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농구, 배구만큼은 아니지만, 야구에서도 체격이 큰 선수가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고정 관념이 있다. 실력이 비슷하면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게 사실이다. 단신 선수들은 ‘키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과소평가를 받곤 한다.
그러나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듯이 실력으로 단신 선수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이들이 있다. 올해 고졸 신인 박명근(LG 트윈스)과 문현빈(이상 19ㆍ한화 이글스)이 대표적이다. 떡잎부터 남다른 이들은 KBO리그의 단신 스타플레이어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라온고 출신인 박명근은 2023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7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라온고 시절부터 시속 150㎞대 강속구를 뿌린 유망주로, ‘특급 신인’ 김서현(19ㆍ한화)과 함께 18세 이하(U-18) 청소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손에 꼽히는 유망주였지만, ‘언더 사이즈’ 투수라는 이유로 지명 순위가 뒤로 밀렸다. 구위는 뛰어나지만, 체격이 작아 프로에서 오래 활약하지 못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 시절부터 박명근을 눈여겨 본 염경엽(55) LG 감독은 그를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박명근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뛰어난 구위와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이제 팀에 없어선 안 될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19일까지 30경기에 등판해 1승 5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3.54로 활약하고 있다.
박명근은 174㎝의 작은 키에도 시속 150㎞에 달하는 '뱀직구'를 던진다. 키가 작은 투수는 광속구를 던지기 힘들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깼다. 염경엽 감독은 "팔로만 던지는 투수는 체력이 쉽게 떨어지고 구속도 떨어진다. 그렇지만 박명근은 탄탄한 하체를 이용해 온몸으로 던지는 투수라 구속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선발로 키워도 좋을 선수"라고 평가했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한 문현빈은 2차 2라운드 11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고교 시절 청소년 대표팀 주장을 지냈던 그는 올해 신인 야수 중 유일하게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개막 엔트리에 든 문현빈은 올 시즌 첫 경기였던 지난 4월 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즉각 선발 기회를 얻었고, 3루타까지 날리며 자신의 타격 재능을 뽐냈다. 내야수로 입단했지만, 지금은 중견수로 전향해 주전으로 뛰고 있다. 신인 타자 중 가장 많은 5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3(171타수 45안타) 3홈런 출루율 0.308 장타율 0.368 OPS 0.676을 기록 중이다.
문현빈은 키 174cm, 체중 82kg로 체격이 좋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파워가 좋다. 1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터뜨렸고, 15일 롯데전에서도 대포를 쏘아 올리며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18일 키움전에선 9회말 무사 1루에 5-5 동점을 만드는 우월 투런 홈런을 작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공수주를 다 갖춘 문현빈은 한화의 ‘작은 거인’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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