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사실상 국내 정치 복귀 선언을 했다. 여야를 향해서는 "기존 주요 정당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윤석열 정부 외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 냈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인 만큼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학 엘리엇스쿨 한국학연구소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 출판기념회를 마친 뒤 진행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통일된 목표를 잃고 있는 것 같다.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들은 마음 둘 곳을 잃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전 총리는 "기존 주요 정당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할 것"이라며 "그러지 못한다면 외부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했다. 주요 정당이라고 표현했으나 최근 전당대회 돈봉투, 김남국 코인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주당을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이 전 총리는 조지워싱턴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오는 6월 귀국을 앞두고 있다. 귀국 후 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외부 충격’이라는 표현에 대해 이 전 총리는 '제3의 길'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할 것으로 본다"라고 언급했다.
귀국 후 자신의 구체적인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정치가 길을 찾고 국민이 어딘가 마음 둘 곳을 갖게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취임 1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외교에 대해 "구성의 모순"이라며 "한 부분을 놓고 보면 맞는 것 같은데, 다 합치면 이상해지는 것들이 반복된다"라고 혹평했다.
최근 불거진 미국의 한국 정부 도청 의혹을 거론, "도청을 미국이 시인하고 사과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괜찮다고, 악의에 의한 도청이 아닐 거라고 두둔하는 건 국민에 상당한 정도의 낭패감을 안겼다"라고 꼬집었다.
이 전 총리는 "(도청이) 잘못됐다는 것, 유감스럽다는 것,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 정도는 표명했어야 국민들이 납득하기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일 외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역사의 청산을 요구해온 것이 마치 잘못된 것인 양 국민에 말하는 것, 그것 또한 국민에 크나큰 혼란을 줬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미·중 전략 경쟁이나 국제질서 불안정은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아니다"라면서도 "그에 어떻게 대처하고 관리하는가는 정부의 책임이다. (윤석열 정부가) 후자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그는 "분단국가로서 평화를 확보하는 일, 동맹 국가로 신뢰를 유지하고 공유하는 일, 반도 국가로 인접 대륙 국가와 건설적 관계를 유지하는 일, 통상 국가로 무역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동맹 국가의 역할만 강화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한다"라며 "불충분한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종합적으로 보고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가져야 한다"라고 했다.
한편, 이 전 총리는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와 대담을 진행했다. 주 내용은 동아시아의 외교 지형에 대한 이 전 총리의 견해였다. ‘외교 실패’ 비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안팎의 위험에 직면했다"라며 "불안하게 지켜왔던 평화와 번영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반도에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점점 더 확연해지고 있다"라며 "냉전 시대에 미·소 대립의 최전방이었던 한반도가 이제는 미·중 경쟁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한·미·일 협력의 강화는 필요하다"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북·중·러 연대의 강화를 부르며, 한반도의 긴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즉, 한·미·일 협력의 강화와 함께 한반도 긴장의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북 대화, 남·북 대화와 안정적 한·중 관계의 확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공조 강화에 집중한다. 그것도 필요하다"라면서도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는 한국도 일본도 중국과 안정적·건설적 관계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이어지지 않은 점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정권이 바뀌어도 대북 정책의 골간은 바뀌지 않게 할 뭔가를 만들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정권에 따라 정책이 동전 뒤집기처럼 엎치락뒤치락 한다면 남북관계에 축적이 생길 수 없고, 북한 입장에서는 상대를 신뢰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전 정부의 대북 대화를 거론, "그걸 모두 부정하고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만드는 건 더 허무한 결과"라며 "지금 정부가 전 정부의 남북관계 결과를 부정하고 백지처럼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했다.
북한을 향해서는 "긴장이 고조하지 않도록 자제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의 북한 정찰위성 '파괴 조치 준비 명령'에는 "막아야 할 정도의 정찰위성이라면 주권국가로서 충분히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는 시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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