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 디올 맨. 톱 코스. 실버 네크리스 비엔베투.
Q 어제도 늦게까지 드라마 촬영했다고 들었어요. 피곤하지는 않아요?
A 피곤하긴 하죠. 촬영 장소도 먼 곳이거든요. 연천 거의 끝자락이라서 왕복 3시간 걸려요. 저희 드라마가 세트 분량이 한 60~70% 정도 되기 때문에, 요새는 계속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촬영이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길래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도 기력이 넘치네요.
A 오늘 사진도 예쁘게 나왔고, 그래서인지 다들 좋은 표정으로 퇴근하신 것 같아 저도 기분 좋습니다. 사실 일하는 사람 중에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들 힘든데 저 혼자 내색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죠.
Q 어떤 말씀인지는 알겠지만 각자 상황이 다른 부분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드라마 촬영같이 체력과 정신을 온전히 쏟아야 하는 일이 진행 중인데 짬이 날 때마다 부수적인 스케줄에도 하루 종일 힘을 쏟아야 한다, 그게 제 상황이라면 이렇게 촬영장에서 제일 기운 넘치는 사람이 되지는 못할 것 같거든요.
A 저는 워커홀릭입니다.(웃음) 이 말로 정리가 되죠? 제가 일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 아마 이 얘기도 납득이 되실 텐데요. 제가 1년 반 동안 군대에 있었잖아요.(김명수는 작년 8월에 해병대 만기 전역했다.) 일이 힘들기보다는 반가울 수밖에 없죠. 그리고 그전에도, 제가 열아홉 살 때부터 일을 시작했으니까 사회생활을 또래보다 비교적 오래 한 편이고요. 또 제 일의 특성이 저를 바라봐 주시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잖아요. 그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는 뭔가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뿌듯해요. 오늘처럼 많은 분과 함께 일하는 날은 끝날 때 사람들 표정이 밝으면 ‘아 내가 일을 잘했구나’ 받아들이게 되기도 하고요. 말하다 보니 굉장히 여러 이유가 있네요.
Q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명수 씨가 어떤 동료로 회자되면 제일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A ‘같이 일했는데 되게 편했다.’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잘하더라’ 하는 평가가 더 반갑게 들리는 때도 분명 있겠죠. 사람의 생각이라는 게 계속 달라지니까.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 사람 되게 편하다’는 평가가 가장 기분 좋아요. 그게 또 잘했다는 얘기까지 포함한 좀 더 함축적인 표현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Q 오, 아까 촬영 컷 고를 때 포토그래퍼 실장님이 저한테 딱 그렇게 말했어요. 명수 씨 나이스해서 너무 좋다고요.
Q 스타일리스트 실장님은 또 명수 씨 몸이 굉장히 좋다고 감탄했고요.
A 하… 이게 사실, 제가 최근에 감기가 세게 와서 2주 정도 운동을 못 했거든요. 그래서 관리를 많이 못 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아까 첫 촬영하기 전에 밖에서 살짝 운동하고 들어오기도 했고요. 저 옆 계단 잡고 푸시업하고.(웃음)
Q 불완전한 상태인데 누가 칭찬을 하면 괜히 더 아쉬워지죠.
A 사실 남들이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는데, 다 자기만족이죠. 운동을 계속하다가 어느 정도 쉬어주면 근 성장에 좋다거나 촬영했을 때 더 좋게 나온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긴 한데요. 그냥 실제로는 어떻든 간에 제 스스로가 제 몸에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인 것 같아요.
Q 배우 활동 초창기 때, 체력을 비축하는 개념으로 작품 들어가기 전에 운동을 많이 해놓는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지금도 유효할까요?
A 이제는 그냥 몸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계속하고 있긴 한데요. 여전히 운동의 7, 8할 정도는 그런 의미라고 볼 수 있어요. 체력이 받쳐줘야 연기가 나오고 촬영을 계속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촬영 후반으로 갈수록 피로가 누적되고 체력이 점점 깎여나가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몸을 베스트 컨디션으로 만들어놓고 들어가야 어느 정도 체력이 유지되는 것 같아요.
Q 화보 준비하면서 의상 사이즈를 물었을 때, 상의 사이즈가 105라고 해서 놀랐어요.
A 가수 생활 할 때부터 기본적으로 몸을 좀 만들어놓긴 했는데요. 슬림한 느낌에서 점점 두꺼운 몸으로 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이 아마 일종의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상반신 노출 신이 있어서 그때 제대로 몸을 만들었거든요. 그리고 군대에서 좀 더 벌크업이 됐죠. 군대에서는 운동밖에 할 게 없으니까.(웃음) 너무 커지는 바람에 전역하고 나서는 좀 깎아내고 그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Q 군대 얘기가 나올 때마다 행복하게 웃으시는데, 군대의 기억이 좋아서 그런 건지 전역이 좋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네요.
A 저는 군대가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사실 아직도 가끔 군대 꿈을 꾸고 그때마다 벌떡벌떡 깨서 ‘아 꿈이구나’ 하긴 하는데요.(웃음) 이게 도대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군대에서 제일 좋았던 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는 부분이에요. 군대에는 제 삶의 바운더리 바깥의, 정말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있잖아요. 성격이라는 게 다 달라서 아주 어린 친구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계급사회라는 것에 대해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좋았고요. 처음 경험해보는 것들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요즘 군대를 가면 사람이 성숙해진다, 그 얘기를 많이 해요. 제가 군대 안에 있을 때 강연도 한 번 했는데, 그때도 그게 핵심 메시지였거든요. 여기가 사회생활의 튜토리얼 같은 단계라고 생각하고 진취적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요.
Q 하하하. 간부들이 저 친구의 철학을 모두에게 전파해야겠다고 느낄 만큼 건강한 군 생활을 하셨군요.
A (웃음) 물론 시켜서 한 거긴 했지만 그래도 제가 한 시간 분량의 내용 다 짜고 PPT도 만들었어요. 그래서 상도 받았고요. 사회생활의 첫걸음인 만큼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보고 좋은 것들을 많이 얻어 갔으면 좋겠다, 해병대에 대한 일부 안 좋은 시선을 우리의 행실로 다 같이 개선해나가자, 우리가 가진 장점을 잘 살려나가자, 뭐 그런 얘기들을 했죠.
재킷 골든구스. 팬츠 우영미. 블랙 톱 렉토. 화이트 톱 코스. 벨트 어니스트 더블유 베이커.
Q 군대 갔다 와서 스스로 달라진 점이 있는 것 같아요?
A 저는 솔직히 없는 것 같아요. 아시겠지만 군대라는 게 딱 그 공간만큼의 세상에, 정말로 시간이 멈춰 있잖아요. 그래서 바뀐 점은 없는 것 같고… 되게 사소한 부분이긴 한데 이제 짜장면을 먹을 수 있게 됐다는 것 정도?(김명수는 어릴 때 짜장면을 먹고 체한 후로 트라우마가 남아 짜장면을 못 먹었고, 〈미스 함무라비〉 촬영 당시 짜장면 먹는 신이 많아 그때마다 맛있게 먹는 척하고 촬영 후에 혼자 토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사람이 원래 힘든 공간에 있으면 뭐든 잘 먹게 되니까요.
Q 그렇군요. 그런데 군대랑 짜장면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A 요즘 군 시설이 많이 좋아져서 막사 내에 체인점이 들어오기도 해요.
A 네. 중국집도 있고, 여러 가지 생기고 있습니다.
Q 방금 되게 해병대 홍보대사 같았어요. 자랑스러움이 듬뿍 묻어나는 톤과 정확한 딕션이.
A (웃음) 제가 해병대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그렇습니다.
Q 해병대에 입대한다고 했을 때 다들 놀랐었는데, 명수 씨는 딱히 큰 의미는 없다고 했죠.
A 네. 진짜 별생각 없었으니까요. 제가 뭐 다른 데 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군대 가는 건데 기왕이면 재미있고 유익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해병대가 좋을 것 같다, 그래서 간 거죠.
Q “입대하면 잊힌다는 말은 옛말인 것 같다. 오히려 군 생활을 통해 경험의 폭이 넓어지며 제대 후에 연예계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말을 하기도 했죠. 입대 전에.
A 네. 지나고 봐도 맞는 것 같은데요? ‘그게 옳았다. 해병대에서 있었던 좋은 추억, 경험, 인연이 내가 봤을 때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옛날에 가졌던 그 믿음과 마음가짐이 맞았던 것 같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세간에 흔히 쓰이는 또 한 가지 표현이 ‘제대 후 복귀작’인 것 같아요. 〈넘버스: 빌딩 숲의 감시자들〉 촬영에 임하는 느낌이 이전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요?
A 저는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는 않아요. 그런 부분에 매달리기 시작하면 정말 한도 끝도 없이 가거든요. 어차피 내가 계속 해오던 일이고, 2년 만에 한다는 것뿐이잖아요. 물론 연기도 어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안 하다 보면 잊어버리고 놓치는 부분이 있겠죠. 그래도 군대를 다녀와서 더 발전된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예전처럼 작품이 재미있을 것 같아 택했고, 열심히 하고 있다. 그렇게 심플한 태도인 것 같아요.
A 더 나아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늘 했던 대로 최선을 다하는 거죠. 정체를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배우라는 직업의 속성이니까요. 이번 작품도 그래서 선택한 거고요. 제가 좋아하는 성격이 많이 섞여 있는 작품이면서 저라는 배우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Q 배우 인터뷰를 계속하다 보면, 연기력 외에도 배우라는 직업에 필요한 종류의 정신력, 잘 맞는 성격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A 계속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죠. 저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그런 마음을 품어왔고요. 그런데 그게 저한테는 완전히 부담으로 느껴지지는 않고, 아까 말했듯이 제가 워커홀릭이니까, 재미를 느끼니까 잘 맞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 성격만 놓고 보자면 이 일에 잘 맞진 않거든요. 제가 집에 혼자 틀어박혀 잘 안 나오는, 소극적이고 어떻게 보면 낯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에요. 그래도 사람이 일도 하고 같이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니까 노력을 하는 거죠. 이 직업을 택해서 달라진 부분도, 배운 부분도 많고 좋은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셔츠 우영미. 팬츠 김서룡. 캡 엘엠알. 워치 오데마피게 by 빈티크. 넥타이 핀 벨앤누보. 넥타이, 벨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오재광 STYLIST 박선용 HAIR 세희 MAKEUP 전민지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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