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까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아름다운 색채와 섬세한 작화, 애틋한 주인공들의 관계,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로 관객의 사랑을 받는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애니메이션이다.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 영화가 된 ‘스즈메의 문단속’은 17일 기준 누적 관객수 539만 명(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기록 중이다. 개봉한지 2달이 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
이런 한국 관객의 사랑에 힘입어 ‘스즈메의 문단속’은 17일 한국어 더빙판 또한 개봉했다. 평소 재개봉 요청을 많이 받았던 전작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도 더빙판으로 함께 상영 중이다. 지난 16일 기준, 이른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3부작으로 불리는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의 합산 국내 누적 관객 수는 총 1,000만 명을 동원하는 기록도 세웠다.
한국에서 열렬한 반응을 보여준 만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내한도 꾸준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15년 전 첫 장편 ‘구름의 장소, 약속의 저편’을 한국에서 선보인 뒤 이후 영화를 만들 때마다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때에도 규모 있는 행사를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났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한국을 두 번 찾았다. 개봉 시기에 맞춰 한 번, 그리고 300만 관객이 넘으면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내한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진행된 한류타임스와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인터뷰, 감독은 “이렇게 와주셔서 감격했다. 작품에 관한 것도, 그 외에 것도 무엇이든 마음 편히 질문을 해주시면 좋겠다”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감독은 이번 흥행에 대해 한국 관객을 두고 "정말 다정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약속을 지키는 그의 마음이, 그리고 그가 만드는 작품에 담긴 메시지가 상냥했기에 가능했던 수치다.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던 감독의 다정했던 마음들를 이 자리에 풀어본다.
한국에서 흥행이 성공했다.
한국의 관객들이 정말 다정하다고 느꼈다. 봉준호 감독님 작품에 비하면 제 작품은 매우 불완전하다. 캐릭터도, 작품 퀄리티도 불완전하다. 그래도 제 영화를 보면서 메시지를 얻는 관객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관객들이 다정한 것 같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12년 전 벌어졌던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지 12년이 지났다. 영화로 만들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실제로 일어났던 재해를 이야기로 만들어서 엔터테인먼트화하기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거운 내용을 다루는데 애니메이션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인간은 영화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부터 그림이나 말을 통해 다음 세대에 이야기를 전달해왔다. 애니메이션도 이야기를 하기 위한 미디어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일어났던 큰 재해를 이야기로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저의 일이라고 느꼈다.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 때, 옛날이야기 혹은 신화와 같은 감각으로 만들려고 했다.
재해를 소재로 그릴 때 감독으로서 어떤 부분을 신경 썼을까?
과거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상처가 있는 사람이 많고, 자신의 집에 돌아가지 못한 분도 수 천 명이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여러 가지로 고민했다. 우선 직접적인 묘사는 보여주지 말아야 겠다고 처음부터 정했다.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는 순간은 묘사하고 싶지 않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재회하게 되는 이야기도 만들지 않기로 정했다. 스즈메의 어머니도 돌아가셨고, 영화 속에서는 돌아가신 분과 만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더라도 그 이야기는 담지 말자고 생각했다. 현실 속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을 위한 작은 장치도 고민했다. 일본의 영화관에는 주의사항이 붙어있다. ‘우리 영화에는 지진 경보가 등장한다’고 알리고 있다. 지진에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이 이 내용을 우연히 보고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주의를 드렸다.
주인공이 일본을 여행하는 형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실제 지진이 동일본에서 일어났지만 일본 전체, 그리고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스즈메가 일본 전국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즈메가 거쳐 간 지역은 어떻게 선정했을까?
실제 동일본 대지진 때 원자력 발전소가 멜트다운(원자로의 노심부가 녹는 사고)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서쪽으로 이주했다. 도쿄, 규슈까지 간 사람이 있다. 영화에는 일본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규슈부터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도쿄까지 이동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스즈메가 여행을 하면서 들른 동네는 동일본 대지진뿐만 아니라 호우재해 등 과거에 큰 재해가 있었던 동네다.
스즈메가 살고 있는 동네를 가공의 마을로 설정한 이유는?
일본 관객들은 영화가 개봉하면 성지순례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을 찾아가는 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주민들에게 민폐가 되기도 한다. 작은 마을이 배경이기 때문에 잘 살고 있는 주민들이 관광객을 환영하지 않을 수 있다. ‘너의 이름은.’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피하고 싶었다.
영화가 설명이 많지는 않다. ‘다이신’ 캐릭터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스즈메의 문단속’에 반성할 점은 많다. 전작들도 설명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두 시간이라는 시간 안에 설명을 얼마나 넣을지 고민을 많이 한다. 모든 걸 전달 하겠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모자라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다이신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외에도 극중 고어가 쓰인 오래된 책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도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일본 관객들도 읽지 못할 것이다. 이번에는 설명이 부족한 게 있는 게 맞고, 다음 작품에서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겠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다른 나라에도 개봉을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개봉했는데, 아시아에서만큼 큰 히트를 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인기가 많다. 닌텐도에서 나온 건데 제 영화와 단위가 다르게 히트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제가 만들고 있는 핸드드로잉이 시민권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한다.(웃음) 제 영화가 일반인들이 많이 보러 갈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재패니메이션의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고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겠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국내(일본)에서도 해외에서도 훨씬 널리 퍼지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확대되는 이유로 제 작품의 영향은 미비하다고 생각한다. ‘너의 이름은.’과 ‘스즈메의 문단속’이 관객수를 많이 모았지만, 일본의 IP 작품들, 예를 들어 ‘주간 챔프’에서 나온 애니메이션도 널리 퍼지고 있다. 해외 배급사들이 있는데, 10년 이상 노력해온 게 결실을 맺은 것 같다.
앞으로 과제는 무엇일까?
일본 애니메이션은 손그림으로 사람이 한 장 한 장 그리기 때문에 시대에 뒤쳐진다는 생각도 있다. 방식을 업데이트 해야 한다는 건 일본 애니메이션의 문제이자 과제로 남아있다.
한국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 다시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무대인사를 하면서 관객들을 재회하게 되는데 ‘스즈메의 문단속’을 왜 이렇게 좋아하고 봐주시는지 직접 한국 관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 자국어 영화도 아니고 외국 영화, 심지어 애니메이션인데 사랑해주시는 게 감사하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사진=허정민 기자
이주희 기자 ljh01@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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