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뷰] ‘스프린터’ 10초에 인생을 건 사람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K-리뷰] ‘스프린터’ 10초에 인생을 건 사람들

한류타임스 2023-05-16 14:50:08 신고

3줄요약

국내 100m 달리기 최고 기록은 10.07이다. 10.05 이상이 돼야 세계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은 9초대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은 세계는커녕 아시아에서도 약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최고 선수를 뽑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다는 사람들은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영화 ‘스프린터’는 10초에 인생을 건 사람들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세 명의 선수가 느끼는 현실과 꿈 사이의 불안과 그 극복과정을 그린다. 그저 보여줄 뿐인데 울림이 진하다.

‘현수’(박성일 분)은 공터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간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가운데 혼자 뛰고 혼자 기록을 잰다. 밥도 스스로 챙긴다. 아침에 나가 저녁까지 땀을 흘리고 온다. 아내 ‘지현’(공민정 분)은 현수의 눈치를 살핀다. 남편이 더 애쓰지 말고 다른 일을 알아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한편, 옆에서 돕고 싶은 마음도 공존한다. 현수는 아는지 모르는지 ‘밥 먹어’라며 지현의 말을 막는다.

숭실고등학교에 다니는 ‘준서’(임지호 분)는 육상부가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축구부도 있는 학교에 육상부까지 지원할 여력이 없어서다. 육상부 코치였던 ‘지완’(전신환 분)마저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해 더욱이 여유가 없다. 명분은 준서의 기록이 오르지 않아서다. 고교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고2 때 찍었던 10.40이 10.70까지 떨어졌다. 준서에겐 3주 동안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다. 지완은 있는 힘껏 돕는다.

한경실업 육상 선수이자 국내 1위인 ‘정호’(송덕호 분)에겐 좋은 어른이 없다.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성적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후배들이 계속 치고 올라오니, 불안이 극심해진다. 결국, 불법 도핑에 손을 댄다. 잘 넘어가나 했는데, 코치 ‘형욱’(최준혁 분)에게 걸리고 만다. 형욱의 욕망을 알아챈 호는 오히려 거래를 통해 위기를 모면한다.

영화는 두 번의 100m 달리기 선발전을 치르는 과정을 그린다. 각 인물의 처지와 환경, 캐릭터를 보여주며 한 명씩 넘나든다. 현수로 시작해 준서, 그리고 정호로 이어진다. 처지는 다르지만 각자 고민과 불안이 있다. 점점 지쳐가는 30대 현수와 학교의 지원이 끊길 처지에 있는 준서, 승리에 대한 욕망 때문에 불법을 저지르는 정호를 보여준다. 


그 안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짚어낸다. 현수에겐 아내가 귀인이다. 현수와 마찬가지로 100m 달리기 선수 출신인 지현은 은퇴 후 헬스장에서 일하는 중이다. 남편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무리하게 혼자 훈련하는 현수를 직접 돕는다. 덕분에 현수의 기록이 점점 좋아진다. 힘겹게 혼자 씨름하던 현수의 얼굴에 점점 자신감이 붙는다.

준서에겐 지완이 있다. 스스로 ‘코치님’이라고 높이는 꼰대처럼 보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10.35까지 찍은 육상 엘리트였지만, 현실은 정규직에 목을 매는 그저 그런 직장인에 불과하다는 걸 서슴없이 내비친다. “어차피 너도 그만두게 돼 있어”라고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준서가 좋은 기록을 낼수록 자신의 정규직 자리가 불안해지기 때문이지만, 지완의 말이 꼭 틀린 것도 아니다. 비인기 종목인 육상에서 아무리 성적이 좋아져 봐야 부와 명예를 갖기 힘든 게 현실이니까.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노력하는 준서를 위해 코치로서 최선을 다한다. 

정호는 기록보다 허벅지가 문제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꽂은 자리에 계속 피가 터진다. 기록은 잘 나오는데, 현장에서 도핑에 걸릴까 봐 걱정한다. 코치와 함께 병원을 돌아다니며 어떻게든 문제를 잡으려고 애쓴다. 형욱은 제멋대로 일을 만든 호가 짜증 나지만, 국가대표가 되면 자신을 전담 코치로 올려준다는 제안에 도핑을 숨기는 데 힘을 쓴다.


이 영화는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유명하다. 만듦새, 완성도가 좋다. 약 90분 동안 그리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대사도 적은데 결국 자연스러운 눈물을 이끌어낸다. 후반부 세 사람의 얼굴에서 묘한 감동이 흐른다. 세 사람이 가진 불안이 꼭 육상 선수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겪을 불안이다. 그래서 스스로 되돌아보게 한다. 관객의 인생을 자연스럽게 되짚어 보게 하는 이야기의 순기능이 ‘스프린터’에 있다.

스포츠 소재의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경기 장면은 효율적으로 연출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달리는 모습이 보여지는 데, 현실감이 짙다. 긴박감을 살리기 위해 감독이 얼마나 고민했는지 느껴진다. 주요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안정적이다. 묵묵히 달리는 박성일과 자애로운 공민정, 순수한 임지호와 갈등 속에서 정의를 택한 전신환, 잘못을 알면서도 휩쓸린 송덕호와 욕망을 이기지 못한 최준혁 모두 인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10초에 인생을 건 사람들을 담은 ‘스프린터’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어딘가 인생의 부침을 느끼고 있다면,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번 정립하는 것도 좋겠다. 관계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면, ‘스프린터’에서 좋은 관계와 나쁜 관계를 구분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야기가 가진 힘이 관객의 인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테니까.

사진=스튜디오 에이드

 

함상범 기자 kchsb@hanryutimes.com

Copyright ⓒ 한류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