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2024년 4월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5월 23일 친노 인사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차 대거 봉하마을을 찾았다. 민주당 내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친명계의 입지도 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정신’을 내세우는 친노계가 대안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코인 사태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사태 초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 부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시원시원한 발언과 일처리로 ‘사이다’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 대표가 ‘고구마’라고 불리던 문 전 대통령 보다 더 답답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압수수색을 한 지 닷새만인 지난 4월 17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논란과 관련해선 논란이 불거진 지 9일 만에 사과했다. 이 대표가 침묵하는 동안 여론은 악화일로를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이 대표가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사법리스크 딜레마’라는 분석이다. 대장동, 성남FC 등의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이 대표가 다른 의원의 비위에 엄정하게 대응하면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민주당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하여 검찰은 민주당을 탈당한 이성만, 윤관석 의원을 소환한데 이어 송영길 전 대표의 측근에 대해서도 강제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만간 돈봉투 수수자로 지목되는 민주당 의원이 줄소환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각 부처에 검찰 출신을 주요 보직에 앉힌 만큼 각 분야에서 민주당을 겨냥한 수사가 총선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길을 따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은 리더십의 위기를 혁신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로 돌파했다.
특히, 친문 핵심이던 ‘이호철·양정철·윤건영’ 측근 3인방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2016년 1월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공식 사퇴했다. 그 결과 민주당은 2016년 총선에서 123석을 챙기며 승리했다.
즉, 이재명 대표도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윤선 정치전문기자는 2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추석 무렵 이재명 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그러면서 당 지도부에서 물러나고 공천권을 내려놓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만약에 국민의힘에서 우리부터 먼저 내려놓겠다고 하면 혁신 경쟁이 붙게 된다”며, “그럴 경우 당 내부에서 비대위로 갑시다라고 할 수도 있고 이재명 대표가 그때 되면 떠밀려서 하게 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해 볼 필요도 있겠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어차피 대선할 거기 때문에 내년 총선 불출마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공백을 ‘친노계’가 채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친노 인사들은 최근 적극적으로 이 대표에 대한 비판과 조언을 하고 있다.
'원조 친노'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이 대표도 총선에 지면 자신의 인생도 끝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라며 "그래서 총선에 이기기 위해 여러 가지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현명한 판단에 '중대한 결정'(사퇴)도 포함됐는지를 묻는 질문엔 "총선을 이대로 치르는 것이 더 유리하다면 총선까지 이대로 가야 되고, 여러 가지 재판이 부담 된다면 당을 위해 본인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 결정이지 당내에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거기에 따를 것 아니다"라며 "정당 대표로서 민주당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는 변함없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16일 '어떻게 민주당은 무너지는가, 최종 표지'라는 제하의 글과 함께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며 "마지막 애정까지 짜내서 민주당 '쇄신의 길'을 담았습니다만…중요한 상임위를 하면서도 코인 거래를 한 김남국 의원을 실드 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에 오만정이 떨어졌다"고 직격했다.
그는 민주당을 겨냥해 "무너지는 정당은 빨리 무너져서 새 살이 돋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지금 '긍정 프레임'으로 민주당을 실드 칠 때가 아니라고 본다"며 "망당병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민주당 의원들이 염치와 상식을 되찾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거듭 쓴소리를 했다.
친노계 인사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영향력이 있는 인물은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원조 친문이다. 과거 ‘우 광재, 좌 (안)희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도 최근 문재인 정부 ‘알 박기 인사’의 대표 사례로 여권의 타깃이 됐지만 야권에서는 “그렇게 강단 있게 버틸 줄 몰랐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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