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원내 지도부와 국회의장을 향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해 눈길을 끈다. 상임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김진표 국회의장이 위법행위를 했고 박광온 원내지도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일각에서는 친명계와 비명계의 당내 힘겨루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행안위 위원장 자리를 1년 뒤 서로 바꾸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장제원 과방위원장과 정청래 행안위원장이 서로 자리를 맞바꾸게 됐다.
문제는 민주당이 자당 몫의 상임위원회 위원장들을 내정하는 과정에서 당내 이견이 제기되자 내정을 돌연 보류하고, 위원장 선출을 위한 새 기준 마련에 들어가면서 정 최고위원은 위원장 자리만 내놓고 행안위원장 자리에는 오르지 못한 상황이 된 것이다.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당내에서는 최고위원인 정 의원이 행안위원장을 또 맡는 것은 ‘과유불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고위원이 계속해서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은 ‘기회균등’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5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상임위원장, 간사, 예결위 계수조정위원, 이런 것들은 정말로 바쁜 자리이고 그런데 옛날에는 최고위원이나 보직, 대변인도 안 됐다"며 "최고위가 갑자기 열리거나 비상 상황이 있거나 그래서 상임위가 잡혔는데 상임위원장이 못 가면 대행으로 또 누구를 세워야 되고 하여튼 이런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옛날에는 대변인, 사무총장, 전략위원장, 이런 사람들은 아예 그냥 간사도 안 맡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행안위원장은 여야간 합의에 따라 자신의 몫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 의원은 지난 본회의에서 자신의 반대의견 표명에도 불구하고 과방위원장 사임이 처리된 데 항의하고,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가처분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법률자문을 받아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권한쟁의 심판 청구서'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작성해 놓았다"며 김진표 의장이 시정조치를 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에 작성 서류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 의결과정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제가 '이의 있다'고 일어서서 분명히 의사표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표결절차를 생략하고 방망이(의사봉)를 쳤다"며 "이는 국회법 제112조 3항, 이의가 있을 경우 표결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위반했다. 이는 명백한 국회법 위반행위이고 나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의원은 원내지도부를 향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한 가지 유감스러운 점은 이유 여하를 떠나 박광온 원내지도부가 1년 전 여야 합의에 따라 '행안위원장은 정청래'라 공식 발표 했는데도 이를 민주당이 이행하지 않았다. 누구 책임인가. 내정자 책임인가. 내정한 한 사람 책임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 의원은 "내가 약속을 안 지킨 것이 아니라 박광온 원내지도부가 약속을 못 지킨 것이다. 약속을 못 지킨 사람이 책임이 있는가. 아니면 약속을 못지켜 피해를 입은 나에게 책임이 있는가"라며 "나는 원내지도부를 믿고 사임서도 냈다. 완전 뒷통수를 맞았다. 완전 속았다. 사임서를 내게 하고 그 후에 손발을 묶어놓고 때린 것 아닌가. 그 부분이 너무 괘씸하다"고 주했다.
■ 상임위원장 자리 두고 친명·비명 갈등 폭발? 서영교 최고 “갈등이라기 보다는 제안”
이번 상임위원장 임명을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확산되는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30일 원내지도부는 의총서 행안위·교육위·복지위 등 3개의 상임위원장을 정해 본회의에 상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비명계인 기동민 의원이 “이런 모습이 혁신하는 모습으로 보이겠냐”며 “기득권 나눠 먹기의 전형”이라고 제동을 걸었다고 알려졌다.
상임위원장 임명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계파 갈등’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30일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 상황에 대해 “‘논쟁’, ‘갈등’이라기 보단 ‘제안’이 있었다”라며 “상임위원장 자리가 총선을 대비하기도 힘들고 유리한 자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선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안한 사람들의 의견이 있으니 원내대표도 민주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충분히 검토해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서는 정 의원의 행안위원장 임명 촉구 청원이 5만명 이상을 넘어섰다. 정 의원이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청래가 물러나면 다음 타깃은 이 대표와 지도부”라며 호소하자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들이 정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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