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서거 14주기] ‘노무현 정신’에 담긴 노무현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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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서거 14주기] ‘노무현 정신’에 담긴 노무현은 누구인가

폴리뉴스 2023-05-23 13:30:06 신고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 1위.. ‘희생’ 기반 리더십 인정 [사진=노무현재단]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 1위.. ‘희생’ 기반 리더십 인정 [사진=노무현재단]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14년이 됐다. ‘사람 사는 세상’을 꿈 꾸던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청산과 권위주의를 타파하고자 했으나 기득권의 저항을 이겨 내지 못했다. 현직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이 된 후 헌재 판결로 다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으나 임기 내내 그에게는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퇴임 후에는 검찰로부터 ‘박연차 게이트’의 뇌물 수수자로 지목돼 검찰에 소환 되기도 했다. 그리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 던 14년 전 오늘 아침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재임 시기를 한 마디로 축약하면 ‘모든 것은 노무현 때문이다’라 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운 것도 노무현 때문이고, 우리집 아이가 아픈 것도 노무현 때문이고, 시험 성적이 떨어진 것도 노무현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재임 시절 지지율은 처참했다. 취임 당시 60%로 출발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년 후 25%로 추락했고, 정권 말기에는 12%까지 떨어졌다. 탄핵 직전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퇴임과 서거 이후 극적으로 달라졌다. 아무도 찾을 것 같지 않던 봉하마을에는 연일 방문객이 몰려 노 전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다.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호감도가 높은 대통령은 꽤 오랜 기간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으나 얼마 전부터는 노 전 대통령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4월29~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 조사’를 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이 30%로 박정희 전 대통령(23%)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조사는 ARS 자동응답시스템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4.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가난한 한국에 경제 부흥을 이루어 낸 박정희 전 대통령과 IMF라는 국난을 이겨 낸 김대중 전 대통령,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한국의 위상을 높여 선진국에 진입시킨 문재인 전 대통령에 비하면 노 전 대통령은 굵직한 성과로 내세울 만한 것은 없다. 그가 추진하던 여러 개혁 정책은 야당의 반대와 국민적 저항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호감을 갖는 이유는 ‘노무현 정신’에 있다. 역대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치인들 가운데 ‘000 정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최초라 할 수 있다.

후대 정치인들과 학자들이 ‘노무현 정신’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는데 공통적인 것은 ‘희생’이라는 키워드이다.

누구나 공감하듯 ‘존경’은 희생과 모범으로부터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에게 불이익이 예상되면 피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선뜻 그것을 선택하면 자연스레 호감이 생기게 된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은 그의 생애 전반에서 나타나는 희생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이나 다큐 영화 ‘노무현입니다’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잘 나가던 세무 변호사를 그만두고 인권 변호사의 길을 택한 것, 영호남의 벽을 허물겠다며 14대 총선(1992년)에서 험지 중의 험지 부산에 출마해 낙선한 것,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그는 ‘희생’을 선택했다.

사회심리학자 김태형 소장은 지난 2017년 가톨릭평화방송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자신에 대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 진보개혁세력 전체가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셨던 것 같다”며, “내가 여기에서 끝장내서 방어를 해야 되지. 안 그러면 큰일나겠다. 역사가 큰 후퇴를 하겠다 이런 위기를 느끼신 점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이 꿈 꾸던 ‘사람사는 세상’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8월 9일 국회 첫 대정부질문 발언에서 ‘사람사는 세상’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제가 생각하는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 나게 이어진 그런 세상입니다”

60년대부터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 사회는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그 결과 유례 없는 빠른 성장을 이뤄냈고 먹고 살 만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피할 수 없었다.

그가 제시한 ‘사람사는 세상’에는 현대 사회 갈등의 원인과 해결 방안이 모두 담겼다. 부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생긴 여러 사회갈등은 ‘헬조선’까지 이르렀다.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더 내달려야 하던 현대인들에게 ‘사람사는 세상’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시했다.

‘더불어 사는 삶’은 과거 농업사회에서는 당연한 가치였으나 산업화를 거치며 점차 희미해졌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 DNA에는 남아 있던 것을 노 전 대통령이 다시 일깨운 것이다.

혹자는 노무현이 너무 빨리 대통령이 됐다고 아쉬워한다. 소탈하고, 권위적이지 않으면서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정치인에 익숙하지 않던 우리 사회가 ‘노무현’을 품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반면, 노무현이 등장해서 한국 정치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지금의 한국 정치는 정치인 노무현으로부터 파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원된 인원이 아닌 자발적인 지지 단체인 ‘노사모’가 처음 등장했고, ‘국민과의 대화’ 등 개방적인 행보로 국민들이 정치 효용감을 느끼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경·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4개 권력기관의 장과 장관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노무현의 참여 정부 부터이다.

당명에 ‘더불어’를 반영하며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지금의 민주당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을 희생해 모두를 살린 대통령 앞에서 우리는 과연 떳떳할 수 있는지 솔직히 자신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코인 사태를 대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민주당의 모습은 국민이 아닌 민주당을 살리는 일에만 전념하는 것 같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사형선고를 받은 바 있고,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 내놓았다. 권력자는 정치인에게 없는 죄도 만들어 죽이려 들지만 그 정치인을 살려내는 건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요즘 유행하는 MBTI 테스트를 한다면 노 전 대통령은 어떤 유형이 나올까?

이에 대해 김태형 소장은 지난 2009년 출간한 ‘심리학자, 노무현과 오바마를 분석하다’에사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노 전 대통령은 산책길에 만난 낚시꾼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넬 정도로 외향형(E)이었고, 책읽기와 글쓰기를 즐기고 토론과 논쟁에 뛰어난 직관사고형(NT)이었다. 그는 타인의 기분과 관계없이 거침없이 바른 소리를 하는 외향사고형(ET)이었고, 계획성과 규율성, 집중력이 뛰어난 실천형(J)이기도 했다.

이런 특성을 모두 더해 노 전 대통령은 장군형(ENTJ)으로 분류된다. 장군형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적에 맞설 때 엄청난 기를 내뿜는 특성을 지닌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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