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보영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오월,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43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이 이끄는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가 중심이 된 일단의 군부세력은 정권찬탈을 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미 그때부터 광주의 비극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5.18민주화운동은 독재를 거부하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민중으로부터 발현된 민중항쟁이라는 점에서 우리 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1997년, 5월 18일을 5.18민주화운동기념일로 정하면서 우리 국민이 그날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날로 제정됐다.
그러나 역사의 한 장으로 묻어두기에는 최소한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 밝혀내지 못한 그 날의 사실들이 남아 있다.
시위대를 향해 최초 발포 명령을 내린 자는 누구인지, 그 많은 실종자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때때로 발견되는 희생자들은 어떻게 죽음을 맞게 됐는지 또 누가 죄 없는 시민들의 목숨을 빼앗았는지 반드시 밝혀내야 할 진실들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최초발포자, 전두환으로 추정할 뿐 공식확인 못해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을 앞두고 각종 언론에서는 당시 최초 발포자가 전두환으로 추정된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발포 명령은 문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구두로 하기 때문에 확인할 수 있는 근거는 그것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 전남도청에 머무르고 있던 시위대를 향해 계엄군들의 무차별 발포 사격이 가해졌다고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위원회는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광주와 전남에서 최소 20여 곳 이상에서 50회가 넘는 발포 사격이 있었고, 이로 인한 총상 사망자는 135명, 부상자는 300명 이상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나오게 만든 최초 발포자는 사실상 전두환으로 추정할 뿐 공식화하지 못한 가운데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위원회는 올해 말 조사 활동을 종료하게 된다.
학살의 주범이자 원흉인 전두환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직 살아남아 있는 이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전두환의 뒤를 따라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5·18 정신을 헌법 원문에 포함시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도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여당 최고위원의 입에서 5.18정신을 폄훼하는 발언이 나오고, 이를 부랴부랴 수습하느라 최고위원회까지 미뤄가며 징계에 나섰으나 당사자인 김재원 의원은 최고위원직 사퇴를 거부해 윤리위를 통해1년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5월 18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출장이나 당일 특별한 일정이 없는 모든 의원에게 5.18민주화운동기념식 참석을 독려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18일 특별열차 편을 이용해 90여 명의 의원들이 광주를 찾았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기념식 참석 “오월의 정신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
윤석열 대통령도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늘 우리는 43년 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항거를 기억하고, 민주 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섰습니다. 민주 영령들의 희생과 용기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광주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켜낸 역사의 현장이었습니다”라면서“오월의 정신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입니다. 우리를 하나로 묶는 구심체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5.18 기념사에서 헌법 정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식적인 입장이나 언급이 없었기에 5·18 정신 헌법 원문 포함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이한 이날까지도 5·18 정신을 폄훼하고 유가족을 모욕하고, 항쟁의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수 없고, 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분을 느끼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두 보수 정권 대통령들도 5.18기념식에 참석한 바 있고, 윤석열 대통령도 오늘 기념식에 참석했다. 호남지역 표심 때문이든 어쨌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현역의원들이 특별열차까지 동원해 대거 광주를 찾았다.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의힘 의원들도 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 참석했다. 그들의 진정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보수 정권 또한 5.18정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5.18정신은 진보나 보수 어느 한 쪽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진영을 막론하고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민주항쟁의 역사이자 민주주의를 지켜낸 고귀한 정신이다.
오늘 5.18민주화운동기념식이 열리는 동안 광주에는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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