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證, 최초 시장 조성자로 한 발 앞서
SK·NH·KB證, 전담부서 설립 ‘추격’
상의 하반기 VCM 거래소 개소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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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최근 정부가 탄소배출권 거래 정착을 위한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하반기 ‘자발적 탄소시장’ 거래소 개설을 앞두고 증권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탄소배출권시장 회원자격을 취득한 증권사는 총 20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업무'를 신청한 증권사는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8곳이다.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대안 마련에 나서면서 증권사들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자발적 탄소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ESG 금융 추진단 2차 회의’에서 “현재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가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시장참여 확대와 파생상품 도입 등을 통해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곳은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은 지난 2021년 국내 증권사 최초 탄소배출권 시장조성자로 선정된 데 이어 2022년엔 자발적 탄소배출권 업무 등록을 마쳤다. 업계에서는 하나증권이 탄소 시장에서 최초 타이틀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시장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평가가 나온다.
실제 하나증권은 지난해 4월 탄소감축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방글라데시 6개 주에 태양광 활용 정수시설을 보급하는 사업으로 이 과정에서 약 100만 톤가량의 탄소 크레딧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 크래딧은 탄소저감 제품·기술이나 산림 조성 등 친환경 활동을 인증해 가치화한 것이다. 작년 12월 싱가포르 탄소배출권 거래소 CIX(Climate Impact X)와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나증권
경쟁사들도 탄소배출권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하반기 관련 시장 경쟁은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증권은 지난 14일 단일 증권사 최초로 글로벌 금융기관 탄소 배출량 측정 이니셔티브인 ‘탄소회계금융연합체(PCAF)’에 가입했다.
또 작년 증권사 최초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보고서를 단독으로 발간한 것에 이어 올해 ESG부문 산하의 기후금융팀을 본부로 승격하고 ESG금융본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도 올해 초 운용사업부 내 탄소금융팀을 신설하고 지난 2월 친환경 벤처기업인 4EN(포이엔)과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로 2030년까지 총 16만7000이산화탄소톤(tCO2)에 상당하는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KB증권은 지난해 7월 FICC운용본부 내 탄소·에너지금융팀을 신설했다. 올해는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ESG 관련 외부 단체 및 이니셔티브와 연계 강화, 해외 현지법인의 ESG 경영체계 수립, 탄소배출권 관련 사업역량 강화 등을 중점 추진할 방침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르면 오는 하반기 가칭 ‘자발적 탄소시장(VCM) 거래소’를 개소한다고 밝힌 점도 증권사들의 관련 시장 진출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VCM 거래소가 열릴 경우 대한상의가 미국의 베라, 스위스 골드스탠더드에서만 가능했던 탄소 크레딧 품질 인증과 유통 두 업무를 맡게 되면서 민간 주도 탄소거래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의 국내 탄소배출권 관련 수익성이 크다고 할 수 없다”라면서도 “중장기적인 투자 가치와 ESG 경영의 필요성이 확대되면서 업계 전체가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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