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항공기 승무원이 우주방사선에 기준치 이상 피폭되지 않도록 항공사가 국제노선 근무를 편성하고, 기준을 초과하면 즉시 조처하도록 하는 제도가 11일부터 시행된다. 국제노선 승무원 대상 건강 검진과 우주방사선 교육이 의무화되며, 항공사 대상 정기 검사도 실시한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항공승무원 우주방사선 안전 관리를 원안위로 일원화하면서 안전 조치를 대폭 강화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내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항공 승무원은 높은 고도에 오르는 비행기에 자주 탑승하면서 일반인보다 우주방사선에 많이 노출된다. 특히 장거리 해외 노선이 많을수록 피폭량이 늘어난다.
항공기 승무원/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연간 방사선량은 3밀리시버트(mSv) 정도로, 이중 약 0.3~0.4m㏜는 우주방사선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우주방사선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국제선 비행기 안처럼 고도 10km 이상 높이 오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주방사선을 막아줄 대기가 부족해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내에서 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엄청난 고에너지를 가진 입자 형태의 은하방사선으로, 피폭의 95%가 은하방사선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인천공항으로부터 뉴욕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 때 피폭선량은 태양 활동에 따라 0.07~0.085mSv 정도다. 이는 흉부 X선 촬영을 한 차례 할 때 받는 피폭선량인 0.1mSv과 비슷한 수준이다.
비행기를 가끔 이용하는 승객들은 문제가 없지만, 매번 비행기에 탑승해야 하는 승무원들은 우주방사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원안위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항공승무원의 최대피폭선량은 평균 5.42m㏜로 일반인 선량한도인 1m㏜보다 5배 이상 높다.
이 기간 평균피폭선량은 연간 1.59m㏜지만, 이는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기 운항횟수가 줄어든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2m㏜가량 피폭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극지방을 통과하는 북극항로가 개설된 이후로 승무원들의 피폭 정도는 더 커졌다. 극지방에서는 우주방사선 영향이 최대 5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무원들이 우주방사선에 쉽게 노출됨에도 관련 규정이 원안위와 국토교통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등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그러던 중 2018년 대한항공 승무원이 백혈병 산업재해 신청을 한 이후 제도개선 필요성이 국회 등에서 제기됐고, 이후 2021년 원안위에서 우주방사선 안전관리를 일원화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연간 50m㏜로 유명무실했던 피폭방사선량 기준도 연간 6m㏜로 대폭 강화됐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우주방사선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생방법이 국회에서 개정됐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항공운송사업자는 승무원이 연간 6mSv 이상 피폭될 우려가 있는 경우 비행 노선을 바꾸거나 운항 횟수를 조정해야 한다.
만약 기준을 초과한 경우에는 경위를 조사하고 승무원의 피폭방사선량을 다시 평가해야 하며, 조사 결과는 승무원에게 즉시 통보해야 한다. 또 항공운송사업자는 승무원의 백혈구 수, 혈소판 수, 혈색소 양 등에 대해 매년 건강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승무원은 2년마다 우주방사선과 피폭 관리에 대한 정기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항공운송사업자는 우주방사선 안전관리를 위한 조치를 기록·보관하고 원안위에 보고해야 하며, 원안위는 항공운송사업자가 우주방사선과 관련해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1~3년 주기로 정기 검사를 하게 된다.
만약 이런 조처를 하지 않으면 1회 위반에 최대 6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조항도 신설됐다.
신재식 원안위 방사선방재국장은 "항공운송사업자의 승무원에 대한 건강진단, 교육 의무화를 비롯해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승무원의 건강을 보호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체계적인 안전조치 이행 수단이 마련됐다"며 "사업자의 우주방사선 안전관리가 잘 이행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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