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류빈 기자] 때 이른 더위에 유통가의 ‘여름시계’가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 4∼5월 기록적인 이상고온 현상으로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여름 상품을 찾는 수요도 빨라진 것이다.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3개월 예측치에는 올해 6∼8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각각 40%로 나타났다. 실제로, 작년 4월 최고기온 평균이 19.7도였던 것에 비해 올 4월에는 서울 낮 기온이 28.4도까지 치솟으며 34년 만에 4월 중순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5월에 들어서는 격차가 더 벌어지며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기록할 정도로 한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 선글라스 매장에서 상품을 구경하는 고객들. (사진=롯데백화점)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평년 기온을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자 여름 상품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최대 2~3달 정도 빨리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통업계의 여름 시즌 상품 관련 마케팅도 전년 대비 최대 한 달 가량 앞당겨졌다.
가장 먼저 여름 시즌 의류 수요가 높아졌다. 여름 신발과 냉감 의류는 물론, 이른 더위에 여름휴가를 빨리 가려는 이들이 늘면서 선글라스, 수영복 판매량도 예년에 비해 2~3달 빨리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올해 4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여름 신발 매출이 지난해 7월과 8월 매출비중의 90%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른 더위로 샌들, 뮬, 슬라이드(슬리퍼류), 레인부츠 등 여름 신발이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인 7~8월 못지않게 판매된 것이다. 이에 여름 신발 관련 행사도 한 달 가량 앞당겼다. LF도 지난달 1일부터 23일까지 LF몰 내 ‘레인부츠’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대비 26배, 전달 대비 6배 급증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선글라스와 수영복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각 20% 이상 신장했고, 여행용 캐리어 매출은 같은 기간 50%나 늘어나는 등 5월부터 여름 휴가 관련 상품을 찾는 수요가 지속 증가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올해 매년 7월부터 진행하던 바캉스 행사를 6월로 한 달 앞당겨 준비했다.
NBA, 컬리수 등의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는 한세엠케이도 기존에는 수영복, 래쉬가드 등 여름 관련 제품이 바캉스 시즌인 7~8월을 중심으로 판매 호조를 이뤘다면, 올해는 4월부터 매출이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는 올여름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난달 냉감 소재인 자주 에어 시리즈를 남녀 의류, 언더웨어, 파자마, 침구, 펫용품 등 100여 종으로 늘렸다. 물량 또한 지난해 대비 20% 이상 확대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선케어 제품 수요가 급증했다. 네이버 데이터랩 쇼핑 인사이트에 따르면 화장품·미용 카테고리 내 인기 검색어에서 선크림은 올해 3월까지 10위권 밖이었으나 4월에는 5위, 5월에는 4위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에이블씨엔씨 공식몰 에이블샵에서도 선크림·선스틱 매출이 5월 2주차 기준으로 전월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편의점에서는 빙과류 매출 피크 시점이 크게 앞당겨졌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3월20일~4월16일 빙수·바·튜브류 등 빙과류 매출이 전년 대비 72.2% 신장했다. 올해 3월 하순부터 시작된 이례적 이른 더위에 빙과류 수요가 폭증하며, 이미 지난해 6월 하순~7월 중순에 버금가는 빙과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상 여름 초입인 6월 하순부터 빙과류 매출 성수기가 시작되는 것을 감안할 시 올해 빙과류 매출 피크 시점이 최대 3개월 가량 빨라졌다. 이에 GS25는 빙과류 신상품의 출시 시점을 당초 예정 보다 2주 이상 앞당겼다.
롯데하이마트에 얼음정수기가 진열된 모습. (사진=롯데하이마트)
여름 가전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서는 여름에 수요가 높아지는 주방가전인 음식물처리기, 얼음정수기 등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매출을 직전 같은 기간(4월 17일부터 30일까지)과 비교한 결과, 음식물처리기, 얼음정수기, 블렌더 매출이 각각 약 30%, 50%,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홈쇼핑도 자체 브랜드 '에버블루'의 음식물처리기 신제품 판매 방송을 지난달 24일 시작했다. 통상 6월 중순인 편성 시기를 2주가량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전자랜드에서는 올해 5월 초 정수기 수요가 급증해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자랜드가 지난 5월 1일부터 17일까지 정수기 및 얼음정수기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전자랜드가 정수기를 판매한 이래로 해당 기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70% 증가한 수치이며, 2018년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정수기 판매량이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전자랜드는 5월 정수기 판매 급성장의 이유로 봄철 지속된 이상고온 현상으로 무더위가 잦아 얼음과 식수 소비량이 증가한 것을 꼽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3월 평균 기온이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으며, 4월부터 5월까지 30도 안팎을 넘나들면서 여름 제품 수요가 예년에 비해 빨리 증가하는 추세”라며 “올여름도 평년보다 덥고 엘니뇨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올 수 있다는 예보가 나오면서 여름 관련 마케팅을 5월부터 발 빠르게 선보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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