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보건복지부가 출생 사실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주도에 전달한 이른바 유령(무적자) 아동 명단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출생 신고가 이뤄져 주민등록번호까지 부여된 아동을 보건복지부가 '출생 미신고 아동'으로 분류하는 바람에 경찰과 행정당국이 해당 아동을 찾느라 헛물만 켰다.
4일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제주시는 병원에서 임시 신생아 번호를 받았지만 출생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아동 1명에 대해 지난 3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제주도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출생 신고가 안 된 것으로 집계된 아동 16명의 명단을 넘겨받아 이들 부모를 대상으로 출생 신고가 안 된 경위 등을 파악하는 전수 조사를 진행하던 중 1명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자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해당 아동은 8살로, 친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출산한 직후 친부에게 아동을 보낸 뒤 연락이 끊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아동은 출생 신고가 돼 주민등록번호까지 부여 받은 상태였다. 또 해당 아동은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제주시는 해당 아동의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수사 의뢰 하루 만에 조사를 종결했다. 애초부터 보건복지부가 제주도에 전달한 '유령 아동' 명단에 오류가 있다보니 빚어진 해프닝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보건복지부가 미혼부에 의한 출생 신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첫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에 수사 의뢰된 해당 아동의 친모와 친부는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아 법적으로 부부 사이가 아니다. 우리나라 가족관계등록법은 엄마와 아빠 모두 출생신고 의무자로 규정하지만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는 생모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성이 아이를 출산하면 그 사실만으로도 친자 관계가 증명되지만 남성은 별도로 유전자 검사를 거쳐야만 혈연 관계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 의뢰된 아동은 혼외자 친부가 법원에서 친자 관계를 증명한 뒤 출생 신고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아동에 대한 출생 신고가 정확히 언제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출생 미신고 아동을 분류하는데 참고한 임시 신생아 번호에서 이처럼 친모가 미혼모일 경우 인적사항은 오로지 어머니 1명에 대한 것만 기록된다. 임시 신생아 번호는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신생아에게 출생신고 전 예방접종을 위해 부여하는 7자리 번호를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모의 인적사항만을 토대로 임시 신생아번호를 가진 아동이 추후에 어머니에 의해 출생 신고가 이뤄졌는지만 파악하다보니 이번처럼 미혼부에 의해 신고가 된 사례도 유령 아동으로 분류되는 허점이 발생한 것이다.
도 관계자는 "복지부로부터 출생 미신고 아동으로 통보 받았지만 확인해 보니 신고가 이뤄진 사례가 타 지자체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지부가 명단을 전달할 때 미혼부에 의한 출생 신고까지 고려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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