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재표결한 결과 부결되면서 최종 폐기됐다. 1호 행사 법안인 양곡관리법에 이어 두 번째다. 국민의힘은 같은 처지에 놓인 노란봉투법을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과 관련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소속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공공운수노조,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 등은 “노조법은 누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가”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31일 오전 국회 본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노동시장은 정규직보다 훨씬 더 많은 하청노동자의 저임금으로 유지되고 있다. 재벌들이 붕괴될까 걱정하는 산업생태계는 약탈과 착취의 시장의 다른 이름이다”라며 “우리는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조법을 개정하자고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앙까지 운운하며 노조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이미 대법원은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실질 사용자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다수의 노동자의 국민에게 이로운 노조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들의 속내는 무엇인가”라면서 “현행 노조법이 지금의 노동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현실에 맞게 반영하고 있는지. 국회는 누구를 대변해야 하는지. 이 질문에 대해 법 개정으로 응답하라”고 강조했다.
◆ 양곡관리법·간호법은 ‘줄줄이’ 폐지 수순… 세 번째는 노란봉투법?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제사위) 소속 정점식과 장동혁, 전주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서와 본회의 부의 의결 효력정지 및 본회의 상정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법안이 법제사위에 계류된 이후 60일 이상 지나면 소관 상임위원회는 본회의 직회부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환노위에서 일방적으로 본회의 직회부 요구 안건을 통과시킨 것이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이유 없이 해당 소위에 계류돼 있었기 때문에 본회의 직회부 요구 안건을 통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제사위 소속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환노위는 국회법에 규정된 ‘이유 없이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 해당한다’는 이유로 직회부의 명분을 들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다”라고 비판했다.
◆ "20년이 걸린 축적된 역사의 산물… 우리의 목소리 내게 해달라"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노조법 2·3조는 아직 미흡하지만 노동시장 해결의 첫 단추다. 현재 노동 탄압이 심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에 맞서 싸우고 계신 전국 노동자 민중들이 있다”며 “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를 제안하기 위해 우린 노조법 개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헌법에 기초한 법치주의 국가라면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이 법은 당연히 통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명숙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 기획선전팀장은 “한국 사회가 노동자들의 쟁의 행위를 어떻게 바라보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사회 구성원의 인권보장 의무가 있다. 국가 권력기관들은 역할을 다 해야 한다. 대통령도 고용노동부도, 국회도 모두 마찬가지다”라면서 “그러나 어느 기관도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오히려 빼앗기 위해 노력한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정책부장은 "노조법은 시민 모두의 목소리다. 생명과도 직결된다"며 "우리 노동의 생산물을 가져가는 진짜 사장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개정안 개정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달라"고 전했다.
끝으로 이은주 의원은 "이 법안 어느날 갑자기 통과된 것 아니라 2013년 노조법 개정안으로부터 지금까지 20년에 걸친 축적된 역사의 시간의 산물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법이 산업 현장의 초래, 파업 만능주의로 쟁의가 남발한 것이다. 또 불법 파업에 손배청구를 하지 못해 재산권이 침해될 것이다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라며 "사실이 아닌 정치적 선동이다. 이 개정안은 산업 현장의 질서를 만드는 평화를 부르는 법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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