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보당국이 서울 송파구 한강변에서 운영되던 중식당 동방명주를 사실상 중국 정부의 '비밀경찰' 역할을 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당국은 동방명주로 중국 반체제 인사나 학생들이 불려간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마땅한 처벌조항이 없어 우회성 경고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타국 정부의 공식 허락을 받지 않고 민간 식당으로 위장해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것은 명백한 주권침해 행위다. 인터폴 회원국인 중국이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지 않고 이런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반체제 인사를 송환하는 것은 중국의 '사범'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사범'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18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정보당국이 중식당 동방명주를 조사한 결과, 한국 내 중국인의 중국 송환 업무를 처리하는 등 비밀경찰 역할을 수행했다고 내부 결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동방명주는 그간 중국 대사관이 주재하는 각종 행사를 도맡았다고 한다. 특히 '귀빈(VIP) 전용관'을 별도로 운영해 중국 고위 관계자들의 아지트 역할을 했는데, 문제는 국내 주요 인사들도 VIP전용관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정황상 이곳에서 도·감청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한 관계자의 전언도 전했다.
정보당국은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중 체제 비판적인 인사나 학생들이 동방명주로 불려간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업무를 대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동방명주 실소유주 왕해군씨도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10명 정도를 (중국으로) 돌려보냈다"고 인정하면서도 반중인사 송환에 대해선 부인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 공안국이 운영한 해외 비밀경찰서는 지금까지 53개국 102개"라며 "중국 비밀경찰서가 해외 반중 인사들을 감시하고 강제 송환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1곳이 운영 중에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미국 FBI(연방수사국)는 지난달 뉴욕 맨해튼에서 중국 공안부 소속의 불법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중국계 미국인 2명을 체포해 기소했다. 다른 서방 국가들도 비밀경찰서를 적발해 폐쇄하거나 수사에 돌입하는 등 강경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한국은 미국 등 다른 서방 국가처럼 동방명주를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형법상 간첩죄는 '적국'인 북한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른 주요국들은 간첩활동 대상을 적국이 아닌 '외국'으로 명시하고 있다.
왕해군씨는 지난 3월 식품위생법 위반(미신고 영업), 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탈세 혐의에 대해서도 국세청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신문은 "'스파이 활동'에 대한 직접적 처벌보다 경고성 벌주기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문에 "당장 중국에 거주 중인 민간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왕해군에 대한 처벌을 통해 중국에 우회성 경고를 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커머스갤러리 신교근 기자 / cmcglr@cmcg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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