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Z세대 사이에서 일명 '거지방'이 유행하고 있다. 거지방이란 자신의 소비 실태를 공유하고 함께 절약하자는 취지의 오픈 채팅방이다. 거지방은 최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거지방의 유행은 고물가로 힘든 Z세대의 현실을 반영한다. 힘든 취업과 경제 상황에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물가마저 무섭게 오르니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힘든 경제상황을 유쾌하게 대처하는 Z세대의 재치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반드시 절약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함께 모여 일종의 놀이처럼 절약해보자는 의미가 담겼다는 것.
"과소비 반성하세요"… Z세대의 절약 방식
거지방에서는 이처럼 자신의 소비를 시시각각 보고해야 한다. 식사와 생필품 등 꼭 필요한 소비는 넘어가지만 과소비나 불필요한 소비에는 가차없이 "반성하라"는 뭇매가 이어진다.
자신의 소비 욕구를 고백하고 충동 억제를 요청하기도 한다. 거지방에 "1만3500원짜리 딸기빙수가 먹고 싶은데 먹어도 될까?"라는 글이 올라오자 "참으라"는 답이 즉각 돌아왔다. 또 "딸기우유 얼려 먹으면 1000원이다" 등 재치 있는 절약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매달 첫째 주 월요일에는 지난 한 달치 가계부를 공개한다. 이때 지나치게 소비했다면 거지방 유저들의 꾸짖음이 따른다. 훌륭하게 절약과 저축에 성공한 이에게는 "대단하다"며 칭찬이 쏟아진다.
유료 이모티콘 사용도 금지다. 이모티콘 가격이 3000원에 달하기 때문. 직접 이모티콘을 그려 "이걸 대신 쓰라"고 보내주는 상냥한 이들도 있다.
절약하는 법과 재태크 꿀팁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식재료가 많이 들어 고민'이라는 이에게는 "모 쇼핑몰에서 쌀을 저렴하게 판다" 또는 "정육점에서 삼겹살이 아닌 후지를 사면 저렴하고 맛도 있다" 등 생활의 지혜를 공유한다. 청년내일저축계좌, 청약통장 등 자신이 알고 있는 재테크 방법을 전수하며 서로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Z세대 트렌드 '거지방'… 직접 들어가보니
점심을 먹은 후에는 "점심으로 국밥 9000원 지출했다"고 거지방에 알렸다. 광화문 지역의 비싼 물가에 대한 한탄도 곁들이자 거지방 유저들의 공감이 이어졌다. 기자의 말을 시작으로 다른 유저들도 "학식을 먹는다" "친구와 돈가스를 먹는다" 등 자신의 점심식사 소비를 공개했다. 한 유저가 "저는 오늘 돈 없어서 굶는다"고 토로하자 다른 유저들은 "그래도 끼니는 꼭 챙겨 먹으라"며 따뜻하게 걱정해줬다.
퇴근 후 저녁식사로 치킨이 먹고 싶어졌다. 자연스럽게 배달 주문을 하려다 거지방에 "2만5000원에 치킨을 배달시켜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집에서 밥이나 먹어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 "배달은 너무 비싸니 정 먹고싶으면 동네 치킨집에서 포장해서 먹어라"라는 의견도 있었다. 조언에 따라 집 주변을 검색해보니 1마리에 1만1000원하는 포장전문 치킨집이 있었다. 이날 저녁은 배달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맛있는 치킨을 먹고 1만4000원이나 절약할 수 있었다.
거지방, Z세대에게 유행하는 이유는?
거지방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김모씨(여·23)는 "최근 개인 사정 때문에 알바를 그만둬 생활비를 아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혼자 절약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거지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사람과) 함께 절약하니 의지도 되고 재미있다"며 거지방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처럼 Z세대 사이에서 거지방이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지방에 참여한 박모씨(남·27)는 "현재 월세를 살고 있다"며 "전세로 이사 가고 싶어 절약을 실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지방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대화하며 훨씬 수월하게 절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유모씨(여·28)는 결혼자금을 모으고 있다. 그는 "내년에는 남자친구와 결혼할 예정이어서 절약하는 방법을 찾다가 거지방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호기심에 거지방에 참여했는데 재미 있어서 남자친구도 함께하자고 권했다"고 덧붙였다.
별생각 없이 거지방에 들어왔다가 목표가 생겼다는 사람도 있다. 2주 전부터 거지방에 참여 중인 최모씨(여·21)는 "재밌어 보여서 들어왔는데 절약에 진심이 됐다"며 "절약해 모은 돈으로 유럽 여행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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