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연일 정부·여당을 향해 민생 추경 편성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내세우며 긴축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며, 여당인 국민의힘은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경기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위해 잇따라 추경을 편성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23일 강원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채폭탄이 민생경제를 덮쳐오는데도 정부여당은 묵묵부답"이라며, "정부여당이 나서지 않으면 야4당 협의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출 잔액이 코로나19 전인 2019년 말보다 무려 50.9% 증가해서 1033조7000억까지 치솟았다고 한다"며 "가계·기업의 신규 연체율도 작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늘어난 가계 대출 연체액의 62%가 다중 채무자, 소득하위 30% 같은 취약차주"라고 지적했다.
이어 "살기 위해 빌린 돈이 삶을 옥죄는 일이 없도록 치솟는 물가와 공공요금 부담에서 서민과 취약계층을 지켜내야 한다"며 "벼랑 끝 삶에 내몰린 국민은 더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다. 국가 대신 국민이 빚을 지는 이 불합리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면서 추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민주당은 연일 민생 추경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21일 국회 최고위 회의에서 "에너지 비용이 우리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부담 완화를 위해서 추경(추가경정예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에너지 사각지대, 빈곤 가구가 1년에 2배로 늘었다. 소득 하위 20%의 필수 생계비가 가처분 소득의 90%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고물가에 공공요금까지 급등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영업자와 경로당, 사회복지시설의 냉방비 경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찜통 교실에서 고통 받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며 "국가재정이 모든 국민에게 무더위를 날려버릴 시원한 바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경안을 제시하면 민주당은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 우선 민주당은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들과 추경 대화를 먼저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추경 편성에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10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했다.
배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진짜 민생을 위한 3대 추경을 제안한다"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예산 3조797억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이자 지원 예산 5조 7천억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제 도입 예산 1조 158억 등 10조원의 추경을 주장했다.
■ 정부·여당, 추경 반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정신 좀 차리라"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추경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추경과 관련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추 부총리는 "(민주당에서) 35조원 추경을 얘기하는데 처음 추경 얘기가 나왔을 때는 당연히 세수 부족에 따른 감액 추경, 지출 효율화를 위한 지출을 줄이기 위한 추경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세수가 부족하다고 여야 의원이 걱정하면서 그것과 별개로 35조원을 더 쓰겠다고 하면 도대체 나라 살림을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냉철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1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추경 재원이라는 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갚아야 할 빚"이라면서 "최대한 억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국회 예결위 여당 간사인 송 의원은 "이 대표는 마치 추경을 편성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처럼 주장하는데, 무식하면 용맹하다는 말이 실감 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의원은 민주당이 제시한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비현실적이라 지적하며 "(추경은) 또다시 국채를 발행하자는 주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건국 이래 70년 동안 쌓아왔던 국가채무가 600조원 수준인데, 지난 정부 5년간 400조원을 더했다"며 "재정을 거덜 내고 대한민국 망가뜨리려는 '가불 추경'을 더 이상 주장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한편,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중앙정부와 달리 지자체들은 잇따라 민생 추경을 편성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추경 편성 결과를 종합한 결과, 186개 지자체가 지역 경기 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위해 총 19조1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 의회는 지난 21일 약 8천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통과시켰으며, 전주시도 12일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2425억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 영등포구, 용산구 등 서울시 자치구들도 추경 편성으로 민생을 돌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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