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도시, 호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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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도시, 호이안

더 네이버 2023-06-20 10:31:58 신고

하미해변에 자리한 포시즌스 리조트 더 남하이.  

담으로 둘러싸인 각 빌라는 독채와 공용 거실, 프라이빗 풀 등으로 구성된다. 

남북으로 긴 S자를 그리는 베트남의 중심부에 위치한 해안 도시 다낭과 호이안. 두 곳은 유달리 한국인의 사랑을 받는 여행지로, 한국 여행자가 어찌나 많은지 ‘경기도 다낭시’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대도시인 하노이, 호찌민과 달리 소도시의 여유로움에 해안까지 갖춘 이국적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을 끌어당긴 것이리라. 호젓한 휴식을 그리며 다낭 옆의 작은 도시 호이안으로 떠났다. 구시가지의 흔적을 그대로 품은 작은 휴양지이자, 시골과 바다 풍경, 옛것과 현대적인 것이 조화를 이루는 곳일 거라는 기대를 품고서.

1 빌라에서는 특별한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다. 각종 빵과 달걀요리, 쌀국수 등으로 구성된 상을 수영장 위에 차려낸 ‘플로팅 브렉퍼스트’. 2 오후 5시 30분, 수영장에서 촛불 밝히기 의식이 시작된다. 초에 불을 붙이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전통이다. 3 하미해변은 프라이빗 다이닝, 결혼식 연회 등 다양한 행사의 배경이 된다.

호이안은 긴 해안선을 따라 자리한 만큼 해변에 럭셔리 리조트가 즐비하다. 다낭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40분을 달려 도착한 포시즌스 리조트 더 남하이(이하 포시즌스 남하이)는 호이안의 특징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하미해변에 위치한 부지에는 백사장과 베트남 전통 양식의 건축물, 작은 채소 농장과 불교 사원까지 모여 있다. 옛 주택을 닮은 빌라 설계는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건축가 레다 아말루(Reda Amalou)가 맡았다. 베트남의 전통 목조 주택 나르엉(nha ruong)은 기둥과 서까래로 공간을 구획하고 경사진 지붕을 얹는 형태인데, 여기서 착안해 전통 지붕과 큰 목재 프레임으로 개별 건물을 구축했다. 또한 공동 공간을 중시하는 전통에 따라 빌라 내부에 단차를 두어 생활 공간과 취침 공간, 라운지를 나누었다. 벽으로 분리하는 대신 다기능 공간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객실 안 어디에서나 프라이빗 풀의 수평선과 하미해변의 모래사장, 그리고 해안선이 중첩된 빼어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시야에 걸리는 것 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야자나무의 수직선이 시원스럽게 교차한다.

4 빌라 내부의 라운지. 창밖으로 수영장과 바다 풍경이 내다보인다. 5 스파의 마사지는 금속 소리굽쇠로 마무리된다. 6 스파 연못에서 크리스털 싱잉볼 연주가 한창이다. 



비행의 여파로 인한 긴장이 풀리자마자 근육을 이완하기 위해 ‘더 허트 오브 더 얼스 스파’로 향했다. 불교의 영향이 짙어서일까. 이곳에서의 휴식은 향과 종소리로 시작한다. 매일 저물녘에는 연못에 편지를 띄우는 ‘굿나잇 키스’ 의식이 열리는데, 마음을 진정시키는 향과 중후한 싱잉볼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지구와 자연, 인류를 향한 마음을 적어 내려가는 시간이다. 베트남의 승려이자 평화운동가 틱낫한의 철학을 계승했다고 하니 그의 가르침을 따라 세상으로 눈을 돌려 생각을 정리해보자. 100분 길이의 마사지 역시 크리스털 싱잉볼의 울림과 은은한 향에 둘러싸인 채 진행된다. 전문 마사지사의 발 마사지로 시작해 정교한 지압과 금속 소리굽쇠로 피부에 미묘한 진동을 흘려보내자 금방이라도 깊은 잠에 빠져들 듯했다. 

 리조트 부지 내에 마련된 농장. 허브와 채소, 코코넛나무를 직접 재배한다. 

1 쿠킹 아카데미에서 만들 수 있는 베트남 전통 요리. 2 남하이 쿠킹 아카데미에서는 셰프가 모든 과정을 알기 쉽게 알려준다. 

생생한 미식 체험 

다채로운 향과 맛이 어우러진 음식은 여행에 생동감을 더하는 포인트. 리조트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포시즌스 남하이의 대표 레스토랑 두 곳은 메인 수영장 양옆에 자리한다. 우아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 남하이’는 유러피언 퀴진과 인도 요리를 선보이는 다이닝이며, ‘라 센’은 베트남 요리와 함께 한식, 일식, 중식, 태국 음식 등을 제공하는 아시안 레스토랑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근무했던 오재영 셰프가 리조트의 총괄 셰프를 맡고 있어 더욱 만족스러운 한식을 맛볼 수 있다. 베트남 미식을 더욱 생생히 즐기고 싶다면 ‘남하이 쿠킹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려보자. 하노이, 후에, 호이안 등 각지의 전통 요리를 체험할 수 있는 클래스가 마련되어 있다.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베트남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던 후에의 황실 요리에 도전했다. 용과 잎 피클과 새우를 주재료로 한 황실 샐러드(), 다진 고기 완자를 레몬그라스 막대에 꽂아 구운 꼬치 요리 넴루이(), 그리고 맑은 소고기 육수에 고추기름, 피시소스 등으로 맛을 낸 후에식 쌀국수 분보후에()까지 3가지 요리를 완성했다. 셰프의 안내에 따라 어엿하게 차려낸 요리를 먹고, 공식 수료증까지 받으니 요리에 대한 자신감마저 절로 불어난다. 

호이안 구시가지 풍경. 외벽이 노란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 등불이 켜진 투본강의 야경. 2 호이안을 대표하는 일본인 다리(내원교). 16세기, 일본인 거주지역과 중국인 거주지를 연결하기 위해 축조했다. 

시간이 멈춘 구시가지 산책

바다에 접하고 투본강이 흐르는 호이안은 16~17세기 크게 번성한 무역항이었다. 중국, 일본, 네덜란드, 인도 등지의 상인이 드나들며 이국의 문화가 뿌리내렸다. 하지만 영광도 잠시. 다낭이 새로운 무역항으로 떠오르며 호이안은 고요한 마을로 남았고, 그 덕에 전쟁 후에도 옛 도시의 모습을 보존한 호이안 구시가지는 199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리조트에서 차로 15분 거리,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구시가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동네를 거닐기에 앞서 ‘레한 갤러리’에 들렀다. 노란 외벽의 옛 건물에 자리한 이곳은 호이안을 사랑한 프랑스 포토그래퍼, 레한의 사진을 전시하는 갤러리다. 베트남 농어촌 풍경과 사람들의 얼굴을 꾸준히 기록해온 그는 ‘프레셔스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통해 베트남 54개 소수민족의 초상을 담았다. 전통 복장을 입은 소수민족의 인물 사진과 복식을 함께 전시해두었으니 여정에 앞서 베트남의 민족적 다양성과 역사를 익힐 수 있다. 
구시가지는 동서양의 색이 뒤섞인 채로 시간이 멈춘 모양새다. 베트남 전통 양식과 중국, 일본, 인도, 프랑스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각 문화의 고유한 개성이 강한 나머지, 색채가 소용돌이치는 액션 페인팅보다는 저마다 뚜렷하게 빛을 발하는 점묘화를 닮았다. 베트남식 목재 골조와 중국의 장식적 양식이 한 건물에 혼재되어 있는가 하면, 유럽식으로 칠한 노란색, 흰색 외벽이 흔하다. 가까이서 보면 혼란스럽지만 멀리서 볼 때 기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건물의 기원을 추측하며 골목을 걷다 차츰 어둠이 드리우면, 구시가지는 다른 빛깔로 발광한다. 색색의 등불이 켜지고 상점에 불이 들어오며 낭만적인 야경이 펼쳐지는 것. 강물에 비쳐 일렁이는 밤의 조명을 보아야 진정한 호이안을 만났다고 할 수 있겠다.  

수디르 두타(Sudhir Dutta) F&B 디렉터 & 오재영 총괄 셰프

포시즌스 남하이의 F&B 파트를 이끄는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왼쪽부터) 수디르 두타 디렉터, 오재영 셰프

리조트의 레스토랑 2곳을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는 대신, 유럽과 인도 요리를 한데 묶은 것이 흥미롭다.
수디르 두타(이하 두타)
투숙객에게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고 나아가 음식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하고자 했다. 인도 요리는 재료와 향신료 사용에서 베트남과 닮은 점이 많고, 인근의 참파섬은 인도 영향을 받은 지역이라 그곳 음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도 요리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우리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지 내에 작은 농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오재영(이하 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허브와 식용 꽃은 대부분 정원에서 직접 재배한다. 바질, 민트, 고수, 아마란스, 딜 등을 기르고 있으며, 오전에 요리사들이 직접 그날 필요한 허브를 딴다.
두타 이곳 토양에 해박한 꽝남성 농부들이 정원사로 일하고 있다. 전통 방식대로 퇴비를 직접 만들어 유기농으로 채소를 재배한다. 앞으로는 4,300그루의 코코넛나무를 활용해 레스토랑에서 사용할 코코넛 워터와 코코넛 오일을 직접 만들 계획이다.


레스토랑의 김치를 직접 담근다고 들었다. 
베트남에는 양질의 식재료가 많지만 김치를 담그기에는 현지 배추와 무가 무른 편이다. 그래서 한국 기후와 가장 유사한 달랏에서 재배한 배추와 무를 사용한다. 젓갈은 한국산 까나리액젓과 베트남의 멸치액젓인 능맘을 혼합하는데, 능맘은 한국 액젓보다 연한 대신 감칠맛이 강하기에 반씩 섞어 활용한다.


쿠킹 아카데미를 통해 황실 요리를 배우고 베트남 전통 음식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했나? 
베트남 영토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음식의 맛과 특성이 지역마다 다르다. 그것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각지 요리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두타 특히 베트남 중부 지역은 험난한 지형 탓에 북부나 남부 음식보다 맵고 짜다. 또한 팔각, 계피 등 향신료와 레몬그라스, 바질, 민트, 고추 등의 허브, 피시소스, 새우 페이스트는 다른 지역 음식과 구분되는 재료다. 후에 지역의 황실 요리는 황제가 선택한 베트남 최고의 요리사가 현지 요리를 발전시킨 것으로, 시각과 미각을 두루 만족시킨다.


타지인이 느끼는 베트남 요리의 매력은 무엇인가? 
두타
베트남 퀴진의 개성은 신선함, 단순함, 창의력, 그리고 담음새에서 비롯된다. 싱그러운 허브와 다채로운 소스가 맛을 변화시키는 과정이 놀랍다. 또한 하노이의 세련되고 정제된 요리부터 남부의 포근하고 대담한 맛, 중부의 맵고 풍성한 맛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베트남은 국토의 절반이 바다와 맞닿아 있어 신선한 해산물을 언제든 구할 수 있다. 그중 ‘칩칩’이라는 조개는 한국 바지락과 비슷하지만 향과 풍미가 뛰어나다. 이 밖에 부드럽고 달콤한 한치, 다금바리, 랍스터 요리도 고객에게 추천하고 있다.


포시즌스 남하이에서 꼭 경험해야 할 F&B 프로그램을 추천한다면?
두타
‘라 센’에서 열리는 ‘길거리 음식의 밤’을 추천한다. 베트남의 진정한 로컬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맛과 멋으로 가득한 활기찬 저녁을 보낼 것이라 확신한다.

취재 협조 포시즌스 리조트 더 남하이(www.fourseasons.com/hoian)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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