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아이들을 포함한 10명 가량의 북한 주민들이 지난 6일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탈북한 사실이 알려졌다. 일가족이 어선으로 탈북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6년만으로 심각한 식량난이 탈북의 동기로 추측되고 있다.
18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일 밤 북한 어선 1척이 NLL을 향해 오는 모습 등 이상 동향이 우리 군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 군은 해상 병력을 투입해 NLL을 넘어 연평도 인근 해상으로 향한 어선에 올라 검문검색을 실시하여 귀순 의사를 확인했다고 한다.
이번에 탈북한 북한 주민들은 10명을 넘지 않으며, 두 가족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어린아이들도 포함돼 있다고 알려졌다. 북한 주민들이 일가족 단위로 어선을 타고 NLL을 넘어 귀순한 것은 공개된 사례 기준으로 2017년 7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현재 군경과 국가정보원 등 관계 당국은 수도권 모처에서 이들에 대한 합동신문을 진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초기 조사 결과 이들 중 북한 군인은 없었다”면서도 “정확한 신원 파악을 위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들의 탈북 이유에 대해 최근 심각해진 식량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군인 1인당 하루 곡물 배급량을 기존 620g에서 580g으로 최근 감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 순위표 최상단에 있는 군인도 일반 주민 수준으로 배급량을 줄일 만큼 식량난이 심각한 것.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일 북한 소식통 등을 인용해 “북한 각 지방에서 식량이 떨어진 세대가 속출하고 있고 하루 두끼도 겨우 먹는 주민이 많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함경북도 경흥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옛날에는 5~6월을 보릿고개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4월이면 벌써 보릿고개가 시작된 것으로 느껴진다”며 “하루하루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린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 북한 식량 생산량은 2012~2018년 평균 468만ｔ에서 2019~2022년 455만ｔ으로 악화했다. 2022년 기준 북한 최소 식량 소요량인 595만ｔ에 크게 못 미치는 양이다. 농촌진흥청이 추정한 2022년말 기준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도 2021년보다 18만ｔ 감소한 451만ｔ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4월 25일 ‘조선노동당 제8기 제7차 전원회의와 북한의 식량 문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핵심 작물인 옥수수 경작지를 줄이고 밀·보리 농사 재배면적을 급격히 늘린 것이 농촌 식생활의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작물의 급격한 전환으로 오히려 식량 생산의 불안정성을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제기된 식량 관련 결의 내용을 고려할 때 우리와 국제사회 추정치보다 북한 식량 사정이 더 녹록지 않음을 추정할 수 있다”면서 “북한 식량 문제는 핵 문제로 막혀 있는 남북관계 해결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북한 식량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