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시리즈의 핵심 매력 중 하나는 빌런이다. 앞선 작품에선 빌런의 서사에 꽤 큰 비중을 뒀다. 대중은 빌런을 때려잡는 영웅 ‘마석도’만큼, 빌런을 사랑했다. ‘장첸’(윤계상 분)과 ‘강해상’(손석구 분)이 특히 큰 사랑을 받았다.
시즌3에는 빌런이 두 명으로 늘었다. 마약반 형사임에도 일본 야쿠자 마약상과 협업하는 가운데 몰래 약을 챙겨 큰돈을 만지려 했던 ‘주성철’(이준혁 분)과 야쿠자를 상대로 뒤통수를 치려한 주성철을 잡으러 온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이다. 마석도를 비롯한 경찰과 주성철 세력, 리키 세력이 절묘하게 서로를 쫓고 쫓긴다.
일본 영화 ‘바람의 검심’의 ‘사노스케’를 맡아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아오키 무네타카가 리키로 한국 영화에 나섰다. 장검을 들고 한국의 깡패들을 단숨에 베어버리는 과격한 액션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비록 시즌1과 시즌2의 빌런들처럼 서사를 부여받진 못했지만, 압도적인 액션과 이미지만으로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는 데 성공했다.
그런 가운데 아오키 무네타카가 지난달 23일 한류타임스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록 장검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야쿠자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리더의 말에 충성하는 성실한 직장인으로도 해석된다. 주어진 임무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무사의 태도가 리키에서 엿보인다. 아오키 무네타카 역시 비슷하게 인물을 해석했다고 한다. 왜 그토록 리키가 리더의 말에 충성하는지 서사가 허술한 면이 있지만, 그 여백이 느껴지지 않았던 건 배우가 연기로 채웠기 때문이다. 한류타임스는 한국 영화계와 마주하며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아오키 무네타카의 속내를 일문일답으로 펼쳐본다.
‘범죄도시3’를 처음에 어떻게 제안받게 됐는지.
마동석의 팬이었다. ‘부산행’을 통해서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와 함께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스태프들과 ‘화이팅’을 외쳤었다.
일본에서도 ‘범죄도시’가 인기가 많은지.
인기가 많은 편이다. 제 주변에도 ‘범죄도시’를 다 봤다. 일본 친구들도 그렇고 한국 지인도 그렇고 ‘범죄도시3’ 캐스팅 기사가 난 후에 비명을 지르는 리액션을 보여줬다. 저만큼 좋아해줬다.
멀리서만 마동석을 보다가 이번에 직접 봤는데, 어땠는지.
기본적으로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마동석은 대인배였다. 현장에서 주변사람들을 꼼꼼하게 챙겼다. 늘 ‘힘들거나 불편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달라’면서 저를 챙겼다. 같이 식사를 할 때는 늘 조크를 던져서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마동석 선배 초대로 VIP 시사회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다. 그렇게 많은 분이 왔다는 건 많은 분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증거다.
아오키 무네타카도 유도를 했었다. 마동석과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답은 확실하다. 마동석이 이긴다. 하지만 마동석은 나를 때리지 않는다. 상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검술 액션이 화려했다. 사무라이의 후예다웠다.
영화 촬영 후에 검술 액션이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 액션에서도 신선하고, 일본 액션에서도 본 적 없는 액션이 될 것이다. 한국 무술팀은 내게 ‘더 공격적으로 달려들어라’고 주문했다. 그때 깨달은 점이 일본은 절제된 동작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쓸데 없는 동작을 안 하는데, 그게 폼과 포즈를 중시하는 액션이었다는 걸 느꼈다. 제 액션은 한국과 일본의 하이브리드형 액션이다.
개인적으로 리키는 야쿠자 같지 않고, 마치 성실한 직장인 같았다.
저 역시 비슷하게 캐릭터를 해석했다.
그렇다면 리키는 왜 그렇게 이치조 회장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인가.
극 중에서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처럼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회장이 요구하는 일은 리키가 하고 싶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 따른 것이다.
리키의 태도가 일본인 특성인가.
일본인의 특성이라기 보다는 엔터테인먼트적인 면에서 리키 개인의 특성에 가깝다.
일반인은 죽이지 않고, 철저히 배신자만 처단한다. 그렇게 악랄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나는 리키가 충분히 잔인하다고 생각한다. 이치조 밑에 있는 야쿠자들이 다 리키 같지는 않을 거다. 수많은 야쿠자 중에 리키는 이치조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다. 프로페셔널한 킬러다. 총으로 갈 수도 있는데, 검을 선택했다는 건 살육을 즐기는 인물일 수 있다. 야쿠자는 일반인을 죽이지 않는다. 만약 일반인을 죽여야 한다면, 부하들이 처리할 것이다.
기자간담회에서 “리키로서는 지옥이었고, 아오키로서는 천국이었다”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리키는 약을 회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형사가 튀어나와서 부하를 때리더니 결국엔 너덜너덜해졌다. 그 큰 주먹으로 맞았다. 리키 인생에서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옥이라고 말했다. 아오키는 팬이었던, 그리고 존경했던 마동석과 함께 촬영했다. 그 주먹으로 맞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물론 촬영이어서 진짜로 맞지는 않았다.
일본에선 겪지 못한 한국 촬영장의 특징이 있을까.
현장 편집 기술이다. 감독님의 디렉션을 모두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 또 하루동안 직은 신을 모두 연결했을 때 성취감이 생겼다. 다음날 촬영에 대한 동기가 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밥차다. 한국요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매운 음식은 잘 못 먹는다. 그래서 ‘리키 스페셜’이 있었다. 어린이 음식에 가까웠다. 한국 스태프들이 환경 면에서 집중할 수 있도록 케어를 잘 해줬다.
촬영장이 아닌 면에서는?
무대 인사 형식이 달랐다. 한국에선 11관을 돌았다. 일본에선 많이 해봐야 4관 정도 돈다. VIP 시사회라는 이벤트도 일본에는 없다. 아무리 시사회라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한다는 것에 놀랐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얻었다.
한국과 일본이 외교적으로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혐일, 혐한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그렇고, ‘범죄도시3’도 그렇고 문화교류를 하면서 긍정적인 물꼬를 틀고 있다. 아오키 무네타카가 ‘범죄도시3’에 출연한 것을 일본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본 영화계도 다소 침체돼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화 교류를 통해서 활기를 되찾는 돌파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문화를 교류한다는 게 매우 드문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쿠니무라 준이 한국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건 매우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쿠니무라 준이 ‘범죄도시3’에 출연한 것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짧은 신이었지만, 극을 풍부하게 만들어줬다.
한국에서 같이 촬영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한참 생각 후) 손석구다. 최근에 ‘카지노’도 봤다. 정말 많은 매력을 보여준 것 같다. ‘범죄도시’에 나온 배우들도 다 멋있는데, 개인적으론 손석구 배우가 멋있었다.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 아직 한국에 재능있는 분들을 다 알지는 못한다. 여러 경험을 통해 많이 알아갔으면 한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함상범 기자 kc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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