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양원모 기자] 유럽 연합(EU), 미국 등이 망 사용대가 법제화 논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IT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은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변재일, 전혜숙, 이원욱, 윤영찬(사진) 의원 및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주최한 ‘망 이용대가 글로벌 논의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다.
■ EU, 미국, 브라질, 베트남 등… 망 이용대가 논의 활발한 해외
간담회 발제를 맡은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에 따르면 최근 해외 주요 각국에서는 망 이용대가 법제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 5월 19일까지 ‘기가비트 인프라법’ 제정을 위한 의견 수렴을 마치고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EC는 이달 말까지 제출된 의견을 정리해 발표한 후 하반기에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는 지난달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이 망 구축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브라질 통신규제기관 아나텔(Anatel)은 올해 3월부터 망 이용대가 제도화 관련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다. 베트남 정부도 전기통신법 개정을 통해 '공정한 분담'에 대한 추가 규정 마련을 예고했다.
신 교수는 “EU는 ‘디지털 10년(Digital Decade)’을 위해 CP와 통신사 간 직접 보상 또는 기금 조성 등을 통해 다른 나라에 뒤처진 망 고도화에 필요한 투자 재원 마련을 우선순위로 추진한다”며 “(한국도) 정보통신 산업의 획기적 발전과 공정한 네트워크 사용을 위한 정책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韓은 3년째 ‘제자리걸음’… 2020년 이후 소관 상임위에 관련 법 계류
그러나 국내에서 망 사용대가와 관련한 논의는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2020년부터 모두 7건의 망 이용대가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런 가운데 구글, 넷플릭스 등 대형 글로벌 CP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망 트래픽 발생량은 급증하고 있다. 신민수 교수는 “트래픽이 ‘차’라면 네트워크는 ‘도로’와 같고, 차가 많아지면 도로도 넓어져야 한다” 며 “콘텐츠 사업자(CP)와 통신 사업자(ISP)는 상호보완적 관계인데, 콘텐츠 양과 네트워크 인프라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망 이용료를 둘러싼 CP와 ISP 간 대립이 표면화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벌이고 있는 법정 공방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개별 단위 네트워크(망)을 구축하는 건 민간 사업자인데, CP가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른바 ‘망 중립성’ 문제다.
망 중립성이란 데이터 트래픽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에게 동등하고 차별 없이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터넷 생태계 운영 규범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망 중립성’을 이유로 망 사용료 부과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망 중립성이 인터넷 생태계 운영에 중요한 원리지만 돈을 내지 말라는 원리가 아니”라며 “망 중립성 개념에 따라 차별 금지를 지향해야 하지만 이를 근거로 망 이용료를 반대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윤영찬 의원은 “망 이용대가 협상은 시장 자율이 우선되는 기업 간의 사적 계약의 영역”이라면서도 “그러나 힘도 자본도 막강한 글로벌 사업자에 비하면 국내 사업자의 협상 테이블은 늘 기울어져 있어 공정한 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 공정성과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제를 통한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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