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복현 금감원장 K-금융 지원사격 다 좋은데…“라임·디스커버리 조사는요?”

[기획] 이복현 금감원장 K-금융 지원사격 다 좋은데…“라임·디스커버리 조사는요?”

더리브스 2023-05-11 12:16: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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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지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 지위로서는 이례적으로 K-금융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해 국내 금융회사들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난 1년간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들에 대한 조사 성과는 어디 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가을 이 원장은 환매중단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등에 대해 올해까지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었다. 올해 초 검찰 재수사 움직임이 거론되자 금융당국도 대응할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감감무소식이자 피해자들 속은 탔다.

국내 금융사들이 보다 활발히 해외에 진출하는 방향성에는 업계 안팎 모두 긍정적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문제를 비롯해 하한가 사태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감독당국 수장의 처신에 금융 소비자들은 예민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이복현 원장, 금융사들과 해외 IR 광폭 행보


이복현 금감원장(좌),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가운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우). [사진=하나금융지주 제공] 

이 원장이 보다 활발한 해외 진출을 꿈꾸는 금융사들을 돕기 위해 영업사원 역할을 자처했다. 해외 금융당국에 ‘소통 창구’ 역할임을 자임하는 동시에 규제 완화도 검토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금감원은 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화재해상보험·코리안리재보험 등 6개 국내 금융사들과 지난 9일 싱가포르 팬퍼시픽 호텔에서 ‘금융권 공동 IR’을 개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해외투자자들은 당국의 자본시장 발전 관련 정책적 주안점과 저평가된 한국 금융회사들에 대한 대응계획에 관심을 보였다. 이에 이 원장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의무제도 폐지 등 추진 중인 정책 방안을 설명했으며, 특히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유지를 전제로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일관적인 입장임을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이 원장은 국내 금융사들과 일부 행사에 특별히 동행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행사 이후 지난 10일 오전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과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과 만나 조찬 미팅을 가졌는데 당국의 열린 소통 행보에 함 회장과 짐 로저스 회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표했다.

함 회장은 “해외 투자자와의 직접 소통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금융당국의 의지와 노력이 돋보였으며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짐 로저스 회장도 “한국 금융당국의 시장 친화적 행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이번 행사를 통해 실질적인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예측 가능한 규제환경 조성 등을 통해 한국 금융업의 지속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라임·디스커버리 펀드 조사 ‘뒷전’ 지적도


하지만 이번 행사로 대미를 장식한 이 원장의 행보는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추가 대응이 감감무소식인 상황과 대조를 이루면서 사모펀드 환매중단 피해자들로부터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한 라임 피해자는 더리브스의 질의에 “라임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 등 재수사에 대한 기대가 높았는데 1년째 아무런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금감원이 정말 금융질서를 회복하고 지키는데 의지가 있는 것인지 지난 1년은 너무나 실망스러운 한 해”라고 말했다.

이어 “라임펀드 등에 대한 금감원의 태도를 많은 잠재적인 사기세력과 현재의 사기세력들이 보고 있을 것”이라며 “그 세력들에게는 잠깐 소동이 일어나도 좀 지나가면 금융당국이 적당히 종결할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앞서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던 10월 이 원장은 사모펀드 조사와 관련해 조사단을 구성해 점검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은 사모펀드 사태의 전수조사 현황을 묻는 질의에 개별적으로 문제 있는 부분을 챙겨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올해 2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 범죄 합동수사단이 지난 1월 옵티머스 펀드에 이어 라임펀드와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해서도 재수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이에 발맞춰 라임과 옵티머스 부실판매 등 제재 안건들에 대한 심의를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여 피해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컸다.

다만 제재 역시 아직도 확정된 게 아니어서 기대는 실망으로 기울고 있다. 당국이 운영해왔다는 조사단이 검찰 재수사에 협조하며 움직였을 것으로 기대됨에도 펀드 관련 특혜를 누린 인물들이 누구이며 이런 사태가 근본적으로 왜 발생하게 됐는지 등 피해자들이 정작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은 일체 공개되지 않고 있어서다.


금감원 “동남아 금융당국 수장 면담도 목적”


금융감독원. [사진=임서우 기자]

미국 중소은행과 스위스 대형은행 등이 연쇄 도산한 가운데 국내 은행의 자본건전성이 오히려 탄탄한 모습으로 부각되고 있는 건 맞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신흥국 은행이 선진국 대비 보수적인 경영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은행은 중국이나 인도 등보다 자기자본비율이 기본적으로 3-6% 더 높은 수준으로 평균 13.38%에 달한다.

그런 만큼 지금 이때에 국내 금융사들에게 해외 진출 확대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사태에 더해 전세사기 및 주가 폭락 사태까지 벌어져 감독당국이 금융사를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 산적한데도 감독원장이 해외까지 나간 데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없지 않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해외 IR은 우리 금융사들에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라든지 현지 국가와의 제도적 규제 차이 이런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이 원장이) 도움을 주러 가신 것”이라며 “그전에는 수석 부원장급이 방문했는데 원장님이 금융회사와 공동으로 가서 힘을 보태준 게 처음은 맞지만 이번엔 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의 금융감독 수장을 면담하는 목적도 있기에 그냥 임원이 갈 수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측은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다소 억울한 입장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라임·디스커버리펀드는) 분쟁조정위원회가 끝났고 협의에 따른 보상이 권고사항인데 이를 안 받아들이면 금융사든 피해자든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재조사는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뭔가 더 혐의가 있어야 들여다보는 거고 다른 펀드도 전수 조사하려면 아직 많이 남았기에 들여다보는 중인데 이런 것들이 끝날 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말아야 된다는 건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로서는 비관적인 시각이다. 라임 피해자는 “라임펀드 재수사는 언제 합니까? 지난 1년 동안의 라임펀드 디스커버리펀드 수사 성과는 무엇입니까”라며 “돈이 운용되는 금융질서가 엉망인데 누가 돈을 안심하고 투자하겠습니까. 그리고 그 돈이 건전한 기업 활동이나 경제활동에 쓰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까”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이 원장은 지난 8일부터 오는 12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싱가포르 외에도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3국을 방문해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IR은 물론 현지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다. 이밖에도 이 원장은 인도네시아 금융사들이 주최하는 ‘K-파이낸스 위크’에도 참석한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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