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광주를 찾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혁신'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친이낙연계(친낙계)도 이 전 대표와 이 대표의 회동에 앞서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불거진 이낙연 책임론과 악마화를 거론하면서 신뢰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이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 이 대표와 회동이 지연되면서 당내 화합보다 갈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는 2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와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기자들과 만나 "지역민들이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기대를 건 민주당에도 많이 실망한 것 같다"며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뤄 국민의 신뢰를 얻고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현 민주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이 위기를 벗어나 국민이 희망을 가지게 해야 하나 정부는 폭주하고,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며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체제를 재정비하고 각성하기를 바라나, 이 기대가 쉽게 이뤄질지 자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때 제가 몸담은 민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텐데 국민의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며 "혁신은 민주당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문제점과 대안도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현 단계로서는 (당에서의)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고 말했다.
즉, '사법리스크에 빠진 현 지도부로는 내년 총선이 어렵다' '개딸이 당내 민주주의를 헤치고 있다'는 비명계와 같은 주장을 한 셈이다.
이날 참배에는 민주당 이개호 의원과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 행정관 등 100명 이상이 모여 친낙계 세 결집이 본격화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 이낙연, 광주서 현 지도부 책임론 제기.. 비명계 황희 "일반론일 뿐" 확대해석 차단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부터 2박3일간 고향인 전남 영광과 광주를 방문했다. 정치적 기반인 광주의 마지막 공식 일정에서 나온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자칫 당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자 그러한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최근 혁신위에 새로 합류한 비명계 황희 의원은 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연히 지도부가 있으니 모든 잘못은 지도부한테 돌아갈 수밖에 없지요"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지도부에 대해 지도 역량이 있다, 없다라는 부분보다 민주당 전체가 변화와 혁신을 해야 된다라는 아주 강한 일침, 그렇게 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혁신이 필요하고 변화가 필요하단 얘기는 이낙연 전 대표 뿐 아니라 모든 민주당 당직자와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친문계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같은 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대선 후보 경쟁을 한 만큼 전 현직 대표간 갈등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신뢰 회복을 위한 2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하나는 야당이잖아요. 그러니까 윤석열 정권이 있거든요. 그런데 형편없잖아요. 이 문제를 같이 어떻게 할 것이냐"를 첫 번째로 꼽았으며, "총선을 앞두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기고 지금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어떻게 할 거냐. 이 2가지를 놓고 공통분모를 찾고 쉽게 말해서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는다면 두 분 다 지도자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걸 못 찾고 개인의 경쟁관계. 이것이 강조되어서 진짜로 함께해야 할 일들을 못 찾고 그 공통분모를 못 찾으면 그거는 훌륭한 지도자들이 아니죠. 그 지금 길목에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즉, 지지자들이 전현직 지도부에게 바라는 점은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과 내년 총선을 위한 단합이라는 주장이다.
친명계도 총선 승리를 위해 전현직 대표가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와 빨리 만나서 당 대표 중심으로 결속하는 방향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이 좋다"면서 "당의 단합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단합을 촉진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굉장히 위기 아니냐"며 "윤석열 정권이 검찰을 동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감사원을 동원해 야당을 압박하고 있고, 국정의 모든 힘을 야당 압박에만 쓰고 있다. 이걸 이겨내기 위해선 야당이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친명계 "총선 승리 위해 단합해야".. 친낙계 "이낙연 악마화.. 신뢰회복이 먼저"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전현직 대표가 서로 만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전 원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저러지만 양이씨(이재명, 이낙연)는 뭐가 그리도 틀렸습니까"라며 "손잡고 함께 싸워도 이길둥 말둥한 내년 총선"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빨리 만나고 풀고 단합하고 국민 손을 잡고 나가한다"며 "패배하면 끝"이라고 재차 두 사람의 만남을 요구했다.
앞서 안민석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전 대표가 귀국해서 정치 재개를 선언했다"며 "정치 행보를 본격적으로 하시기 전에 꼭 하셔야 할 한 가지 일이 있다. 이 대표부터 만나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친낙계에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개딸'을 중심으로 '이낙연 전 대표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인식이 '이낙연 악마화'로 이어진 만큼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친낙계인 신경민 전 의원은 최근 MBC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를 최대 라이벌로 생각하고, 이낙연 악마화에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국 대선 패배의 책임은 이낙연이다, 이렇게 보는 논리가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들 중심으로 계속 1년 이상을 확장해 왔다"고 했다.
대표적 친낙계로 꼽히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도 지난 3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양자 회동까지는 시일이 조금 걸릴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사이의 신뢰가 우선 복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대선이 끝난 뒤 '이낙연 대표가 협조하지 않아서 이재명 후보가 졌다'는 엄청난 비판을 받았는데 그 부분이 굉장히 황당하다. (선거) 결과가 나쁘게 나오니까 이낙연이 안 도와줬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당이 강해지려면 우리 당에 여러 가지 씌워진 오명들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친낙계도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을 다시 쇄신해서 윤석열 정부를 내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는 마음이라면 이 전 대표가 안 도와줄 이유는 없다"며 "당이 강해지려면 우리 당에 여러 가지 씌워진 오명들을 벗어야 한다. 방탄 정당이든 내로남불 정당이든 민주주의의 후퇴든 이런 문제를 진심으로 쇄신하고,당을 하나로 만드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친낙계 의원인 이개호 의원도 같은 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이낙연 역할론'에 대해 "당연히 총선 승리를 위해서 무슨 역할이든지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오랜 정치 경험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노련하게 민주당 승리를 위해서 역할을 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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