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배우 손석구가 연극 ‘나무 위의 군대’로 9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손석구는 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 참석해 “드라마 ‘지정생존자’를 통해 친해진 이도엽 형에게 연극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벌써 4~5년 전이다. 그 전에도 시도를 했지만 여러 이유로 안 되다가 도엽이 형이 박용호 프로듀서를 소개해줬다. 여러 대본을 보여줬는데 개인적으로 ‘나무 위의 군대’라는 작품이 현시대, 우리나라 관객들이 볼 때 가장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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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4월 태평양 전쟁의 막마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채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일본 문학의 거장, 작가 고(故) 이노우에 히사시의 원안을 극작가 호라이 류타와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합작해 완성했고, 2013년 4월 5일 도쿄 분카무라 시어터 코쿤에서 초연됐다.
전쟁 경험이 많은 본토 출신의 상관 역에는 배우 이도엽과 김용준이 캐스팅됐고, 태어나고 자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을 지키기 위해 군에 입대한 신병 역은 배우 손석구가, 상관과 신병의 곁에서 아무도 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해주는 신비로운 존재 여자 역은 배우 최희서가 연기한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연극 ‘온 더 비트’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무대에 올렸던 민새롬 연출가가 맡았다. 민 연출은 이번 캐스팅에 대해 한 마디로 “기가 막힌 캐스팅”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도엽은 상관이 무너지는 과정을 여리고 섬세하게, 마치 유리잔이 깨지는 것처럼 보여주는 섬세함이 인상적이었고 김용준은 그보단 조금 더 커다란 뚝배기가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고, 최희서에 대해서는 “주제 해석력이 뛰어난 배우였다. 연출인 저보다 오히려 통찰력이 있었던 배우”라고 극찬했다.
특히 손석구에 대해서는 “신병은 상관을, 나라를, 이 섬을, 본인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배신감이 크고 추락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절대적으로 내 삶 전체를 휘감고 있는 믿음을 한 사람에게서 봐야 하는 역할을 연기해야하는 역할”이라며 “손석구는 매체 연기를 통해 통증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줘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원 캐스트인 손석구와 최희서는 그간 주로 드라마와 영화 등 매체 연기로 대중에게 얼굴을 익힌 배우들인 만큼, 오랜 만의 무대 연기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다. 민 연출은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의 차이들이 있다고 하지만 저는 작업하면서 오히려 이야기를 다루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무대에는 접근하지 않은 세세하고 미시적인 시각들, 심리적인 변화들에 대한 접근이 굉장히 새롭고 촘촘하게 다가왔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손석구 역시 “(매체와 무대 연기가) 다른 걸 몰겠다. 처음 연습할 때는 다르게 해야하나 생각도 했지만 굳이 차이를 두려고 하지 않았다”면서 “과거에 연극을 했을 때 되지 않았던 나의 연기 스타일이 지금은 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캐릭터적으로 그간 내가 했던 역할들과는 너무 다른 역할이라 괴리가 큰 건 있었지만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연기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걸 바꾸면 내가 연극을 하는 목적들 중에 하나를 배신하는 꼴”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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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엽은 손석구에게 친한 형이자 연극 무대의 선배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도엽은 “초반에 (손석구의) 손짓이 어색해서 ‘무대이기 때문에 동작을 하려고 하지 말고, 평상시 연기할 때처럼 하면 편안해진다’는 말을 해줬다”며 “내가 생각해도 다이아몬드 같은 조언이었다. 손석구를 내가 만들었다”고 농을 던졌다. 이에 손석구는 “형이 어색하다고 해서 이것저것 해보면서 찾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평소에도 손발을 쓰지 않으면 대사를 외우지 못하는 편이다. 카메라 앞에서도 온몸을 써서 연기했기 때문에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로 편안하게 연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배우들 간의 호흡도 관심이다. 최희서는 이번 ‘나무 위의 군대’로 손석구와 9년 만에 연극 무대에서 재회했다. 그는 “9년 전 대학로 외곽의 소극장에서 각자 100만원씩 통장에서 꺼내 공연을 올렸다. 돈이 없어서 단 5일밖에 공연하지 못했다”며 “가끔 만나서 연극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손석구 배우가 ‘나무 위의 군대’를 하게 됐는데 여자 역이 있다고 연락을 줬다. 9년 전엔 50석밖에 되지 않는 소극장이었는데 9년 만에 만나서 좋은 공연장, 훌륭한 스태프와 배우들고 함께 하게 돼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도엽은 “(준비 과정에서) 김용준 형, 손석구와 많은 부분을 이야기했다. 제가 91학번인데, 정말 오래 전 졸업 공연을 연습하던 것처럼 치열하게 연구했다. 마치 대학생 시절 열정 가득했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며 “(호흡을 위해) 따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연습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의 인지도만큼 기존 공연을 보지 않던 새로운 관객을 유입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크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네 명의 배우들의 조화를 통해 관객들이 연극의 매력을 느끼고 공연장을 찾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연출진과 스태프, 배우들까지 아주 밀도 있게 4개월간 고민하고 해석하면서 완성한 작품이라 그 어느 것 하나 의미가 없는 것이 없다”고 기대를 높였다.
‘나무 위의 군대’는 당초 8월 5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모든 좌석이 매진되는 인기에 힘입어 공연 기간을 일주일 연장, 8월 12일까지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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