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팝콘 먹으며 러 무장반란 사태 구경하기도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리만 인근 고속도로에서 한 소년이 우크라이나군 차량을 향해 국기를 흔들며 환영 인사를 건네고 있다. ⓒ AP/뉴시스
러시아 무장반란에 힘입어 기세가 크게 오른 우크라이나군이 남동부 대반격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26일(현지시간) 남부 헤르손주 헤르손의 드니프로강 건너 마을인 다치를 점령했다고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을 인용해 밝혔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 사샤 코츠는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치는 드니프로강 남쪽에 있는 마을로 우크라이나군이 강 이남으로 진출하면서 크림반도 진격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헤르손주는 그동안 드니프로강 기준으로 북쪽은 우크라이나군, 남쪽은 러시아군이 통제해 왔다.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도네츠크주에서도 대반격을 이어가고 있다. 한나 말랴르 국방차관은 이날 도네츠크주 리우노필 마을을 해방했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주에는 리우노필이란 이름의 두 개의 정착촌이 있는데, 되찾은 곳은 자포리자주와 경계에 있는 곳으로 전해졌다.
리우노필은 지난해 5월 치열한 교전 끝에 러시아군에 빼앗겼던 흑해 연안 주요 항구도시 마리우폴과 70㎞쯤 떨어진 곳이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3월 점령당한 리노우필을 탈환해 반격에 탄력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말랴르 차관은 현재 영토 130㎢를 탈환했고, 리우노필을 9번째로 탈환해 지난 한 주 동안만 17㎢의 영토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최전선 지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리 군이 모든 방향으로 전진했다”며 “매우 행복한 날”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국방부도 최신 전황 업데이트에서 바흐무트 주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드론부대 사령관 로버트 브로디가 24일 팝콘을 먹으며 러시아 무장 반란 사태를 태블릿PC로 보고 있는 모습의 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군은 이달 초 대반격을 시작했지만 러시아의 방어에 막혀 진군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23~24일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일으킨 무장반란 덕분에 우크라이나군 사기가 높아지면서 전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 세르히 체레바티는 "적의 혼란과 무질서는 우리에게 유리하다"며 "최전선에 있는 우리 군에게는 이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나이젤 굴드 데이비스 국제전략연구소 러시아·유라시아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는 러시아 전투병력의 단결 부족을 보여줘 러시아군 사기에는 끔찍한 일이지만, 우크라이나군 사기 진작에는 매우 좋은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은 팝콘을 먹으며 러시아 반란 상황을 한가롭게 지켜보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잇따라 올라왔다. 트위터에는 우크라이나 드론부대 사령관 로버트 브로디가 트럭에 팝콘을 한가득 쌓아놓고 태블릿PC로 무장반란 사태를 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여러 계정에 연달아 올라왔고, 합산 조회수는 최소 100만회가 넘는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마트에는 팝콘이 동났을 것” “우크라이나 팝콘 판매자들은 돈 더미에 올랐겠다” 등의 조롱도 쏟아졌다.
실제로 최전선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내홍 소식을 듣고 흥분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부상을 입고 키이우에서 치료중인 우크라이나군 안드리 크바스니차는 "우리 모두 흥분했다"며 "친구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오늘은 술을 마실 충분한 이유가 생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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