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주주권 강화와 일본 증시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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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주주권 강화와 일본 증시 강세

연합뉴스 2023-06-03 10:3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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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 늘어선 일본 도쿄 도심 모습 고층 건물 늘어선 일본 도쿄 도심 모습

[촬영 이세원]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2천450개 종목 중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를 밑도는 종목이 1천30개(5월 22일 종가 기준)나 된다. PBR은 기업이 보유한 장부상의 순자산가치(자기자본)와 주가를 비교한 지표다. 순자산가치는 기업이 보유한 총량적 부(富) 중에서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귀속되는 몫이다. 주가가 장부상의 주주가치보다 낮게 형성될 때 PBR은 1배를 하회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PBR 1배 미만의 주가는 '저평가'됐다고 해석되지만 투자자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PBR 1배 아래에서 거래되는 주식들은 미래의 성장성에 대한 비관론이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즉 미래에 돈을 벌기 어려워 순자산가치가 더 늘어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면 PBR이 1배를 하회한다.

순자산가치의 증식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ROE(자기자본이익률)인데, ROE가 낮은 기업은 일반적으로 PBR이 낮게 형성된다. 한국 증시에서 PBR 1배를 하회하는 종목 수가 1천30개에 달하는 것은 그만큼 성장성 우려에 노출된 종목이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일본도 사정은 비슷한 것 같다. 올해 4월 일본경제신문에는 흥미로운 보도가 실렸다. 도쿄 증권거래소가 상장기업들에 주가를 끌어올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도쿄 증권거래소가 3천300개 상장기업에 'PBR이 1배 미만인 기업들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향후 부를 효율적으로 증식시키긴 어렵지만(낮은 ROE), 과거에 벌어놓은 자산 규모는 큰 기업이 일본에는 많다. 주식시장에서 이런 기업들은 PBR 1배를 하회하는 주가로 평가받는다.

이런 기업이 경제적 자원을 계속 움켜쥐고 있는 것은 경제 전반의 자원 배분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이 가진 부가 다른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려지면 국가 경제의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 일본의 아베 내각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 출범 직후인 2014년 도쿄대 이토 모토시케 교수가 저술한 '이토 리포트'가 간행됐는데, 이 보고서엔 주주권 강화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토 리포트는 능력 없는 지배주주·경영진들이 경제적 자원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자연스레 주주행동주의 활성화로 귀결됐다. 2014년 7개에 불과했던 일본 내 주주행동주의 펀드 수는 2020년에 44개까지 늘어났다. 일본 상장사들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규모도 늘고 있어 일본 주식시장에선 나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견 월권처럼 보이는 도쿄 증권거래소의 요구도 이토 리포트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성장성 낮은 기업이 주주환원에 소홀한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경제적 효율을 해치는 행위다.

배당을 늘리면 사외로 유출된 자본이 더 수익성 높은 분야에 투자될 수 있고,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은 자기자본 규모를 줄여 해당 기업의 ROE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ROE=당기순이익/자기자본)할 수 있다.

주주환원 확대는 주주행동주의자들의 단골 메뉴인데, 일본에서는 능력 없는 기업들에 고여 있는 돈을 돌게 하는 효과를 꾀하기 위해 주주행동주의가 방법론으로 차용됐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증시의 강세는 이런 노력의 산물이라고 본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올해 5월 3만 엔선을 넘으면서 1990년 7월 이후 최고치에 올라섰다. 한국과 비교해도 일본 증시의 성과가 낫다. 2023년 들어 5월 18일까지 코스피는 12.4%, 니케이225지수는 17.1% 올랐다. 최근 3년 성과를 비교해도 코스피는 29.9%, 니케이225지수는 51.9% 상승했다.

주주환원 확대를 통한 경제적 자원의 재배치가 정체된 경제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처방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 벌어 놓은 부는 많이 쌓여 있으나 성장은 기조적으로 둔화한 우리 입장에서 고민해볼 포인트가 있다.

일본 증시의 평균 PBR은 1.3배인 반면, 코스피는 0.9배(이상 5월 18일)로 이보다 낮다. 비효율적인 경제 주체가 통제하는 자본은 증식되기는커녕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성장이 둔화하는 경제에서의 주주권 행사, 혹은 주주행동주의는 단지 주식시장의 이슈를 넘어서는 경제적 자원의 재배치라는 관점에서 진지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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