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뉴욕증시는 미국 6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월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하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비농업 고용지표가 둔화됐지만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기조는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87.38포인트(0.55%) 하락한 3만3734.88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2.64포인트(0.29%) 내린 4398.95를,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8.33포인트(0.13%) 하락한 1만3660.72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 기준으로도 3대 지수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한 주 만에 1.16%, 나스닥지수는 0.92%, 다우지수는 1.96%씩 각각 하락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투자자들은 6월 노동부의 고용 보고서와 국채금리,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 등을 주시했다.
노동부가 발표한 6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0만9000명 증가했다. 이는 2020년 12월 이후 가장 적게 늘었다. 6월 수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4만명 증가를 밑돌았고, 전월 수정치인 30만6000명보다 10만명가량 적었다.
하지만 고용이 둔화됐음에도 6월 실업률은 3.6%로 전월 3.7%보다 낮아졌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36% 올랐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4.35% 상승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0.3%와 4.2%를 소폭 웃돈다.
전일 ADP의 6월 민간 고용이 49만7000명으로 집계된 이후 6월 고용이 예상보다 증가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ADP 고용과 노동부 고용 지표에 차이가 컸다.
고용지표 발표 이후 미 국채수익률은 반락했다 다시 오르는 등 혼재된 양상을 보였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장중 4.09%까지, 30년물 수익률은 4.06%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전일 5%대로 올랐던 2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4.95%대에 머물렀다.
시장참가자들은 이날 미국 6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둔화됐지만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스탠스를 막을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지속되더라도 고용지표가 이 정도 수준으로 완화된다면 경제 연착륙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도 일었다.
이에 주가지수가 전반적으로 약한 흐름을 보였지만 하락폭은 제한적이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정도의 고용 증가세를 10만명 정도로 보고 있으며, 임금 상승률도 물가상승률 목표치 근처인 2%~3% 수준으로 둔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임금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만큼 투자자들은 다음에 나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시선을 돌렸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고용시장이) 더 지속 가능한 곳으로 가고 있다"라며 "이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며, 더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경로로 돌아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종목 별로는 전기차회사인 리비안의 주가가 웨드부시의 목표주가 상향 소식에 10%대 급등했다. 웨드부시는 리비안의 목표가를 25달러에서 30달러로 높였다. 메타 플랫폼스의 주가는 트위터 대항마 '스레드'를 출시한 가운데 약간 하락했다.
알리바바의 주가는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에 71억2000만 위안 규모의 벌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에도 8% 가까이 급등했다.
업종지수도 엇갈렸다. 에너지, 소재, 임의소비재, 금융, 산업 관련 지수는 상승했지만 필수소비재, 헬스, 부동산, 기술, 통신, 유틸리티 관련 지수는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고용 보고서는 7월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만한 수준이지만 이후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는 앞으로 나오는 지표를 좀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키스 러너 공동 투자책임자는 "오늘 보고서는 혼재된 그림"이라며 "경제가 무너지지 않고 계속 나아지고 있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임금 압박이 여전해 연준이 월말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 자문을 지낸 벳시 스티븐슨 미시간대학 교수는 "연착륙을 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라며 "우리는 이 숫자를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열차는 또 다른 금리 인상을 향해 달리겠지만, 나는 아직은 두 번째(금리 인상)에 돈을 걸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7월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92.4%로 반영됐다.
미 연준의 금리는 12월에도 5.25~5.50%를 유지할 가능성이 51.2% 정도로 높게 반영됐다.
즉, 올해 5% 밑으로의 금리인하 기대는 사실상 희박한 셈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61포인트(3.95%) 하락한 14.83에 거래됐다.
한편, 국제유가는 공급에 대한 우려와 달러화 약세 흐름에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06달러(2.87%) 오른 배럴당 73.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지난 5월 24일 이후 최고치이다. 유가는 이번 주에만 4.56% 올라 2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2주간 상승률은 6.80%에 달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지속하기로 한 가운데, 공급 우려에 상승했다.
여기에 미국의 고용 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달러화가 하락한 것이 유가 상승에 일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이번 주 감산을 지속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산유국들의 감산량은 대략 하루 500만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 글로벌 원유 수요의 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원유 분석업체 보텍사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 홍해 아인 수크나 항구 인근 부유식 저장고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저장 규모가 현재 1050만 배럴로 6월 중순에 비해 절반가량 감소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이날은 멕시코의 초대형 유전 지역 해양 플랫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공급 우려를 부추겼다.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PEMEX)에 따르면 이날 오전 멕시코만에 있는 칸타렐 유전 지대 노오치-A 플랫폼에서 화재가 발생해 비상정지 시스템이 작동했다. 해당 유전의 생산량은 하루 15만 배럴 안팎이다.
노르웨이 에퀴노르 ASA가 인력 부족으로 북해 오스베르크 동부 유전에서 생산을 중단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달러화 가치가 미국의 고용 지표에 하락한 점도 유가 상승에 일조했다. 고용 지표 발표에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달러화가 떨어지면서 유가는 반등했다. 통상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 트레이더들의 원유 매수를 자극한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102.266까지 하락해 전날보다 0.8% 이상 하락했다.
전날 발표된 ADP의 민간 고용 지표가 큰 폭 증가하면서 당초 노동부의 고용 지표도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 지표가 예상치를 밑돌자 실망 매물에 달러화 가치가 큰 폭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이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는 "예상보다 약한 고용 보고서는 최근의 시장 열기를 일부 제거했으나 노동시장은 여전히 매우 타이트하다"라며 "7월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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