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의 가수는 많은 사랑을 받지만, 음악은 호불호를 탔다. 특히 SM이 창조한 단어나 세계관, 그리고 콘셉트, 한마디로 어려웠다. 하지만 SM 3.0은 다르다. 그 변주의 첫 번째 주자로 에스파(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가 나섰다.
에스파의 3번째 미니앨범 ‘MY WORLD’는 앨범명처럼 본인의 세계를 보여준다. 에스파는 강렬한 비트 대신 발랄한 멜로디를 베이스로 뒀고, 블랙맘바를 해치우는 전사 코스튬 대신 하이틴 감성을 더한 스쿨룩을 입었다.
뮤직비디오 역시 앞서 SF 요소에 치중해 콘셉트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에는 현실적이고 자유분방한 에스파의 매력을 담았다. 기존에 고집했던 세계관이 아니라 에스파 본연의 모습을 보고 들을 수 있어 한층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프로모션 및 활동 또한 친근하게 바뀌었다. 에스파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오프라인 기자 쇼케이스를 진행하며 취재진과 만났다. 지난 8일 진행한 에스파의 ‘MY WORLD’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카리나는 “대면이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다. 앞으로도 뵐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방송 출연도 늘었다. 에스파는 그동안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신비함을 고수했다. 반면 이번에 에스파는 유튜브 ‘자취뿔’을 비롯해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JTBC ‘K-909’ 등을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내비쳤다.
댄스 챌린지의 시야도 넓어졌다. 챌린지는 꾸준히 해온 콘텐츠지만 주로 같은 소속사 가수들과만 해왔던 것과 달리, ‘Spicy’ 댄스 챌린지는 카라 허영지, 비투비 서은광과 이창섭, 몬스타엑스 주헌, (여자)아이들 미연, 르세라핌 허윤진과 김채원, 방송인 박명수, 김호영 등 다양한 스타들과 함께했다.
르세라핌, 케플러 멤버 등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오던 다른 가수들과 처음으로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인 인스타그램도 지난 22일 개설해 팬을 포함해 다른 가수들과 소통 중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음악방송이다. 그동안 에스파는 신인가수라면 의무로 여겨진다는 음악방송조차 불규칙하게 출연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으로는 모든 음악방송에 출연했고, 지난 18일 Mnet ‘엠카운트다운’부터 19일 KBS2 ‘뮤직뱅크’, 20일 MBC ‘쇼! 음악중심’, 21일 SBS ‘인기가요’까지 1위 트로피를 싹쓸이하며 4관왕에 올랐다.
음반도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지난 8일 발매한 ‘MY WORLD’는 초동(발매 일주일 간 판매량) 169만 8,784장을 기록하며 역대 K팝 걸그룹 초동 1위에 올랐고, 지난 22일 발매 2주 만에 200만 장을 넘기며 더블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이는 총판 기준 K-POP 걸그룹 역대 2위(1위 블랙핑크) 기록이다.
음방·음반에 이어 음원 또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타이틀 곡 ‘Spicy’는 공개 이후 지니·벅스 등 국내외 주요 음악 사이트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 22일 멜론 일간 차트에서 처음으로 1위 자리에 등극했다. 23, 24일에도 ‘Spicy’는 일간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달라진 콘셉트나 대중성이 좋은 성적을 가져온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팬들의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에스파 역시 대중가수이기 때문에 팬들의 반응은 중요하다.
이런 변화는 에스파 멤버들의 적극적인 의지로 보인다. 지젤은 “사실 ‘Spicy’는 저희 노래가 아니라 나이비스의 곡이었다. 좋은 곡이라 ‘우리도 한 번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직접 말해서 가져오게 됐다”며 타이틀곡 선정 비하인드를 밝혔다.
윈터는 “그동안 어둡고 심오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번에 신나는 노래를 하게 됐다. 한이 맺혀있었다. 이번에 한껏 한을 풀고 싶다. 이번 활동 목표는 한이 다 풀릴 때까지 노는 것”이라고 말했고, 닝닝은 “처음으로 귀엽고 대중적인 노래를 하게 됐다. 앞으로도 다양한 노래 시도하려고 한다. 시도하는 것은 두렵지 않다. 다들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동안 SM은 하나의 본부제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최종 컨펌을 통해 앨범을 제작했다. 그러다 지난 3월 SM은 “SM 소속 아티스트를 6개의 제작 센터로 구분하고, 아티스트 전담 제작/핵심 기능을 배치해 독립적인 의사결정 보장 및 창작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며 SM 3.0의 시작을 알렸다. 에스파는 SM이 달라진 뒤 처음으로 앨범을 내는 1센터 소속 가수로, 독립성을 보장받게 됐다.
에스파의 다음 앨범 또한 멤버들의 의지가 많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통상 가수들은 다음 앨범과 관련해서 회사와 협의가 되지 않은 내용을 스포일러하지 않지만, 이날 에스파 멤버들은 거침없이 속마음을 털어놨다.
지젤은 정규 앨범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정규 앨범이 있는 게 맞다. 우리는 다음을 계속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 앨범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하고 있다. 여러 곡, 좋은 곡들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고, 카리나는 “회사 분들 표정이 안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이미 말을 해버렸다”며 정규 앨범 발매를 예고했다.
솔로곡에 대해서도 카리나는 “질문을 받아 너무 감사하다. 정규 앨범에 실릴 수 있다. 하지만 실리지 않을 수도 있다. 회사와 원활한 합의 이후에 실렸으면 좋겠다”면서 “솔로곡이 실린다고 기사로 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허정민 기자
이주희 기자 ljh01@hanryutimes.com
Copyright ⓒ 한류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