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지난달 30일 열린 크리스에프앤씨 제45회 KLPGA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3번홀(파4). ‘신예’ 방신실(19)이 비거리 320야드에 달하는 티샷을 날리자 보는 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고덕호(61) SBS 골프 해설위원은 “아주 화려하고 멋진 샷들을 많이 보여줬다. 김아림(28) 선수가 국내 대회에 출전할 때 방신실 선수와 같은 조가 되면 정말 볼만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방신실은 지난 12일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 17번홀에선 파5홀임에도 2온을 시도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공은 아쉽게 그린 가장자리인 프린지에 조금 못 미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혜성처럼 등장한 방신실은 출전하는 대회마다 장타로 보는 이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하고 있다. 드라이버 샷 비거리 최고 기록은 320야드. 그는 22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골반의 움직임, 즉 ‘힙 턴(Hip turn)’이 남들보다 빠르다. 전에는 팔로 치는 스윙을 하다가 동계훈련 이후 힙 턴 스윙으로 교정을 했다. 아빠와 연구를 많이 했고 제 스윙 영상들을 반복해서 보면서 맞는 스윙을 찾으려 했다”고 장타 비결을 전했다.
◆일찍이 될 성 부른 떡잎
체격적으로도 장타에 유리하다. 그는 “키가 173cm로 크고 팔, 다리가 길다 보니 스윙 아크도 다른 선수들보다 크다”고 짚었다. 올해 기준 평균 스윙 스피드는 104마일, 최대치는 106~107마일이며 볼 스피드는 잘 나왔을 때 158마일에 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방신실은 어렸을 때부터 장타에 소질이 있었다. 7살 때 장난감 채로 빈 스윙을 하며 골프에 재미를 들인 그는 8살 때부턴 골프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비거리가 잘 나오는 편이었다. 중학생 때는 257야드가 나왔다”고 떠올렸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2020년 갑상샘 항진증 진단을 받고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았다. 그는 “체중이 처음엔 10kg 정도 빠졌다. 그러다 보니 거리도 줄고 힘을 아예 못썼다. 땀이 엄청 많이 나고 빈 스윙 한번만 해도 숨이 가쁠 정도였다. 불안해지고 라운드할 때도 두려움이 많았던 것 같다”고 힘들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물론 그러면서 “약은 하루 한번, 두 알 반씩 먹고 있다. 현재는 체중이 돌아왔고 거의 완치 단계다”라고 웃었다.
정상 체력을 회복한 방신실은 남다른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출전한 정규 투어 4개 대회 가운데 2차례나 ‘톱5’에 들었다. KLPGA 챔피언십에서 4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3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시원한 장타로 갤러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느냐’라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다. 신기하고 감사드린다. 갤러리 분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실 때마다 힘이 난다”고 감사해했다. 시즌 초반 성적에 대해선 “생각지도 않게 정규 투어에서 성적이 잘 나오고 있어 좋다. 우승은 놓쳤지만 잘했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닮고 싶은 선수는 고진영
그는 올해 KLPGA 투어 조건부 시드를 받아 1부와 2부(드림)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자력으로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선수 132명이 참가하는 대회로 총 10개 안팎에 그친다. 방신실은 “1부 투어 대회들은 코스 세팅이 다르다. 1부 투어 대회 그린은 딱딱하고 스피드가 빠르고 상태가 좋다. 그런데 2부 투어 대회 그린은 느리다”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21일 끝난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그는 “매치플레이가 (스트로크 플레이보다) 저에게 더 잘 맞는 것 같다. 장타자이기도 하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다 보니 상대 선수만 신경 쓰는 게 더 편하고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수화기 너머론 차분한 말투가 이어졌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다. 처음엔 내성적으로 보시는데 그래도 친해지면 밝고 유쾌한 성격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시간이 날 땐 도자기를 만든다거나 그림을 그린다. 갑상샘 항진증이 심할 때 골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그때부터 차분해지고 힐링하려고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가장 닮고 싶은 선수론 고진영(28)을 꼽았다. 이유론 “멘탈이 정말 좋으시고 배울 점 많다. 항상 성실하게 연습하신다. 세계랭킹 1위이신데도 성실하게 연습하신다. 배울 점이 많은 선수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방신실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행복과 건강이 첫 번째인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갑상샘 항진증을 앓았던 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고기류를 좋아하며 편식하던 그는 병을 앓은 후 밀가루 음식을 피하고 양상추 같은 채소를 많이 먹게 됐다고 한다.
균형 있는 식단은 선수로 ‘롱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방신실은 “꾸준히 오래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우승하면 더 좋지만 ‘톱10’에 꾸준히 들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선수가 되려 한다”고 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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