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꿈은 끝을 헤아리기 힘들었다. 가수로서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하고 한국 가요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는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꿈이 됐다. 그 장르도 다양했다. 아이돌을 꿈꾸는 사람에게도,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사람에게도, 작곡이나 작사, 프로듀싱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아이유는 ‘드림’이 됐다.
톱의 위치에 안주해도 괜찮았다. 허나 아이유는 다른 꿈을 꾸었다. 어쩌면 일찌감치 연예계에 발을 들인 사람들과 비슷한 행보였다. 연기자 활동의 병행이다. ‘아이유처럼 음악의 일가를 구축한 사람이 굳이?’라고 물을 수도 있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젠 칸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는 영광의 순간에 서 있는 아이유다. 꿈을 꾸었고, 꿈을 이루었고, 어느덧 평안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아이유와 관객들은 영화 ‘드림’으로 그가 배우로 꾸었던 첫 꿈과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여파로 이제야 개봉했지만 ‘드림’은 아이유가 처음 선택한 영화였다. 그 설렘과 도전이 묻어 있는 소중한 첫 작품이다. 아이유는 ‘드림’을 통해 다큐 PD ‘소민’을 연기했다. 사회생활 스킬 만렙인 현실파 캐릭터다.
한류타임스와 아이유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하루 전인 19일, 아스트로 문빈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터라, 마냥 웃을 수는 없었던 자리. 그럼에도 자신의 영화와 음악에 대해, 그리고 후배들을 향한 선배의 응원까지, 아이유가 꾸었던 ‘드림’ 대한 이야기를 이 자리에 펼쳐본다.
‘소민’의 전사가 많지 않다. 학자금 대출에 지쳤고, 열정페이에 시달렸다. 그래서 열정을 잃은 채 현실에 충실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홈리스와 함께하며 점차 변화한다.
전 다른 분들에 비해 한국 분량을 많이 찍고 촬영이 중단됐었다. 그래서 후반부엔 볼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다. 그게 참 다행인 것 같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다른 소민이 잘 드러났다.
초반부의 소민은 어딘가 가식적이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고, 다큐 프로젝트를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회인의 모습을 표현했다.
중반을 넘어가면서 축구팀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자신이 “열정 없는 사람”이라고 말을 하지만, 전 그걸 ‘열정이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이 가진 열정에 비해 세상이 그걸 알아주지 않기에, 그렇게 생긴 방어기로 느껴졌다.
하지만 축구팀이 소민이의 열정을 다시 불어넣어 준 거다. 그래서 사람들을 편하게 대하고, 자신의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저 역시 초반부와 후반부 말투를 다르게 신경 쓰며 연기했다. 감독님도 원하셨던 지점이다.
소민을 보며 자신과 닮은 부분도 찾았을까?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걸 수도 있지만 ‘소민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을 했다. 저도 욱할 때가 있다. 그리고 어릴 때, 10대 때부터 사회생활을 했기 때문에 일터의 얼굴과 집에서 얼굴이 다른 점이 있다. 반면 ‘나랑 다르다’고 느꼈었던 건 크게 없었다. 소민의 행동 중엔 이해가 안 되는 게 없었다. 저처럼 승부욕도 있고, 열정도 있고, 상처도 받고, 리더십도 있는, 그런 캐릭터였다.
열정 부자로 비치는 아이유다. 본인에게도 열정을 잃어버리는 시기가 있었을까?
있긴 있었다. 하지만 길지 않은 편이다. 결국 전 일을 제일 재미있어한다. 슬럼프가 길어도 결국 심심해서 일을 찾게 된다. 일만큼 저의 피를 돌게 하는 게 별로 없다. 슬럼프, 번아웃, 간간이 있어도 스스로 그걸 길게 두는 타입이 아닌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언제였을까?
20대 초반에도 잠깐 있었다. 무대가 갑자기 너무 무섭고, 무대에 서면 뭔가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 그리고 28살, ‘드림’을 찍을 무렵, 그때도 약간의 무력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금방 괜찮아졌다.
요즘은 괜찮을까?
요새는 슬럼프와 거리가 먼 상황이다. 일 욕심도 계속 올라온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제 세포 하나하나가 체계화된 것 같다. 일에 딱 맞춰서 체계가 갖춰진 느낌이다. 컨디션 관리도 걱정했던 것보다 잘 되고 있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저만의 방법이 있다기 보다 일기를 쓰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연습생 때부터 썼던 일기를 다 모아놓고 있다. 그 일기를 습관적으로 많이 뒤져본다. 그걸 보며 가사도 많이 얻고, 단련도 한다. 이번에 슬럼프를 겪는다 해도 그게 제 첫 슬럼프가 아니다. ‘이건 무찔러봤던 감정이야’라는 자신감을 갖는데 일기가 도움이 됐다. 그 일기를 보면 ‘거 봐, 이 땐 더 힘들었잖아. 더 상황이 안 좋았는데도 바로 좋아졌잖아’라며, 부적처럼 믿으면서 ‘좋아질 거야. 난 이걸 극복해낸 적이 있어’라고 마음먹는다. 그게 제겐 큰 도움인 것 같다.
이번 ‘드림’과 관련해 쓴 일기가 있다면?
영화를 처음 본 날 썼던 것 같다. 저도 최근에 영화를 봤다. ‘내 걱정보다 내 스스로 마음에 들게 잘 담긴 것 같다’라고 썼다. 작품을 보니 안심되는 지점도 있었고, 이병헌 감독님이 주셨던 디렉팅 과정이 다 스쳐가면서 ‘진짜 빼곡하게 계획이 있으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감독님 말 듣기를 잘 했다’는 생각도 했다.
어제 연예계에 비보가 전해졌다. 어렸을 때부터 가요계에 몸담았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가 있을까?
꼭 후배가 아니더라도 20대 때부터 이쪽 일을 한 사람이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마음을 다치는지, 움츠러드는지를 10대부터, 20대, 30대에 걸쳐 느껴왔다. 그럼에도 어제 당장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제가 무언가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다른 친구들이 자기의 공간을 잘 가져갔으면 좋겠다. 연예인은 직업과 사람의 분리가 어려운 직업 같다. 모두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면 직장의 직함으로 있지 않는다. 하지만 연예인은 매 순간순간 일하는 상황, 늘 누군가에게 보이는 상황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쪽 일을 하는 친구들이 늘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자신과 본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게 분리가 안 될 때 어려워진다. 그래서 자기의 공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뭐가 됐든 자신이 돌아오고 내려놓을 공간이 있어야 한다.
영화 제목이 ‘드림’이다. 아이유가 요즘 꾸고 있는 꿈은?
요즘의 저는 큰 목표를 두고 살고 있지는 않다. 하루하루 제게 주어진 스케줄을 잘 마치고 싶다. 이게 근데 생각보다 되게 힘은 일이다. 요즘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다. 하루에 예정된 신을 다 끝내는 것 자체가 쉽지가 않다. 그런데 그걸 딱 마치고, 집에 들어갔을 때 그 성취가 하루하루의 꿀인 것 같다.
그럼에도 많은 꿈을 이루고 살고 있다. 특히 가수와 배우 두 가지 꿈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데.
가수 활동을 할 때는 제가 뭔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스태프분들에게 요청을 드린다. 그러면 스태프분들도 제게 질문들을 하신다. 제가 질문을 받는 입장인 거다. 반대로 연기 현장에선 제가 여쭤보는 입장이다. 그 즐거움이 각각 완전히 다르다. 그렇게 오는 소속감도 다르다. 어려움을 묻는다면 제가 느끼는 건 크게 없다. 음악을 할 때 충족되는 것, 연기를 할 때 충족되는 것이 상호작용이 있고, 시너지가 있다. 양쪽을 병행하는 게 윤활제가 되는 느낌이다.
음악을 할 땐 프로듀서, 즉 영화로 보자면 감독인 거다. 본인은 어떤 스타일의 감독일까? 이병헌 감독 스타일?
그런 것 같다. 저도 계획을 많이 세우는 편이다. 대화를 많이 나누고, 제 생각을 담아 많은 요구를 드릴 때도 있다.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조금 쪼는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니 감독님도 그런다고 오해할까 조금 조심스럽다.
좋은 단어가 있다. 완벽주의자.
음악할 땐 그런 것 같다. 결과물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완벽하고자 끝에 끝까지 고민을 하는 편이다.
OK가 잘 나오지 않는 감독인 걸까?
방목형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하하.
지난해엔 배우로 칸을 밟았고, 가수로는 주경기장 콘서트를 해냈다. 그리고 올해도 바쁘게 활동 중이다.
‘드림’으로 홍보활동도 하고 있고, 지금 드라마 촬영도 하고 있다. 앨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순간도 쉴 수 있는 순간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타이밍이다. 오히려 몸도 덜 아프다. 마치 ‘지금 아프면 안 돼!’라며 몸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바쁘게 일할 때 건강한 것 같다.
작년 콘서트에서 귀에 대한 병증을 고백한 바 있다. 지금은 호전됐을까?
굉장히 많이 좋아졌다. 저 역시 혼자서 어떻게 하면 이 증상에 도움이 되는지 알아봤다. 나름의 요령을 찾았고, 그렇게 잘 유지 중이다.
끝으로 응원하는 축구팀이 있을까?
대한민국 팬이다. 국가대표 팬. 월드컵 땐 항상 즐겨 본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도 월드컵 땐 축구에 집중한다. 가슴속에 뜨거운 걸 끌어내는 게 있다고 본다. 우리 영화에서 홍대 엄마 대사에 비슷한 말이 있다. “공 하나 뺏으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한 골 넣으면 좋아하는 거, 그게 뭐 그렇게 좋냐”고 묻는데 축구가 정말 그렇다. 공 하나 두고 싸우다가, 골이 들어가면 서로 끌어안고, 눈물도 나고, 그런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이 우리 영화에도 담긴 것 같다.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권구현 기자 kkh9@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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