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에만 27조 넘게 늘어
기준금리 정점에도 자본력 '방점'
5대 은행 간판.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품고 있는 국채가 한 해 동안에만 30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국채를 통한 수익률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지만, 자본력 개선을 위한 은행권의 관련 자산 확대는 더욱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갖고 있는 국채 유가증권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09조432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33.2%(27조2811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신한은행의 국채 보유량이 29조404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6% 증가했다. 그 다음으로 농협은행의 국채 자산이 29조225억원으로 91.6% 급증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우리은행 역시 17조9168억원으로, 국민은행은 16조9180억원으로 각각 25.9%와 32.2%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하나은행의 국채 보유량도 16조1709억원으로 22.9% 증가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자산운용에서 국채의 비중을 키우고 있는 배경에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시중 금리가 급격하게 치솟으면서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에 난항이 지속됐고, 이런 와중 올해 초 터져 나온 미국 대형 은행들의 파산 사태는 불안을 더욱 키운 요인이 됐다.
은행권의 국채 자산 확대가 한층 주목을 끄는 이유는 한은 기준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여건 때문이다. 이는 은행들의 국채 자산 추이가 시장 금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서다. 국채 수익률은 시장 금리와 정비례하는 경향을 띤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다만 한은은 올해 2월과 4월에는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했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가 돼 온 물가상승률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해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르면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국채는 은행 입장에서 안정성이 더욱 큰 자산이다. 수익률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적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자본력 강화를 위해 한층 안정적인 길을 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의 자본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인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을 계산할 때 국채는 위험 가중치가 제로인 이른바 무위험 자산이다. 국채가 많은 은행일수록 BIS 비율 관리가 수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가입한 예·적금에 안정적으로 이자를 주기 위해 안전 자산인 국채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은행들의 경우 자본건전성이 양호한 편이지만 최근 연체율 이슈가 부각되는 만큼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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