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은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군 엔트리 변동을 알렸다. 총 10명이 말소됐다. 이중 단연 눈에 띄는 이름은 박건우(33ㆍNC 다이노스)였다. 별다른 이유 없이 1군 엔트리에서 빠져 궁금증을 자아냈다. 다음날 바로 의문이 풀렸다. 질책성 말소였다. 강인권(51) NC 감독은 4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원팀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길 바랐는데, 그 부분에서 박건우 선수에게 아쉬움이 컸다"며 "성숙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박건우의 1군 엔트리 제외 배경을 밝혔다.
박건우는 2021년 12월 6년, 최대 100억 원(계약금 40억 원, 연봉 총 54억 원, 인센티브 6억 원)에 NC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첫해인 2022시즌 11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6(408타수 137안타) 10홈런 61타점 52득점 OPS 0.866으로 제 몫을 했다. 올해도 타율 0.286(299타수 73안타), 7홈런, 41타점, OPS 0.816(팀 내 1위)으로 NC 타선을 이끌었다.
문제는 기량이 아닌 경기에 임하는 태도였다. 박건우는 올 시즌 큰 부상이 없으면서도 주기적으로 경기 중간에 교체를 요청하거나 수비 부담이 없는 지명타자 출전에 대한 바람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대부분의 선수가 잔부상을 안고 뛰지만, 박건우는 달랐다. 더구나 최근 NC는 최근 10경기에서 2승 8패로 부진한 상황이었다. 팀이 힘든 상황에서도 팀을 우선하지 않는 태도가 ‘팀 퍼스트’를 강조하는 강인권 감독의 심기를 건드렸다. 강 감독은 "지난주 경기를 하면서 박건우 선수가 여기저기 불편함을 호소했던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고참으로서 실력뿐 아니라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건우는 두산 베어스 시절에도 비슷한 태도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지난 2021년 6월 김태형(56) 당시 두산 감독은 박건우를 1군에서 제외하면서 "컨디션 난조라기보다 본인이 피곤해 쉬고 싶다고 하길래 푹 쉬라고 했다"면서 "여기는 팀이다. 특정 선수로 인해 팀 분위기가 잘못되면 감독은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그 결단이 필요했다고 생각하기에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강 감독은 지난해 11월 취임식 당시 "원팀에서 벗어나는 선수는 가차 없이 엄벌을 내리겠다"며 "선수와 코치가 하나가 되는 야구를 펼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단 있는 지도자로 평가받는 강 감독은 팀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주축 타자를 말소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박건우 말소를 통해 누구든 예외 없이 팀워크를 지키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강 감독은 "지금이 한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고비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제가 가진 원칙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라고 힘줬다.
NC는 최근 10경기에서 4연패 포함 1승 9패로 부진하다. 강 감독의 ‘충격 요법’이 침체한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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