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세대는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지녔으면서도 유행에 밝고 신선한 것을 '힙하다'고 정의한다. 트렌디하고 개성있어 보인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촌스러움'으로 치부했던 것이 시각을 바꾸니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어느 순간부터 Z세대는 옛날 감성 한스푼이 들어간 것에 '힙하다'며 열광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힙한 레트로 감성은 무엇일까. 머니S가 '힙트로' 현장을 찾았다.
득템의 현장, 동묘시장에 초대합니다
그래서인지 동묘시장에서는 데이트하는 커플들과 쇼핑하러 온 20대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선글라스를 고르고 있던 강모씨(여·28)는 "남자친구가 선글라스를 사고 싶어해 찾아왔다"며 "둘다 특이한 걸 좋아한다. (남자친구에게) 잘 어울리는 물건을 고르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동묘시장에 놀러온 김모씨(남·21)도 한껏 들뜬 목소리로 "바지를 득템하러 왔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이어서 옷 구입에 쓸 돈이 많지 않은데 이곳은 가격이 저렴해 여러벌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동묘를 찾는 이유는 뭘까. 김씨는 "쇼핑 앱에선 느낄 수 없는 '날것'의 느낌이 (동묘시장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방금 인스타그램에 동묘 쇼핑 사진을 올렸다"며 "트렌디함과 옛날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동묘시장이 힙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김씨는 "힙하니까 일부러 왔죠"라고 답했다.
정형돈의 은밀한 의상실→ 주류패션으로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동묘 스타일은 '젊음의 메카' 홍대거리 패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묘에 이어 방문한 홍대에선 통이 넓은 바지, 벙거지 모자, 주머니가 여럿 달린 카고바지, 오버사이즈 셔츠가 진열대를 장식했다. 옷 스타일만 보면 이곳이 홍대인지, 동묘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홍대의 한 옷가게 사장은 매장에 진열된 마네킹 스타일에 대해 "통넓은 바지와 넉넉한 셔츠 스타일은 유행이 아닌 스테디셀러"라고 강조했다. 얼핏 90년대 패션처럼 보이는 현재 스타일이 잠깐의 유행을 넘어 스테디셀러됐다는 설명이다.
옆 가게에서 쇼핑하던 구모씨(남·27)는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가리키며 "요즘 다 이런 스타일로 나온다"며 "입어보면 활동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레트로 열풍에 동묘스타일은 어느새 표준처럼 홍대 길거리를 점령했다.
술집·맛집도 레트로 열풍… 힙플레이스 등극
을지로 한 식당에서 만난 최모씨(여·24)는 "요즘 이곳이 유명해서 친구들과 와봤다"며 "을지로는 사진이 분위기 있게 담겨서 좋다"고 만족해 했다. 재방문 의사를 묻자 최씨는 "한 번 와본 걸로 만족한다"며 레트로 열풍을 경험해 본 것에 초점을 뒀다.
현장 취재 결과 20대는 대부분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힙플레이스에 온다고 밝혔다. 힙플레이스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여행도 힙트로… 흑백사진 촬영 인기
그는 "요즘 찍는 네컷 사진보다 특별하다"며 "흑백사진만이 주는 조금은 촌스럽지만 따뜻한 감성이 있다"고 추천했다. 특히 "70~80년대 배경에서 찍은 흑백사진처럼 이번 부산 여행의 순간도 영원하길 바란다"며 진심이 담긴 후기를 전했다.
이처럼 레트로 문화는 여행의 일부분으로도 자리잡았다. '유행에 따라가기 위해, 사진을 찍기 위해, 저렴해서,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등 힙한 레트로 감성을 찾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AI(인공지능)까지 등장한 최첨단 세상에서 투박한 정겨움을 주는 '힙트로'가 힐링을 가져다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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