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피봇(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통위는 앞서 지난해 4월부터 7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지난 2월과 4월 인상 기조를 깨고 연 3.5%로 기준금리 동결에 나섰다. 이번에 3연속 동결을 택하면서, 사실상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전망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금리 정책 방향이 인하로 가닥을 잡을지 여부와 그 시점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물가 3%대 예상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유지한 것이 골자다.
한은은 202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했다. 직전(2월) 전망치인 1.6%에서 0.2%p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편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로 제시됐다. 2월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올해 성장률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인 2%를 밑도는 상황을 제시한 것이다. 성장률은 최근 5년간 대체로 2%대를 보였다. 구제금융 시대에 접어든 1998년(-5.1%), 리먼사태 직후인 2009년(0.8%), 코로나 팬데믹이었던 2020년(-0.7%) 등 특수 사정을 빼곤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이는 셈이다.
물가 흐름과 성장률은 결국 이번 금리 동결 선택을 빚어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이 1년2개월만에 3%대로 떨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에서 다소 숨을 돌린 상황이 됐다. 경기와 금융이 위축된 상황에서 굳이 금리를 인상해 부담을 안을 필요는 없다고 한은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나 대중국 수출 상황이 개선될지 여부도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근래 원·달러 환율은 다소 안정세를 보인다.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 카드라는 무리수를 택할 필요가 적어지면서 관망을 택한 셈이다.
이창용 “물가 2%대 수렴 증거 있기 전엔 금리인하 언급 시기상조”
이런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기준금리 3.5%보다 낮아진 점은 금리 인하 압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실질금리의 플러스 전환이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그로 인해 침체가 강화될 수 있는 것.
블룸버그통신은 16일 노무라홀딩스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한국의 경우 이르면 8월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은 지난 4월 금리인하 기대가 무산됐지만, 5월 초에 나온 4월 인플레이션 자료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4분기 금리인하론도 대두된다. 하이투자증권 류진이 연구원은 25일 “5월 국내 기업경기실사지수가 미약하게나마 개선세를 보였다”면서 “하지만 회복속도는 기대보다 느려질 수 있고 정체된 내수와 수출의 동시 둔화는 4분기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은이 경기 회복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하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만큼이나, 연말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안정 목표인 2%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므로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며 양쪽 모두 일리있는 주장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연내 피봇 가능성 거론 기류를 적극 차단하는 모습이다.
그는 앞서 4월 11일 금통위 기자회견에서도 “(물가 안정을)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에 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고, 이번 25일 금통위 기자회견에서도 이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물가 2%대 수렴 증거가 있기 전엔 금리인하 언급은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금통위도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는 낮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수분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크다”며 긴축 기조를 강조했다.
‘상당 기간 긴축기조 유지’ 언급은 앞으로 수개월 사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동결 또는 인상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무역수지 악재 흐름과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여파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 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느냐에 따라 피봇 등 정책 방향 전환의 여지도 비로소 확대될 전망이다. 한은이 시장의 인하 전망 차단에 적극 나서면서 정중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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