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파행을 이어가던 최저임금위원회가 노동계의 복귀로 정상화됐지만 결국 법정 시한을 넘기며 기싸움에 돌입했다. 양측은 동결과 인상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공익위원, 특히 정부 측 위원들이 표심이 2024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결정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재계 및 노동계에 따르면 최임위는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전원회의는 정화와 속개를 거듭한 끝에 오후 11시 20분께 종료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은 최저임금법상 심의·의결을 마쳐야 한다는 날이다. 하지만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올해 최임위 노동계 근로자위원들은 2024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26.9% 인상한 시급 1만2210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 사용자위원들은 올해와 같은 9620원을 제시해 동결로 맞서고 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만약 2024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최종 저율로 인상된다면 이는 정부가 사실상 기획한 결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은 온전히 윤석열 정부에 있음을 미리 경고한다”면서 “한국노총은 오늘 9차 전원회의를 앞두고 최종불참까지 고려했지만 최저임금만 바라보고 생활하는 이 땅의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고 권리를 개선하기 위해서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희운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4년간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최저임금 인상은 실질임금 삭감으로 이어졌다”면서 “월급 빼고 다 올라 이제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현장의 근로자들은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1만2210원이 근로자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임금보다 일자리 자체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최저임금이 동결되지 않으면 최저임금법으로 보장하려는 대상인 저소득층을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은퇴한 고령자, 일 경험을 쌓으려는 구직 청년, 추가적인 가구 소득을 얻고자 하는 비경제활동 대상과 함께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폐업으로 고민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저소득층“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첨예하기 갈리면서 격차를 좁혀나갈 수 있을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 근로자위원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도 넘어야할 산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최근 근로자위원 1명이 빠진 26명으로 진행중이다. 근로자위원인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력 사무처장이 지난달 ‘망루’ 농성을 벌이다 체포될 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구속됐다.
고용노동부는 김 사무처장을 근로자위원에서 직권 해촉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대신 위촉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김 위원장이 김 사무처장과 공범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지난달 27일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 8명이 전원 퇴장하면서 파행을 겪은 바 있다.
류 사무총장은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에게 ”노사 동수 원칙이 정부 개입으로 깨졌다“면서 ”노사 간 대등한 논의와 결정이 가능하도록 공정한 운영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위가 법정 기한을 넘겼지만 결론을 이끌어 내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근로자위원 공석을 채우는 것부터 결론을 내야 한다.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표결을 진행할 경우 노사 동수의 원칙이 깨져 노동계가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또 양측이 협상에 실패할 경우 결국 공익위원안이 채택되는데 지난해에도 공익위원안이 채택되면서 노동계가 반발했다.
그러나 올해도 이미 법정시안을 넘긴 가운데 양측의 입장차가 큰 만큼 공익위원안이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공익위원은 노동계 추천 3인, 경영계 추천 3인, 정부 추천 3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결국 정부 추천 인사들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근로자위원 공석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고시 일정이 정해져 있는 만큼 사실상 공익위원들의 결정이 최종 관문이 됐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올해 취임위 관건이 1만원을 넘어설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계는 1만원을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 소상공인 측에서는 최저임금 삭감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내놨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역시 1만원을 넘기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이미 공익위원안으로 노동계의 반발을 샀던 만큼 정부도 쉽사리 공익위원안을 밀어붙이기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더욱이 정치권에서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반드시 심의를 마쳐야 한다. 최임위는 오는 4일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1차 수정안 제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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