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공항에서 한 항공사가 여성 탑승객의 체중을 강제로 측정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해당 영상은 공항에서 촬영된 것으로 한 여성 승객이 수화물 저울 위에 올라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었습니다. 화면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해당 승객과 같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다른 승객들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영상은 2023년 3월 틱톡에 올라왔지만 해당 항공사가 비만 체형의 승객을 차별 대우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5월 들어 조회수가 160만회까지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상을 업로드한 릴리안은 이 여성이 자신의 체중을 130파운드(59kg)라고 주장하여 항공사 직원이 체중을 검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어 소형 여객기는 안전상의 이유로 탑승객들의 몸무게 정보를 요청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한데 저 승객은 더 불쾌했을 것이다", "필리핀에서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당황스러웠다", "항공사가 승객을 배려하지 않았다"며 항공사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소형 여객기는 무게 제한에 민감해야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다". "승객의 거짓말로 모두가 위험할 수 있었다", "무게와 균형은 소형 여객기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며 항공사를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번 논란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미국연방항공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소형 항공기는 과체중 승객에게 몸무게 정보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는 소형 항공기가 허용 중량 제한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절차가 적절한 것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승객의 몸무게를 측정하더라도 몸무게의 정보가 타인에게 노출되어서는 안됩니다. 논란이 된 항공사는 '안전상의 이유로 불가피한 절차'라고 해명했으나 다른 승객들이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몸무게를 측정한 것은 너무했다는 의견이 빗발쳤습니다.
|처음이 아닌 '비만 승객 차별'
'탑승 거부'도 빈번
지난 2022년 11월 22일 브라질의 플러스사이즈 모델 줄리아나 네메(39)는 가족들과 함께 휴가차 레바논을 방문했다가 카타르 도하를 거쳐 브라질로 귀국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레바논 베이루트 국제공항에서 카타르행 비행기에 체크인하던 줄리아나는 '탑승 거부'를 당했는데요. 줄리아나는 "카타르 항공사 측은 내가 뚱뚱해서 이코노미석에 앉을 수 없다며 탑승 불가 판정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 줄리아나는 여동생과 조카를 먼저 보내고 어머니와 레바논에 남았습니다. 그는 임시로 한 호텔에 묵으며 "호텔과 택시에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하고 있어 가진 돈도 거의 떨어져 간다"며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브라질에서 레바논으로 갈 때 에어프랑스의 이코노미석을 아무 문제 없이 이용했습니다. 귀국 비행기에 1000달러(약 134만원)의 이코노미석을 예약했는데 항공사측은 3000달러(약 401만원)의 일등석을 구매하라고 권유했다고 합니다.
항공사 측은 "다른 승객의 공간을 방해하고 안전벨트를 고정하거나 팔걸이를 내릴 수 없는 승객은 안전 예방 조치와 다른 승객의 편안함과 안전을 위해 추가 좌석을 구매해야 할 수도 있다."며 "줄리아나 일행 중 한 명은 코로나19 PCR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고 직원에게 공격적이어서 보안요원이 개입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비만 승객에 대한 탑승 거부는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몸무게가 230kg에 달했던 프랑스인 케빈 슈내는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영국 항공사로 귀국하려 했으나 체중으로 인해 탑승이 거부됐습니다. 당시 그는 여객선, 기차에서도 탑승이 거부돼 프랑스 영사관의 도움으로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뚱뚱한' 승객의 심정은?
"비행기 탈 때마다 눈치봐..."
2017년 7월 17일 트위터에 '당신의 뚱뚱한 친구(Your Fat Friend)'라는 이름으로 여러개의 트윗이 게시되었습니다. '아주 뚱뚱한 사람'으로서 겪어야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한 준비 과정과 여객기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심정을 설명한 것인데요.
트윗에 따르면 좌석 예매 단계부터 불편이 시작됩니다. 최저 가격과 남은 자리의 여부보다 항공사의 '승객 신체 규정'부터 확인해야합니다. 미리 한 자리를 더 예매하지 않으면 당일 책정되는 추가 가격을 지불해야하는데요. '당신의 뚱뚱한 친구'는 89만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미리 두 자리를 예매했을 경우 항공사는 이 좌석을 다른 승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데요. 이 경우 '뚱뚱한 친구'는 사전 통보는 물론 환급도 보장받지 못합니다. 이에 많은 과체중 승객들은 애초에 1등석 티켓을 구매하곤 합니다.
심한 경우 '탑승 거부'를 당하는 것도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어떤 항공사는 탑승 거부에도 불구하고 티켓을 환불해주지 않아 억울하다고 전했습니다. 여객기에 탑승하더라도 불편한 눈치는 계속됩니다. 좌석에 앉은 뒤 승무원과 손님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어떤 요청도, 어떠한 움직임도 상상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뚱뚱한 친구'는 개인용 좌석벨트 연장 장치를 가지고 다니기도 합니다. 게다가 같은 줄에 앉은 승객 중 절반 가량이 몸집에 대해 승무원에게 불평하는 것을 고스란히 듣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승무원은 과체중 승객과 같은 줄에 앉은 승객들에게 '양해의 의미'로 간식과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으며 결국 자리를 옮겨 앉은 한 탑승객은 그에게 '임산부나 휠체어에 탄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짜증나지 않았을 것이다'며 비난하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작성자는 이 일이 있고 1년 반 가량 회사 출장은 물론 먼 지역에 거주하는 가족과의 만남도 피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편견으로 인해 내 삶이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안전상의 이유로 거쳐야 하는 모든 절차는 감수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눈초리와 말에 계속해서 상처받는 일상을 토로했습니다.
한편 항공사들은 연료비를 줄이기 위해 항공기 무게 감소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승무원의 휴대 가방 무게까지도 줄이게 하는데요. 항공사가 승객의 무게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만으로도 매년 불필요한 연료 소모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탑승 승객의 무게 규정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공항의 공개된 곳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게 되는 과체중 승객들의 불편함을 고려하지 않는 모습은 인상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모두가 불쾌하지 않도록 조금 더 배려하여 더이상 '차별 논란'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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