 연상시키는 갈색 병과 라벨이 질서 정연하게 줄지어 선 곳. 쌉싸름하면서도 포근한 자연의 향을 머금은 공간에 아로새겨진, 인류의 시적인 문장들. 과학과 인문학의 감성을 대위법으로 촘촘히 엮어내 그 누구도 닮지 않은 고유의 음계를 만들어온 이솝(AESOP)의 얼굴들이다.

오늘날 우리가 선망해 마지않는 이솝의 모든 아이덴티티를 함께 쌓아온 장본인이자, 브랜드 설립 이래 36년이 지난 지금도 몸소 스토어들을 누비며 컨설턴트를 직접 만나고 고객과의 열정적인 소통을 멈추지 않는 이솝의 고객경험 최고책임자 수잔 산토스(Suzanne Santos)를 멜버른의 한 스토어에서 만났다. 그가 전하는 이솝의 스킨케어 철학은,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다정하고 친절한 제스처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 뜻밖의 시작
이솝은 1987년 호주 멜버른의 해안가 지역인 세인트 킬다(St. Kilda)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솝의 공동 창립자인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싱겁고도 평범했다. 스물다섯 살의 젊은 헤어 디자이너인 데니스 파피티스(Dennis Paphitis)는 새로 오픈할 자신의 살롱 ‘이메이스’(그리스어로 ‘우리'라는 뜻)에서 주말 동안 일해줄 수 있는 사람을 구했고, 대학에서 사회학과 철학, 역사 등을 공부하던 학생 수잔 산토스(Suzanne Santos)는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를 만났다. 그러나 데니스는 절대로 평범한 헤어 디자이너가 아니었고, 수잔 또한 한낱 아르바이트생이 아니었다. 인문학적 호기심과 치열한 탐구 정신이란 공통점을 지닌 둘의 만남은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내며 뜻밖의 긴 여정으로 이어졌다.


# 에센셜 오일의 선구자
오늘날에는 온갖 자연 유래 성분과 에센셜 오일이 화장품에 흔히 쓰이고 있지만, 30여 년 전만 해도 식물성 성분을 제대로 활용하는 코스메틱 기업이 거의 없었다. 수잔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비범한 구석이 있던 데니스는 일찍이 에센셜 오일이 피부와 머리카락에 줄 수 있는 효과를 이해했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데니스는 자신의 모험심을 수잔에게 공유했고, 둘은 염색으로 모발이 손상된 이들을 위해 에센셜 오일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각종 컨퍼런스와 클래스를 누비며 다양한 오일 블렌딩과 아로마 오일의 효능, 품질, 보관 및 응용법에 대해 배우며 정신없이 주말을 채웠다. 수잔은 그 시기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로 회상한다. “달리는 게 즐거웠어요. 1년쯤 지나서는 ‘반드시 인공 성분만 쓰지 않아도 된다’는 데니스의 생각이 맞다는 걸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요.”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LA의 한 랩에서 첫 헤어 제품이 개발되었고, 이후 갈색 병을 이용해 포뮬러를 안정시키는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접근을 거쳐 헤어뿐 아니라 보디와 스킨케어 제품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이솝의 첫 핸드밤 역시 생화학자와의 과학적 협업으로 탄생했다.

데니스와 수잔이 만든 제품이 입소문을 타자 용감했던 한 백화점 담당자가 발 빠르게 그들의 저력을 알아보며 입점을 제안했다. 그 과정에서 타사 브랜드명과 겹치던 ‘이메이스’ 대신 보다 문학적이고 상징적인 ‘이솝’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입게 됐다. 에센셜 오일이 뷰티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시대, 그 시작에는 이솝이 있었다.


# 포뮬러의 힘
요즘은 어떤 화장품에 어떤 성분이 함유되었는지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광고에 등장하는 유효 성분의 원료적 특성이 피부에 그대로 작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좋은 성분을 이것저것 넣었다는 사실만으론 제품의 실질적 효능이나 완성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솝의 멜버른 본사 Ramp;D 디렉터 새미 하마다(Samy Hamada)와 그의 연구팀은 평균 2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신제품을 내놓고, 이미 출시된 제품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테스트와 개선 연구를 진행한다. 에디터가 만난 이솝의 연구팀은 에센셜 오일을 비롯한 고품질 원료와 성분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각 성분들이 이루는 조화와 비율, 제형과 용법 등 피부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포뮬러’에 유독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셀러브리티 마케팅이나 공격적인 광고 대신, 고도화된 포뮬러로 제품의 효능을 끌어올리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피부에 전달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는 것.


# 스킨, 케어
이솝이 강조하는 데일리 스킨케어 루틴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바로 클렌징-토닝-하이드레이팅의 3개 스텝이다. 물론 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다른 여러 단계를 더하고 응용할 수 있지만, 이솝의 공동창립자 수잔 산토스를 비롯한 컨설턴트들은 계절이나 피부 타입에 맞춘 제품을 잘 고르기만 하면 이 3단계만으로도 피부 건강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미세먼지가 많은 도심에 살면서 건성 피부인 에디터의 여름 스킨케어 루틴은 ‘파슬리 씨드 페이셜 클렌저'로 깨끗이 세안하고, ‘비 앤 티 밸런싱 토너’로 피부의 밸런스를 잡아준 다음, 여름철에 단독 하이드레이터로 쓸 수 있는 ‘파슬리 씨드 안티옥시던트 인텐스 세럼’을 산뜻하게 발라주는 것이다. 더운 날씨에 피지가 많이 분비되어 답답하다면 1주일에 한 번쯤 클레이 베이스의 ‘파슬리 씨드 클렌징 마스크’로 딥 클렌징을 해주면 개운하고, 습한 날씨에도 자외선이나 수분 부족으로 자극을 받을 땐 ‘서블라임 리플레니싱 나이트 마스크'를 하고 자면 충분했다. 살짝 허전한 듯한 이 루틴에 익숙해지자 거울 앞에 수많은 제품을 쌓아둘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이걸 바르지 않으면 당장 손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온갖 기능성 화장품 중 내가 무엇을 빼먹고 있나 걱정할 필요가 없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단번에 자신에게 맞는 제품으로 완벽한 루틴을 짤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남이 묘사해둔 설명만 읽고는 내 피부에 실제로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할 수 없으니까. 이솝은 그런 사람일수록 스토어에 들러 이 3단계를 부담 없이 테스트해보길 권한다. 씻어내고 발라주는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진짜로 알맞은 루틴을 찾을 수 있도록, 모든 이솝 스토어의 심장과도 같은 싱크가 마련되어 있는 거니까.








# 피부와 만나는 시간, 페이셜 어포인트먼트
보다 밀도 있는 케어가 필요한 피부인가? 이솝의 ‘페이셜 어포인트먼트'는 이솝 제품이 지닌 탁월한 성분과 탄탄한 포뮬러를 가장 효과적으로 피부에 전달하기 위한 서비스이자, 이솝이 추구하는 건강한 삶과 균형의 제스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트리트먼트 공간은 마음과 오감, 피부가 상호작용을 하도록 세심하게 디자인됐다. 공간, 음악, 향과 같은 공감각적 요소를 위화감 없이 신비로운 분위기에서 선사한다. 이솝 특유의 흙이 주는 따뜻한 질감, 몸과 마음의 날카로움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포근한 조명과 아로마틱한 고요함 속에서 잠시나마 일상의 불안과 초조함으로부터 놓여나는 기분을 경험했다.

이솝의 페이셜 어포인트먼트는 전 세계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특히 트리트먼트 진행에 앞서 담당 직원이 고객의 피부 고민과 니즈를 아주 세세하게 체크하는 상담을 진행한다. 피상적으로 진행되는 절차가 아니라, 보다 정확한 맞춤 프로그램과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피부뿐만 아니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컨디션까지 꼼꼼하게 파악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상담 때 털어놓은 사소한 피부 고민이나 습관은 트리트먼트에서의 세심한 배려로 연결됐고, 내 피부 타입에 알맞은 이솝 제품과 트리트먼트를 위해 개발된 제품들이 리드미컬하고 유려한 동작을 통해 피부에 듬뿍 전달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솝 사운즈 한남 스토어에서 예약할 수 있으며, 피부 컨디션에 따라 6가지의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 거울 앞에 서서
수잔 산토스와 나눈 길고 깊은 대화 속에는 탁월한 제품에 대한 자부심, 독창적 캠페인에 대한 고집스러운 철학, 문학과 예술에 대한 애정과 존중의 언어가 오갔다. 그것들은 이솝이라는 브랜드를 선망하게 만드는 명확한 이유가 되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에디터에게 가장 큰 여운을 남긴 수잔의 이야기는 이솝의 빛나는 업적에 관한 것이 아닌, 매일 거울을 들여다보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한 아주 평범하고 내밀한 고민에 대한 고백이었다. 수잔의 말은 곧 이솝이 추구하는 스킨케어의 본질과 방향성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가장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거울을 보는 일이 종종 고통스럽습니다. 매일 아침, 나이 든 피부와 얼굴을 거울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마주하기가 쉽지 않아요. 아마 고객들도 마찬가지겠죠. 그래서 우리는 고객이 ‘피부가 늙은 것 같다'고 털어놓을 때, 그걸 부정하거나 다시 젊음을 되찾아주겠다는 달콤한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사실 피부 건강은 제품 몇 개를 쓴다고 당장 좋아지는 게 아니라 잘 먹고, 잘 자고, 사랑하고, 사유하는 행복한 삶으로부터 차오르는 것이니까요. 이솝은 각각의 피부를 위한 최선의 제품을 만들고 권하는 것에서 나아가, 삶의 풍요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영감과 제스처를 나누며 본질적인 스킨케어를 완성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걱정을 이해해요. 여기서 함께 마음을 편히 가져봐요, 우리.’”

수잔에 따르면, 이솝이 이름을 따온 〈이솝 우화〉는 ‘대화’의 장르다. 그렇기에 이솝이 원하는 건 일방적인 제품의 전달이 아닌, 보다 발전된 대화를 통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것에 가깝다. 이솝의 공간에 낮은 조의의 은은한 조명을 두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누구든, 쨍한 빛 아래 훤히 드러난 피부의 결점을 보며 스트레스받지 않길 원하기 때문. 편안하고 건강한 선택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솝이 비추는 거울은 언제나 투명하고 정직하면서도 부드럽게 우리 모두의 피부를 어루만져줄 것이다.





에디터 송유정(미디어랩) 자료제공 이솝 디지털 디자인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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