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재난문자
31일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한국과 일본은 국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그러나 재난 문자의 발송 시점, 문자 내용, 이후 뒷수습까지 양국이 보인 모습이 전혀 달라 비교되고 있습니다.
2023년 5월 31일 오전 6시41분 서울시의 위급 재난 문자가 시민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오늘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피 문자에 대피 장소가 없다…“행정력 바닥 경험”
31일 북한 발사체 관련 한국의 위급 재난 문자와 일본의 J얼러트
서울시가 보낸 문자에는 경보 사유가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재난 문자 사이렌 소리에 아침잠을 깬 시민들은 어떤 이유로 대피해야 하는지 몰라 혼란을 겪었습니다. 대피도 어디로 해야 하는지 설명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놀란 시민들이 포털 사이트에 몰리면서 한때 네이버와 트위터 등이 접속 장애를 겪기도 했습니다. 이른 아침 출근 중이던 시민들은 지하철 역사에 모여 동향을 살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확인하려는 시민들이 포털사이트로 몰리면서 네이버 등은 한때 접속 장애를 겪기도 했습니다.
서울 시민들은 "단 20분 만에 정부의 행정력 밑바닥을 경험했다"는 반응입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송아무개(57)씨는 "무슨 상황인지, 어디로 어떻게 대피하라는 것인지 알려주지 않는 경보 문자에 너무 막막해졌다"며 "진짜 전쟁 나면 허둥지둥하다가 죽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주민 박아무개(31)씨는 "북한은 6시29분에 발사체를 쐈다는데 6시41분에야 문자가 오고 심지어 내용 없는 ‘묻지 마’ 대피령이었다"며 "이럴 거면 재난 문자는 왜 보내느냐"고 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당황했던 시민들은 옆 나라 일본의 대응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유도 안 알려주고 무작정 대피?” 같은 시각 일본은…
j얼러트
일본의 'J얼러트'는 이보다 빨랐고 내용이 보다 구체적이었습니다. J얼러트는 2007년부터 운용이 시작된 일종의 재난경보 시스템으로 소방청이 관리합니다. 탄도미사일 발사나 대규모 테러에 대한 정보, 긴급지진 속보, 쓰나미 경보 등에 관한 정보를 휴대전화 등을 통해 국민에게 즉각 전달하는 시스템입니다.
일본 재난문자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6시30분쯤 전국순시경보시스템인 J얼러트를 통해 오키나와현 주민들에게 건물 안이나 지하로 피난하라고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피난하라"는 내용으로 경보 발령 이유를 포함했습니다.
이어 9분가량 뒤엔 "북한에서 오전 6시28분쯤 오키나와현 방향으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고, 오전 7시4분 "조금 전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우리나라(일본)에 날아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피 요청을 해제한다"고 알림을 발송했습니다. 정돈된 형태로 대피령을 내렸다가 해제한 것입니다.
한편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서울시의 경계경보는 '오발령'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오전 7시3분쯤 위급 재난 문자로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고 알렸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수도방위사령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시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가중한 오발령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의 책임 공방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6시29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1발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일본과 국제해사기구(IMO)에 31일 오전 0시부터 다음 달 11일 오전 0시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한 발사체를 쏜 것은 2016년 2월 7일 이후 약 7년 만입니다.
한국 누리꾼들은 "일본 사람들이 우리보다 대피 문자를 더 빨리 받는 게 말이 되냐", "일본 재난 문자에는 필수적인 내용이 들어있다. 수준 차이 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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