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이 이른바 '소아과 오픈런'(영업시간 전부터 대기) 사태 등 소아·청소년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 초진을 놓고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가 갈등 중인 상황에서 의료인력 공백 방안과 비대면 진료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5일 국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주재로 임명장 수여식을 열고 '소아·청소년과 의료 대란 해소를 위한 TF'를 출범했다.
TF는 김미애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서정숙·이종성 의원과 현직 소아·청소년과 의사·대학 교수·임산부 등 민간 위원이 참여한다.
윤 원내대표는 "보건복지위 위원들과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등 전문가들로 TF를 구성했다"며 "현장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감없이 듣고 전공의가 급감한 이유를 찾아서 현실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을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대출 정책위 의장은 "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 붕괴는 막아야 한다. 초저출생 시기 태어난 아이의 생명과 건강이 달려 있다"고 TF의 역할을 강조했다.
TF는 전공의 정원 25%에 그치는 의료 인력 공백, 병의원 폐업,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 논란, 야간 휴일진료 응급의료체계 등 현재 제기되는 문제 전반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인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에 대한 논의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달 1일부터 만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초진 환자는 야간 및 휴일에 한해 '비대면 의학적 상담'이 가능해졌다. 비대면 진료 수가는 대면 진료보다 30% 높게 책정됐고, 코로나19 확산 때 가능했던 약 배달서비스는 금지됐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만성질환자 등 기존에 대면 진료를 받았던 환자가 같은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질환에 대해 추가로 진료를 받을 때에 한정해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초진도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 즉, 의료기관이 현저히 부족한 섬과 벽지의 환자,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 격리 중인 감염병 확진 환자 등이 해당한다.
하지만, 소아과 의사 부족으로 인해 '소아과 오픈런'이 이슈가 되자 소아청소년에 대한 비대면진료 요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의료계가 이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오진 등으로 인한 환자 안전 문제를 우려해 소아청소년 환자의 비대면 초진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대면 진료 기록이 없더라도 야간과 휴일에는 비대면 의학적 상담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 31일 입장문을 내고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의학적 상담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비록 처방은 제외했지만 급성기의 간단한 증상이라 할지라도 위험성이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 되는 소아청소년 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실상 초진 허용을 의미한다"면서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 와 해결 방안 또한 제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어린 소아에서 발열을 포함한 급성기 증상은 문진만으로 원인 확인이 어려워 시의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대면 진료를 통한 신체검진과 진단검사가 필수적"이라면서 "소아환자는 적절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문진만으로는 치명적인 위험 신호들을 놓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아 급성기질환은 적시에 치료되지 않으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 진료 시 오진이나 진료 지연으로 인한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반면, 의료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비대면 진료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다.
환자‧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비대면 진료에 찬성한다. 지난해 10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만 19세 이상 17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비대면 진료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62.3%, ‘향후 비대면 진료 활용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87.9%로 나타났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대면 진료 찬성 의견이 적지 않다. 의사 139명은 지난 4월24일 “국민이 원하고, 의료인도 원하는 비대면 진료 현행 제도를 꼭 지켜 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대면 진료와 다를 바 없이 양심과 사명감을 갖고 마치 눈앞에 마주한 환자를 대하듯 진료했다. 비대면 진료에는 초진을 금지하겠다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역행하는 의료 서비스의 퇴보”라고 밝혔다.
■ TF,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소아과 의료인력 공백 방지 등 논의
TF는 소아과 의료인력 공백을 막기 위한 의료 수가 문제도 다룰 방침이다.
최근 소아과의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병원 문을 닫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3월 '소아과 폐과'를 선언하기도 했다.
임현택 의사회장은 지난 3월 29일 폐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이 28% 줄어들어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지난 5년간 의원 662개가 경영난으로 폐업했는데도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됐다. 이제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도 의사 부족으로 지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소아과 병동 문을 닫았다. 소아과 인력도 줄어들고 있다. 2023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 208명 중 지원자는 53명에 그쳤다. 동네 소아과 의원, 어린이병원, 수도권의 대형 상급종합병원 모두 '소아과 대란'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소아청소년과 탈출(노키즈존)을 위한 학술대회'에서 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인 김지홍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최근 서울대 의대 주최 포럼에서 "핵심적으로 수가 개선이 돼야 한다"면서도 "중간 (1차·2차) 병원들이 환자를 흡수해 주지 않으면 상급종합병원의 업무 부담도 걷잡을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TF 김미애 위원장은 "물론 (의료 수가 조정이) 필요하지만 단편적으로 접근할 것은 아니다"라며 “아이를 좋아해 사명감을 갖고 와도 5년 후 개인 병원을 운영할 때를 생각하면 절망적이라는 말을 (민간위원들이) 했다”고 전반적으로 접근할 뜻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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