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회의원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민 불안을 잠재운다는 취지에서 벌인 행동이 역풍을 맞고 있다.
국내 수산물 안전성을 입증하고 소비 침체를 막겠다는 뜻에서 '수조물 먹방', '릴레이 횟집 회식' 등을 이어가고 있는데, 일본인들마저 여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박성중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수산물 오찬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국제사회학 교수 겸 사회학자는 지난 4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 일본이 한국 여론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언론이 한국의 여론을 매우 민감하게 보도하고 있다"며 "야당이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안을 냈다든지, 한국 국회의원들이 횟집 퍼포먼스를 했다는 것 등을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런 횟집 퍼포먼스 같은 것을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희화화돼 한국의 여론을 자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일본 소셜미디어(SNS) 내에선 "퍼포먼스를 하려면 일본 측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 달라", "시식할 거면 일본에 와서 후쿠시마산 시식을 해 달라"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아직 방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 수산시장을 찾아가 생선이 담긴 수조 물을 떠서 먹고, 횟집을 돌며 잔치를 벌이는 게 오염수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을 찾은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이 수조에 담긴 물을 떠 마시고 있다. / 유튜브 'KBS 뉴스'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런 퍼포먼스는 국내에서도 썩 환영받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을 찾은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 등은 횟집 수조에 담긴 물을 여러 차례 떠 마셨다.
그러면서 "이 물이 지금 일본이 방류하는 것(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보다 훨씬 진하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당시) 방류해 우리 근해까지 온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리에 함께한 같은 당 류성걸 의원도 수조물을 마시곤 "이거 완전 바닷물이네. 짭조름하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의 모습 / 이하 뉴스1
국민의힘 의원들의 수조물 먹방을 본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 브리핑에서 "수산시장 수조의 물을 마시면 국민이 핵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느낄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너무나 기괴하다. 수조 속 생선들도 황당했을 것"이라며 "아직 핵 오염수는 방류도 안 됐는데, 지금 노량진 수조물을 떠 마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 정부보다 더 적극적인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여당의 바닷물 수조 먹방쇼는 웃기는 행보. 아무리 대통령에게 잘 보이고 싶다고 해도 불안해 하는 국민을 앞에 두고 이러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아부 작작 하시라"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수산물 오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병수 의원, 이태규 간사, 조경태 의원
국민의힘 소속 일부 의원은 이후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전성을 적극 홍보, 횟집 식사를 인증하고 다음 의원을 지목하는 이른바 '횟집 가기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정녕 쇼라도 하고 싶다면 후쿠시마 한달살이를 제안한다. 세슘 우럭 먹방도 제안한다"며 "여당 의원들이 일본 홍보대사가 됐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시장에서 한 직원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4일 최종 보고서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놨다.
일본 정부는 보고서 결과에 따라 오염수 방류 작업에 들어간다. 명확한 시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올여름 안에 진행될 예정으로, 133만 톤에 달하는 오염수를 정화를 거쳐 30~40년 동안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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