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축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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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축제가 되다

플래닛타임즈 2023-05-20 10:00:50 신고

· 대구비건페스티벌 3회 개최
· 논비건, 비건인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 한곳에서 다양한 소비욕을 채울 수 있어야

대구에는 한 특별한 축제가 있다. 바로 비건 페스티벌이다. 이 축제는 이름만큼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는 다정함과 배려가 녹아있다. 올해로 하여 3회를 맞이한 이 축제는 전년도보다 더 다채로웠다.

비건이라고 하면 음식만을 떠올리지만, 생각보다 그 의미가 폭넓다. 비건은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모든 것으로 음식뿐만이 아닌 의류, 화장품 또한 비건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었다.

ⓒ김은지
ⓒ김은지
ⓒ김은지

그리고 셀러뿐만 아니라 대구에서 비건, 환경 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도 행사에 참가하였다. 그중 대구에서 활동하는 비건 동아리 ’비긴‘이 인상 깊었다. 비긴 부스에서는 동물권에 대해 의견을 써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해당 주제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에 더하여 귀를 즐겁게 하는 순서가 있었다. 음식을 취식할 수 있는 공간에서 버스킹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하여 눈과 입, 그리고 귀까지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이었다. 페스티벌 당일 내린 적당한 비와 노랫소리는 운치를 더했다. 음식 매대가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가지고 온 다회용기에 포장할 경우 혜택을 제공했다. 실내에서 섭취할 경우 유리그릇을 제공하여 다회용기를 챙겨오지 않은 관객들도 일회용기를 쓰지 않을 수 있었다. 설거지 존을 마련하여 사용한 다회용기를 직접 씻을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의 페스티벌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였다.

ⓒ김은지

ⓒ김은지

이러한 페스티벌이 어떻게 진행될 수 있었던 걸까? 이쯤에서 궁금증이 들어 비건 페스티벌의 주최자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구 비건 페스티벌 개최자 양성욱입니다. 저는 2018년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비건식을 시작했고 직접 효과를 체감하며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비건을 지속할수록 건강과 관련된 측면과 아울러 환경 관련, 동물복지 이슈 등 여러 면으로 시야가 확장되었고 더 많은 사람이 비건을 쉽게 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대구 비건 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된 계기와 의도가 있을까요?

대구 지역은 인구에 비해 문화가 다양하지 못하고, ‘먹거리 빼고는 놀 문화가 없다‘는 인상을 많이 주는 보수 도시입니다. 서울, 제주 등 비건 친화적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채식 문화 또한 발달하지 못했는데요. 대구가 고향인 채식인들(채식 지향인 포함)이 함께 모여 여기에서 ’채식이 이렇게 멋지고 맛있다! ‘라는 것을 알려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부터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2년 정도 지연되었어요. 그래서 2022년 1회 대구 비건 페스티벌을 열게 되었습니다.

Q. 페스티벌 참여기업을 모집하고 선정하는 것도 많은 수고가 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여기업 선정 기준과 모집 방법이 있을까요?

무조건 비건 제품만 판매하는 업체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업체 물품 중 비건 옵션이 있다면 참여가 가능합니다. 단, 페스티벌 행사장에서는 오로지 비건으로만 판매가 가능하며 시식하는 부분까지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비건과 논비건이 공존하는, 누구에게나 즐거운 비건 페스티벌’을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비건에게만 열린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논비건들이 편안하고 어렵지 않게 비건을 시도해 보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모집은 매 회차마다 공식 인스타그램(@daegu_vegan)에서 포스터를 올려 모집을 받고 있습니다.

Q. 따로 개인의 본업이 있으신 상황에서 축제를 개최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준비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이 있을까요?

일단은 저희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기 때문에 재정적인 소득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페스티벌 진행 과정에서 재정과 시간, 인력 등이 꽤 많이 지출되더라고요.

기획팀 네 명 모두 채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본업이 있기 때문에 본업에 지장이 될 정도로 일이 많아질 때는 조금은 지칠 때가 있기도 했습니다. 즐겁게 하자는 마음,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자 하는 의도만 가지고는 오래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지역사회의 더 큰 관심과 지원을 받는다면 지속 가능한 페스티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매회 조금씩 축제가 다양해지는 거 같습니다. 이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중점적으로 고려한 부분과 이전 회차와 달라진 점이 궁금합니다.

매회 축제가 끝나면 판매자분들께 피드백을 받습니다. 그리고 와주신 분들의 후기도 꼼꼼히 보는 편이에요. 두 번째 페스티벌이 끝난 뒤 일회용기 사용이 많았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여할 수 있는 다회용기도 미리 준비했고, 실내에서 취식하는 분들을 위해 그릇과 수저류도 준비해 두었어요. 그리고 설거지 부스를 만들어 다회용기 반납 시 직접 설거지를 할 수 있도록 안내했고요. 조금 불편했을 텐데 다들 즐겁게 해주셨어요. 막상 해보면 뿌듯하기도 하고요. 사실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에서 쓰레기가 안 나올 수는 없어요. 다만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겁니다. 완벽한 제로웨이스트는 아니지만, 이런 경험이 모여서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고 선진문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참가 부스 및 소비자들의 현황 및 반응이 어떤가요?

공통으로 얘기하시는 부분은 대구 비건 페스티벌의 '분위기'입니다. 손님들이 용기를 챙겨와서 담아 가고 질서를 잘 지키고 스스로 먹은 자리를 치우고 가는 모습, 셀러들도 경쟁적이지 않고 서로서로 챙겨온 물품들을 나누어주고 응원과 격려하는 모습 등 전반적으로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져 좋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손님들은 대구 비건 페스티벌만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며 오래 머무르고 싶어 하셨고, 대구에서 비건 페스티벌이 더 흥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김은지
ⓒ김은지

Q. 비건 페스티벌의 효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실까요?

비건은 쉽고, 맛있고, 건강한 채식이라는 인식이 확장되고 널리 전파가 되면서 채식에 대한 문턱이 낮아질 것 같고요, 대구 경북지역의 채식 식당 및 베이커리, 식료품 가게 등 소상공인 사업 확대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또, 지역 청년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하는 페스티벌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주로 지자체에서 주최했던 지역축제를 넘어 개인이나 기업이 만드는 성공적인 축제의 선례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Q. 앞으로의 비건 페스티벌은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1회 페스티벌에서는 농부 의사 임동규 선생님을 모셔서 강의를 했었고, 2회 페스티벌에서는 플리마켓만, 3회에는 버스킹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앞으로도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채로운 콘텐츠들과 소통이 있는, 즐겁고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얘기할 것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채식은 어려운 문화가 아닙니다. 다양한 식생활 중 하나일 뿐이지요. 채소를 가까이하고 육식을 멀리하는 식습관, 단지 그것입니다. 채식 생활을 하면 건강이 좋아지는 이점이 있음은 물론이고 나아가 지구환경까지 이롭게 합니다.

우리는 지구와 우리 인간을 별개로 생각하는데요. 공기, 물, 햇빛과 토양 모두 거저 받은 선물이라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러한 태도를 고수한다면 지구상에서 공룡 다음으로 멸종하는 동물이 인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채식은 지구환경을 위해 내가 밥상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시도가 됩니다.

‘1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10명의 불완전한 비건 지향이 더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더 나아가 한 주 한 번, 하루 한 끼 등 작지만 큰 실천이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고 자연을 스스로 회복하게 할 것입니다. 그런 간절한 마음을 담아 ‘비건과 논비건이 공존하는 지구살이, 누구에게나 즐거운 비건 페스티벌‘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1년에 두 차례 페스티벌을 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성장할 대구 비건 페스티벌을 기대해 주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와주세요. 환영합니다!

ⓒ김은지 이전 음식을 포장할 때 받은 포장용기를 세척하여 재사용

처음으로 대구 비건 페스티벌에 관객으로 참여했다. 이렇게 모든 음식이 비건인 경우는 없었기에 신기했고 반가웠다.

그런 중에서도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얘기하자면,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이벤트가 다채로웠다면 좋았을 거 같다. 입장권으로 병뚜껑을 받고, 병뚜껑 아트웍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따로 어떻게 참여하는지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아 인스타를 보지 않은 소비자들은 이벤트에 참여하기 힘든 경우가 있었다. 페스티벌을 다양하게 잘 꾸며놓았지만 가게 이름이 하단에 자리 잡고 있어 무슨 가게인지 알 수 없어 매대가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다. 또한 참여 셀러들의 업종이 음식과 음식을 제외한 나머지의 비율이 10:1로, 식품에 치우친 경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페스티벌과 달리 이익이 최우선 되지 않는 페스티벌이기에 만족스러웠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용기를 가지고 가서 음식을 받고 포장하였는데, 본인 말고도 대다수 사람이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가지고 와 사용하고 있었다. 평소 가게를 갔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페스티벌이 열리면 일회용 쓰레기가 쌓이기 마련인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페스티벌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또한 평소 비건 제품을 찾으려면 시간을 들여야만 했었는데, 한곳에서 다양한 비건 음식, 화장품, 의류 가게를 만날 수 있어 이곳에서는 고민 없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대구 비건 페스티벌은 논비건인들에게도 비건을 편하게 소개해 줄 수 있는 페스티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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