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131)] 느리지만, 꾸준한 배우 김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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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131)] 느리지만, 꾸준한 배우 김창현

데일리안 2023-05-21 15:19:00 신고

뮤지컬 '영웅' 다섯 시즌 참여...이번 시즌 댄스캡틴 활약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에이콤 ⓒ에이콤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방향성 없이 무작정 달리다 보면 길을 잃기에 십상이다. 하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한다면 그 속도가 느리더라도 언젠가는 목표지점에 도달한다. 2012년 ‘락 오브 에이지’ 앙상블로 데뷔한 뮤지컬 배우 김창현은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을 거듭하며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의 성장 과정은 뮤지컬 ‘영웅’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데뷔 초였던 2014년 뮤지컬 ‘영웅’에 출연해 현재 아홉 번째 시즌까지 총 다섯 번의 시즌을 함께 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 사이 ‘영웅’은 초연 이후 14년 만에 누적 관객 100만명(3월28일 기준)을 돌파했고, 김창현은 앙상블부터 시작해 현재 댄스캡틴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았어요.

사실 제가 뮤지컬을 10년이나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저보다 월등하게 잘하는 배우들이 워낙 많다보니 제가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인지 딱히 시간에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10년이나 작품을 쉬지 않고 꾸준히 했다는 것에 ‘잘 버텨왔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와 동시에 제가 사랑하는 작품과 함께 10주년을 맞이했다니 한 편으로 기쁜 마음도 들고요. 앞으로의 10년도 이렇게 꾸준히 한 작품 한 작품 발걸음을 찍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나요?

어렸을 땐 공연은 숙제를 위해 보는 것에 불과했어요. 대학교 시절엔 교양수업으로 ‘뮤지컬의 이해와 실습’이란 수업을 듣고 ‘아가씨와 건달들’의 나싼 역할로 공연을 올리게 됐죠. 그렇게 4개월의 연습을 통한 5번의 공연을 마무리했고, 다음 학기엔 후배들이 올리는 작품을 보러갔어요. 그런데 오프닝에 흘러나오는 스모그 냄새를 객석에서 맡는 순간 심장이 너무 뛰고 제가 공연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순간 객석에서 제 꿈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저한테 가장 지루했던 것이 제 심장을 뛰게 해준 것이었죠.

-무대에서의 10년을 되돌아보자면?

처음 1~2 작품은 그냥 좋았던 것 같아요. 전공이 공연 예술 계통이 아니다 보니 오디션에 붙는 것도 많이 힘들었고요. 그러 보니 주어진 기회가 너무 감사했고 저만의 어떤 루틴도 없이 그냥 공연이 시작되면 정신없이 씬을 마치고 나오기 바빴던 것 같아요. 그런 시기를 지내오고 또 오디션 경험도 쌓이면서 조금씩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부족한 부분은 레슨을 통해 채워나가려고 노력했어요. 지금도 레슨을 받고 있고요. 나이가 들수록 제가 무대 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들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10년의 세월 동안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했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온 것 같습니다.

-긴 시간인 만큼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많은 배우들이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20년도에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코로나 팬데믹 때죠. 당시에 전 뮤지컬 ‘웃는 남자’를 마친 후라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작품이 취소되는 동료 배우들의 상황을 직접 보고 들으면서, 그리고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공연계 상황을 보면서 정말 심각하게 이 일을 그만둘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김창현 배우는 팬데믹 기간을 어떻게 보냈나요?

이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봤어요. 그 당시에 배달대행 알바가 서서히 유행하던 때라 저도 집에 있는 자전거 한 대와 가방 하나 들쳐 메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나름 힘든 시기를 버텨냈어요. 배달하고 운동하고 연습실 다니면서 다른 생각을 할 틈 자체를 두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름에 비를 맞고, 겨울엔 눈을 맞아가며 배달하려 다녔던 때를 생각하면 쉬지 않고 공연할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에이콤 ⓒ에이콤

-현재는 ‘영웅’과 함께 하고 있어요.

저는 작품의 전체적인 큰 롤은 독립군을 맡고 있습니다. 2막에선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등장하는데 이토의 출정식에선 일본의장대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거리에선 일본 경찰의 시선을 따돌리는 대역 안중근으로 나오고 법정장면에선 기자로 나오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셨나요?

‘영웅’은 제가 너무 오랫동안 했던 작품이라 기계적으로 장면에 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독립군으로 등장하는 1막 전체에선 저 나름 하나의 큰 이야기 틀을 만들어 그 안에서 주변 인물과의 관계 형성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틀을 만들어 놓으니 ‘만두가게’ 씬이나 ‘추격’ ‘왕웨이의 장례식’ 등에서 자연스럽게 장면에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2막의 서로 다른 캐릭터로 나오는 장면에서는 씬의 분위기에 맞춰지려 노력했습니다. 이토가 연설하는 장면에선 잔뜩 날이 선 일본의장대처럼, 블라디보스토크 거리에선 혼란한 거리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독립군으로 그리고 법정장면에선 서서히 안중근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그에게 동화되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영웅’과는 2014년부터 인연을 맺고 있어요. 무려 다섯 번의 시즌에 함께 한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관객의 입장에서 ‘영웅’을 봤을 때, 그리고 지금 동료들과 함께 무대에서 호흡할 때 모두 앙상블의 에너지가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객석에서 봤을 땐 심지어 너무 넋을 놓고 봐서 박수조차 치지 못했습니다. 같이 씬에서 호흡할 때도 모두 눈빛이 살아있고 저마다의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건 누군가 시켜서 나오는 호흡과 에너지, 눈빛이 아니라 정말 극에 녹아들어서 나오는 에너지라는 것이 느껴졌어요. 이 에너지는 작품이 주는 힘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배우가 무대에서 살아있게 하는 힘을 주는 작품, 이게 ‘영웅’의 가장 큰 매력이죠!

-2014년이면 데뷔 초창기 때부터 함께 한 건데요, 김창현 배우의 성장을 이 작품과 함께 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항상 느끼는 부분입니다. 저는 처음 이 작품을 객석에서 보고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디션을 봤지만 두 번이나 떨어졌어요. 불합격의 과정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했어요. ‘영웅’ 오디션 지정 안무를 한 달동안 3~4시간씩 추면서 오디션을 준비했고 3수 끝에 ‘영웅’을 만나게 됐죠. 이 과정 속에서 배우로서 가장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고 작품의 체계적인 연습 과정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즌이 지나 이 공연의 전체적인 틀에 익숙해졌을 땐 무대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그리고 했던 공연이라고 안주하지 않고 조금 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했던 것. ‘영웅’을 통해 차근차근 배우로서 성장한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성장과 변화도 있지만, 오랜 기간 함께 하면서 보게 된 작품의 변화도 있었을 것 같아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존 넘버의 삭제, 그리고 또 좋은 넘버를 추가함으로써 인물의 심정이 더 잘 보여지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배경으로 사용되는 영상이 훨씬 선명해져 관객들로 하여금 조금 더 생동감있는 공연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출부에서 장면에 대한 고민들을 계속해서 하고 더 좋은 장면을 위해 변화를 준 결과 ‘이것이 첫사랑일까’ 같은 장면은 더 좋은 장면으로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또 한 그 후에 이어지는 추격씬 까지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지도록 한 것 또한 우리 작품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에이콤 ⓒ에이콤

-현재는 팀의 댄스캡틴도 맡고 계시죠.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에어 오는 책임감, 부담감도 있을까요?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보단 스스로에 대한 것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추격’이나 ‘비상구는 없다’ 같은 격한 안무가 있는 씬에선 후배들의 에너지에 지지 말아야겠다, 내가 더 에너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씬에 들어갑니다. 후배들에게 지적만하고 저는 그렇게 못하면 그것 나름대로 너무 창피한 일이니까요(웃음).

-‘영웅’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와 그 이유는?

‘단지동맹’입니다. 영웅의 시작을 알려주는 장면인데 저희는 항상 ‘단지동맹’의 에너지가 공연 끝까지 이어진다고 말하거든요. 그만큼 이 장면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고, 전 이 장면에서 그저 독립군1이 아닌 또 다른 안중근 혹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 명의 독립운동가라는 생각으로 장면에 임하고 있어요. 그 장면에서 동료들과 나누는 눈빛 그리고 에너지를 보면 이 장면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뮤지컬 ‘영웅’의 이번 9번째 시즌은 영화와 뮤지컬이 동시 개봉, 개막한 특별한 시기였죠.

영화를 본 관객들이 뮤지컬을 보러 오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 걸 보면 정말 영화와 뮤지컬이 모두 윈윈한 시즌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나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고 말그대로 남녀노소가 객석에 앉아 있는 걸 보고 정말 이만한 시너지가 없다고 생각됐습니다. 저 또한 영화에 대한 기대가 엄청 컸습니다. 영화에서 클로즈업을 통해 극에 달한 배우들의 표정 연기를 볼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고, 영화 속 동료들의 에너지를 받아가서 공연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영화에선 한정된 무대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그런 점 역시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화는 물론 올해 뮤지컬이 100만 관객을 돌파했어요. 오랜 시간 이 작품과 함께 해온 만큼 이 소식이 김창현 배우에게도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굉장히 벅차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500회 넘게 영웅을 해왔는데 내가 과연 얼마나 많은 관객을 만났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 대단한 숫자더라고요. 그와 함께 정말 사랑받는 작품을 내가 만났고 이렇게 하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관객들에게 ‘왜 뮤지컬 영웅을 봐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해주시자면요?

저는 객석에서 ‘영웅’을 봤을 때 노래와 춤 그리고 연기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랬습니다. 무대 위의 배우들이 엄청 처절했고 또 생동감이 넘쳐나는 작품이었습니다. 장담하건데 객석에서 그 에너지에 놀랄 것이고 가시는 길에 힘 받아 가실 겁니다. 단순히 우리나라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아닌 그 안에 에너지가 가득 담긴 작품이니 꼭 한 번씩 와서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김창현 배우의 활동도 궁금해요.

저는 배우라는 단어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직도 저는 제 직업을 물어보면 ‘뮤지컬해요’라고 대답하거든요. 감히 쉽게 제 이름 뒤에 쉽게 배우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기 힘든 걸 보니 아직도 많이 배워나가야 하는 입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족한 것은 공부를 통해 배우고 진짜 배우가 되는 것이 제 목표이고 메시지가 있고 울림이 있는 그런 작품을 통해 매회 무대에서 가진 것을 다 토해내고 나오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관객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연 전 기도할 때 항상 작품의 메시지에 집중하고 그걸 전달하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저는 그렇게 관객들에게 메시지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창현 배우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돈키호테’가 되는 것이 제 배우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의 꿈입니다. 23살 때 처음으로 본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돈키호테가 전하는 메시지에 반했고, 배우로서 흔들릴 때 그 메시지를 가끔 생각하며 우직하게 나의 길을 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고 또 그렇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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